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러시아와 경기에서 후반 22분 이근호가 골을 넣자 광화문 광장에 모인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광화문 광장=김동현 인턴기자

[스포츠서울닷컴｜광화문 광장=김동현 인턴기자] 가나에 0-4로 참패한 평가전에서 불과 며칠 지났을 뿐이지만, 당시 보였던 무기력한 경기력은 온데간데없었다. 빼어난 경기력에 한국인들은 물론 '이날의 맞수' 러시아에서 온 배낭여행객도 엄지를 치켜세웠고 카타르 출신의 기자도 좋은 평가를 내놓았다.

18일 오전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러시아와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들었다.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나우 못지않은 열기를 뿜으며 지구 반대편까지 들릴 듯한 목소리로 성원을 보냈다. 이근호(29·상주 상무)가 강력한 슈팅으로 이고르 아킨페브(28·CSKA 모스크바)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유도해 골을 만들어 내자 붉은 응원단은 열광의 도가니처럼 끓어 올랐다. 7분 뒤 알렉산더 케르자코프(31·제니트 상떼페테르부르크)의 골에 잠시 침묵에 빠졌지만, 선수들을 격려하는 응원가가 경복궁을 넘어 북악산 자락에 계속 울려 퍼졌다. 올해, 아니 홍명보호가 출범한 이후 들었던 그 어떤 '대~한민국'보다 강렬하고 뜨거운 응원 열기였다.

18일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러시아와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카타르 비인 스포츠 살리메 위삼 기자는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광화문 광장=김동현 인턴기자

한국을 향한 뜨거운 시선은 비단 한국인의 것만은 아니었다. 경기가 끝난 뒤 <스포츠서울닷컴>과 만난 서아시아권 최대 언론사인 알 자지라 산하 스포츠 채널 비인 스포츠(Bein Sports) 취재진은 이날 경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현장을 부지런히 누비던 <스포츠서울닷컴> 취재진은 '한국 대표'로 이날 경기는 물론 알제리와 2차전과 관련된 인터뷰를 하는 '역취재' 상황을 맞기도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살라메 위삼 기자는 "한국이 이날 포인트를 가장 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물으면서 "튀니지, 가나전과 비교해 (경기력이) 많이 올라온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젊은 선수가 많은 팀인데도 후반 체력 저하가 눈에 띄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홍명보(45) 감독이 튀니지, 가나전이 끝난 뒤에도 굉장히 자신감을 보였기 때문에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인상까지 받았다"고 웃으며 "후반 체력적인 문제가 수정된다면 알제리와 좋은 승부도 가능할 것"이라며 좋은 출발을 한 한국을 칭찬했다.

러시아에서 온 마이클은 한국과 러시아가 함께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광화문 광장=김동현 인턴기자

광화문 4번 출구 인근에서 경기를 보던 러시아 바이칼 호수 인근 도시 출신인 러시아 여행객 마이클(27)은 한국 축구의 저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서투른 영어로 "(러시아가)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무승부도 굉장히 좋은 결과"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한국은 매우 빨랐고 강한 수비를 했다. 한국과 러시아가 함께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김태연 씨는 후반 교체 투입된 이근호가 흐름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광화문 광장=김동현 인턴기자

한국 팬들도 평가전의 문제를 많이 해결하며 좋은 경기력을 보인 한국 대표팀에 성원을 보냈다. 김태연(27) 씨는 "좋은 경기였다. 이근호가 들어오면서 경기 흐름이 바뀌었고 골까지 터졌다"면서 "16강 진출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긍정적으로 봤다. 안양에서 왔다는 이우진(29) 씨는 "평가전과 180도 달라 깜짝 놀랐다"면서 멀리서 왔는데 온 보람이 있다. 선수들이 열심히 싸워 준 것 같다. 또 오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국은 월드컵 개막 전 평가전에서 튀니지에 0-1, 가나에 0-4로 패했다.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 '국민들의 관심이 역대 월드컵 가운데 가장 낮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한국 축구는 저력을 발휘하면서 '약체'의 예상을 뒤집었다. 광화문에 모인 한국 축구팬뿐만 아니라 러시아 팬, 그리고 제3국인 카타르 기자까지 한국의 '숨은 저력'에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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