이근호(오른쪽)가 18일 열린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러시아와 경기에서 후반 23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경례 뒤풀이를 펼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서울닷컴｜김광연 기자] 이근호(29·상주 상무)가 중거리포로 4년 전 월드컵 본선 최종 명단 탈락 '한'을 한 방에 씻었다.

이근호는 18일(이하 한국 시각)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러시아와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후반 23분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고르 아킨페프(28·CSKA 모스크바)가 공을 더듬거리며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10분 박주영(29·아스널) 대신 그라운드에 투입된 이근호는 불과 13분 만에 골을 터뜨리며 우뚝 섰다.

골뿐만 아니라 이근호는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와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팀에 활력소가 됐다. '원톱' 박주영에 이어 투입돼 상대 수비를 흔드는 임무를 성실하게 소화했다. 조력자로서 힘쓸 것으로 예상했으나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이근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모든 힘을 다 짜냈다고 생각한다. 오늘 결과보다 내용이 더 좋았다"고 만족했다. 그러면서 "골의 의미가 특별하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골이다. 꿈이 현실이 됐는데 아직 실감이 안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느 누구보다 월드컵을 기다려 온 이근호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 26인에 포함됐으나 마지막 순간 탈락자 3인에 포함되며 눈물을 삼켰다.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의 황태자로 불렸으나 본선 진출 확정 이후 부진에 빠지며 고개를 떨궜다. 당연하게 남아공행 비행기 티켓을 거머쥘 것으로 보였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후반전 투입한 이근호가 제 임무를 해 줬다"고 칭찬했다. 개인 통산 첫 월드컵 본선 출전 경기에서 골을 뽑아 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월드컵을 떠올리면 고개를 떨궈야 했던 아픔은 이제 모두 과거가 됐다. 이근호가 국민에게 환상적인 선제골의 기억을 남기며 자신에게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스스로 일궈 냈다.

이근호는 월드컵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멈추지 않는 질주 본능처럼 가슴 응어리를 모두 풀어헤치고 남은 조별리그 2경기에서도 맹활약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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