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첫 판에서 러시아와 1-1로 비겼다. 이근호(오른쪽)가 선취골을 터뜨린 뒤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서울닷컴 | 이장수 논평위원] 솔직히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다. 본선을 대비해 치른 2차례 평가전(튀니지전 0-1 패배, 가나전 0-4 패배)의 내용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전은 달랐다. 선수들의 기본적인 자세와 용병술 등 전체적인 경기력이 꽤 괜찮았다.

먼저 열린 벨기에와 알제리의 경기를 보고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벨기에는 시종일관 답답한 경기를 펼쳤고, 알제리 역시 선취골 이후 뒷걸음질 치다 패배를 자초했다. 두 팀 모두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우리가 러시아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충분히 16강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고 '결전'을 지켜봤다.

전반 흐름이 매우 좋았다. 상대의 공격을 적절히 차단했고, 손흥민과 구자철이 상대를 위협하면서 득점 찬스를 만들어나갔다. 중원 압박도 괜찮았고, 수비의 협력 플레이도 잘 이뤄졌다. 하지만 정확한 공격이 나오지 않았다. 상대 페널티박스 안까지 침투해 기회를 엿봐야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는데, 세밀함과 자신감이 없어 페널티박스 밖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슈팅만 시도했다. 원톱으로 나선 박주영은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고, 개인적인 경기 감각도 부족해 무기력한 모습에 그쳤다.

조금 더 일찍 승부수를 띄우지 못한 점과 선취골 이후의 집중력 부족도 아쉬운 부분이다. 러시아는 후반 초반부터 체력적인 문제점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덜 소진된 한국으로서는 후반 10분 정도부터 공세를 펼 수 있었다. 러시아 선수들의 발이 무뎌져 보다 편안하게 공격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는데, 지나치게 안전운행을 했다. 이근호가 '행운의 골'을 만든 뒤에는 전체적인 전형이 아래로 좀 처졌다. 골을 지키기 위해 후방을 단단히 했지만,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동점골을 터진 뒤 전체적인 흐름은 러시아 쪽으로 갔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이 투지를 발휘하면서 무승부를 일궈냈다는 점은 분명히 칭찬받을 일이다.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점 3을 따내지 못했지만, 러시아에 승점 3을 주지 않고 '혼전양상'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순간적인 집중력과 실수에 대한 보완이 있다면, 알제리전과 벨기에전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본다.

여러 가지 면을 종합해 볼 때, 걱정을 기대로 바꾼 러시아전이었다.

스포츠서울닷컴 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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