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첫 판에서 러시아와 1-1로 비겼다. 이근호(오른쪽)가 선취골을 터뜨린 뒤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서울닷컴ㅣ이현용 기자] 한국의 월드컵 역사에서 터진 군인의 2골 뒤에는 홍명보(45) 감독이 있었다. 20년 전 절묘한 패스로 짜릿한 무승부를 만드는 군인의 골을 도왔던 홍 감독은 다시 한번 뛰어난 용병술로 군인의 골을 이끌어냈다.

이근호(29·상주)는 18일(이하 한국 시각)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러시아와 경기에서 맞선 후반 23분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한국에 리드를 안겼다.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이근호는 투입된 지 13분 만에 투지와 자신감으로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을 만들었다.

이근호의 골은 홍 감독의 적절한 선수 교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홍 감독은 0-0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10분 첫 번째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움직임이 좋지 않은 박주영(29·아스널)을 빼고 활동량이 많은 이근호를 투입했다. 홍 감독의 용병술은 적중했다. 이근호는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후반 23분엔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이근호는 "후반에 들어가 몇 분을 뛰든 90분 치의 움직임을 보이고 나오겠다"는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지키며 홍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20년 전에도 홍 감독은 군인이 넣은 골을 도왔다. 1994 미국 월드컵 C조 조별리그 1차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1-2로 뒤진 후반 45분 홍 감독은 중원에서 공을 잡아 2대1 패스로 수비수를 제친 뒤 오른쪽에서 뛰어드는 서정원(44·수원 감독)에게 패스를 찔렀다. 서정원은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패색이 짙던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 월드컵 역사에서 나온 첫 번째 군인 골이었다.

20년 세월을 두고 홍 감독의 도움을 받아 군인 신분으로 골을 터뜨린 이근호와 서정원은 모두 등번호 11번을 달고 뛰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11번은 빠른 스피드를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이 주고 새기는 번호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교체로 나선 월드컵 첫 경기에서 골을 터뜨렸다. 서정원은 후반 14분 김주성(48·동아시아축구연맹 사무총장)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고 이근호는 후반 10분 박주영 대신 투입됐다. 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그들은 중요한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일을 내며 한국에 귀중한 승점 1을 안겼다.

한편, 이근호는 군인 신분으로 월드컵에 출전한 4번째 선수가 됐다. 1994 미국 월드컵 서정원을 시작으로 1998 프랑스 월드컵 최용수(41·서울 감독), 2010 남아공 월드컵 김정우(32·알 샤르자)가 그라운드를 누볐다. 정경호(34·은퇴)는 2006 독일 월드컵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에 나서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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