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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신명철의 스포츠 뒤집기]스페인의 몰락, 스포츠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
기사입력 : 2014.06.20 (금) 10:06 | 최종수정 : 2014.06.20 (금) 10:51 | 댓글 0

 [신명철의 스포츠 뒤집기]스페인의 몰락, 스포츠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
스페인이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네덜란드와 칠레에 1-5, 0-2로 잇따라 지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KBS 중계 캡처


‘스포츠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 글쓴이는 이 제목으로 몇 차례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이번에 다시 한번 이 제목을 쓸 수밖에 없는 일이 월드컵에서 벌어졌다. 월드컵 전 대회(2010년) 챔피언이자 유럽선수권대회 2연속(2008년·2012년) 우승국인 스페인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기 탈락한 것이다.

스페인은 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7일째 조별 리그 B조 2차전에서 칠레에 0-2로 졌다. 개막 이틀째인 지난 14일 네덜란드에 1-5로 크게 져 전 세계 축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스페인은 오는 24일 호주전 결과와 관계없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무적함대’가 네덜란드의 강력한 스트레이트에 이어 칠레의 어퍼컷 결정타를 맞고 가라앉은 것이다.

국내 팬들이 확실하게 기억하는 전 대회 우승국의 1라운드 탈락 사례는 2002년 한일 대회의 프랑스다. 1998년 월드컵 챔피언이자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 우승국인 프랑스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0-1로 진 뒤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기고 덴마크에 0-2로 패해 일찌감치 귀국 보따리를 쌌다.

그때 조별 리그 A조 상황을 복기해 보자. 두 차례 경기를 마친 현재 덴마크와 세네갈은 1승1무, 프랑스와 우루과이는 1무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프랑스와 우루과이가 각각 덴마크와 세네갈을 꺾었으면 4개국이 모두 1승1무1패가 되는 흔치 않은 결과가 나올 뻔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덴마크에 졌고 우루과이는 세네갈과 3-3으로 비겨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우루과이는 그렇다 치고 프랑스가 마지막 경기에서 덴마크에 져 탈락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한일 월드컵 2년 전인 2000년,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함께 연 유럽선수권대회 조별 리그 D조 첫 경기에서 프랑스는 덴마크를 3-0으로 완파했다. 프랑스의 주력 선수 지네딘 지단이 부상으로 빠졌을 뿐 2002년 월드컵과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에 나선 프랑스와 덴마크는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었다. 그러나 불과 2년 사이에 승자와 패자가 바뀐 것이다.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 조별 리그에서 프랑스는 2승1패로 8강에 올랐고 덴마크는 3패로 탈락했다. 2년 뒤 좀 더 큰 무대인 월드컵에서 프랑스는 조별 리그에서 떨어지고 덴마크(2승1무)는 16강에 올랐다. 이런 게 승부의 세계다.

중·장년 팬들에게 버마는 아시아의 축구 강국이다. 그러나 신세대 팬들에게 미얀마는 축구 후진국이다. 나라 이름이 바뀐 것 이상으로 미얀마는 축구 실력이 크게 변화했다.

한국은 1970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 축구 종목에서 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우승했다. 이때 한국과 공동 우승한 나라가 버마다. 한국은 이후 1978년 방콕 대회에서 북한과 공동 우승했고 1986년 서울 대회에서 드디어 단독으로 우승했다. 그리고 다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버마는 1966년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승했다. 한국은 이 대회 조별 리그에서 태국에 0-3, 버마에 0-1로 져 탈락했다. 신세대 팬들로서는 믿기 어려운 일이겠지만. 버마는 결승에서 이란을 1-0으로 꺾었고 일본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싱가포르를 2-0으로 물리쳤다.

한국은 1971년 서울에서 열린 제1회 박대통령배쟁탈아시아축구대회 결승에서 버마와 다시 만나 재경기까지 치렀으나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공동 우승했다. 버마는 1972년 제2회 대회에서 단독 우승했고 제3회 대회에서는 크메르(오늘날의 캄보디아)와 공동 우승했다. 1950~60년대 동남아시아의 축구 강호로 이름을 날리던 버마는 1968년 서울에서 벌어진 제10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오늘날의 AFC U 19 챔피언십) 우승을 계기로 더욱 강한 전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1959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버마는 1970년 대회까지 7차례 우승해 한국(12차례)에 이어 최다 우승국 2위에 올라 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는 말레이시아 이란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해 출전했다. 한국은 지역 예선에서 말레이시아에 0-1로 져 탈락했다. 1970년대 초반까지 아시아의 축구 강호로 이름을 떨치던 버마는 국제축구연맹 랭킹 159위(아시아연맹 31위)의 축구 후진국으로 몰락했다. 스포츠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

스포츠서울닷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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