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범수(왼쪽) 씨가 19일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에서 직장 동료와 함께 돗자리를 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잠실야구장 = 이성노 기자 |
[스포츠서울닷컴|잠실야구장 = 이성노 기자] 2만 6000여 석의 대규모 크기를 자랑하는 잠실야구장엔 유독 외야 윗쪽 통로 바닥에 앉아 야구를 관람하는 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옹기종기 모여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야구를 즐기는 팬들의 얼굴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19일 잠실야구장 가장 위층엔 어김없이 '노상' 팬들로 가득했다. 잠실야구장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을 위한 '안전 펜스', 팬들을 위한 '익사이팅 존'과 더불어 3층에 배치된 옐로 1만 92석 중 1200여 석을 줄여 한층 넓어진 네이비석으로 교체했다. 새 단장을 마친 야구장이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야구를 즐기기 원하는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진 못한 듯하다.
네이비석 뒤에서 직장 동료들과 돗자리를 깔고 '노상 응원'에 나선 강범수(46) 씨는 타구장의 바비큐 존, 외야 잔디석이 부러운 눈치다. "주로 회사 동료, 가족들과 야구장을 찾는다. 일렬로 배치된 좌석에 앉으면 여러 사람과 마음껏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그는 "야구장을 찾을 땐 경기를 관람하는 것 외에도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온다. 하지만 잠실구장엔 문학구장처럼 바비큐 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외야 잔디 관람석도 없어 이곳에서 야구를 관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면서 좋아하는 팀을 함께 응원하면 얼마나 좋은가"라며 밝게 웃었다.
여러 사람이 좌석을 떠나 통로에 돗자리를 펴고 야구를 관람하고 있다. |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남형석(29) 씨 역시 같은 이유에서 '노상'을 자처했다. "우리도 당당히 표를 샀고, 좌석도 있다. 하지만 나란히 앉으면 멀리 떨어진 친구와는 함께 호흡할 수 없어 아쉽다"면서 "아무래도 통로 바닥에 앉으면 좌석보단 불편하지만 친구들 얼굴을 보면서 야구를 관람하면 더욱 신이 난다"고 말했다.
반면, 사람들이 지나가는 통로에 자리 잡은 '노상 팬'을 향한 따가운 시선도 적지 않았다. 3루 LG 응원석에 자리한 김지수(28) 씨는 "보통 응원석을 선호하지만, 자리가 없을 땐 네이비석도 자주 찾는다"며 "여러 사람이 돗자리를 깔고 응원하는 것은 보기 좋다. 하지만 종종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때도 더러 있다"고 아쉬워했다. 옆에 있던 친구 김양근(28) 씨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김 씨는 "친구들과 야구를 즐기는 것은 보기 좋다. 하지만 최소한 다른 사람에겐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야구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스포츠'다. 팬들은 야구장을 단순히 경기를 관람하는 장소가 아닌 하나의 '놀이터', '축제의 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대전 한밭구장, 부산 사직구장은 팬들의 쾌적한 관람을 위해 낙후된 시설을 개·보수했고, KIA 타이거즈는 기존의 무등야구장을 떠나 새롭게 건설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팬 맞이'에 나섰다. 잠실구장 역시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700만 관중 시대를 눈앞에 둔 한국 프로야구다. 모든 팬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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