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위 오른쪽)과 이청용(아래 왼쪽)이 러시아와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상대 공격을 정확한 태클로 저지하는 기성용과 박주영에게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찔러주는 이청용. /유튜브 영상 캡처

[스포츠서울닷컴 | 심재희 기자]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되면서 아쉬움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더 좋은 경기 내용을 보이고도 리드를 지키지 못해 아쉬웠지만, 평가전에서 드러났던 불안한 모습을 털어내 희망의 빛이 비쳤다.

열세의 예상을 뒤엎고 팽팽하게 승부를 끌고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쌍용의 안정된 활약'이었다. 기성용이 '중원 사령관'으로서 공수 연결고리 구실을 잘해줬고, 이청용은 공격 쪽에서 측면과 중앙을 고루 오가면서 러시아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4년 전 남아공에서 원정월드컵 첫 16강행에 힘을 보탰던 '신예쌍용'이 어느덧 대표팀의 중심이 되어 러시아를 압도했다.

기성용은 강한 압박과 정확한 패스로 한국의 중원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상대의 빠른 역습을 막고, 전방 공격수들에게 찬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영과 짝을 이뤄 중원에서 러시아 선수들과 거칠게 싸웠다. 특유의 '택배 패스'도 빛났다. 71번의 패스 가운데 67번을 성공하며 94%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짧고 긴 패스를 적절히 섞어가며 러시아 수비수들을 헷갈리게 만들었고, 세트 피스 공격 상황에서는 전담 키커로 나서 문전을 위협했다. 후반 초반 러시아의 기습적인 공세에 한국이 위기에 몰리자, 벼락같은 중거리포를 터뜨리며 분위기를 바꿔놓기도 했다.

기성용이 '투사'였다면 이청용은 '꾀돌이'였다. 우측 날개로 배치된 이청용은 경기 분위기에 맞춰 변화무쌍하게 움직였다. 러시아의 날카로운 역습을 대비해 풀백과 함께 기본적으로 수비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역습 공격 상황에서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손흥민을 돕는 임무에 충실했고, 박주영이 측면으로 빠지면 중앙 쪽으로 자리를 바꿔 빈 공간을 침투했다. '킬러 패스' 능력도 어김없이 보였다. 전반 9분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박주영을 향해 절묘한 스루패스를 찔러넣어 일순간에 러시아 선수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했다. 4년 전 '원정 16강'이라는 고기를 먹어 본 '쌍용'이 홍명보호의 중심이 되어 동료들에게 고기를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월드컵 경험이 단 1명밖에 없었던 러시아에게 '쌍용의 노련미'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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