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 서병수 당선자가 '손인춘 법' 공동 발의로 게임사들의 공분을 샀다. 부산 지스타 유치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임영무 기자 |
[스포츠서울닷컴 | 김연정 기자] “마녀사냥 첫 번째 사연입니다. 親 게임녀' : 어제까지만 해도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 것 같더니 오늘은 왜 집 앞까지 찾아와서 귀찮게 하는지…. 한 1년 가량 그가 준 스트레스 때문에 제대로 잔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비수가 돼 심장에 꽂혔죠. 그런데 요즘 그가 이상해요. 자기의 손을 잡아달라고 하네요. 내가 꼭 필요하대요. 사실, 제가 돈이 좀 되거든요. 돈 때문에 그런 건가, 잘 모르겠어요. 이 남자 그린라이트인가요?”
최근 2030 청춘 남녀 사이에 ‘핫’한 프로그램인 JTBC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은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성의 마음을 뒤흔드는 마성의 여자, ‘마녀’와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말 한 마디로 여자를 전율케 하는 ‘나쁜 남자’들의 이야기로 매주 뜨거운 반향을 불러 모으고 있다.
매주 등장하는 ‘밀고 당기기’ 대가들의 먹잇감인 사연 신청자들은 이게 진정 나에게 보내는 ‘그린라이트’인지 확인하고자 MC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에게 질문을 던진다. MC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은 냉철한 시각에 적절한 주관을 더해 사연 신청자들이 단순 ‘어장 관리’ 당하는 ‘물고기’인지 여부를 판단해 준다.
최근 게임업계에서도 이런 ‘밀고 당기기’, ‘그린라이트’ 사례가 벌어졌다. 지난 6월 4일 지방 선거에서 승리한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의 행동에 석연치 않은, 사연 속 ‘나쁜 남자’의 모습이 묻어 나온 것이다.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은 당선에 앞서 작년 1월 부산 해운대구기장군갑 국회의원 시절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 및 치유에 관한 법률’, 일명 ‘손인춘 법’을 공동 발의 해 게임사의 반감을 샀다. 손인춘 법은 게임 중독의 치료 목적으로 게임업계 매출의 1%를 걷어들인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금을 걷기만 할 뿐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우선 걷고 보자는 것 아닌가?’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실제로 2012년 기준 국내 게임업계 매출 규모는 10조원에 달한다. 이 중 1%면 약 1000억 원이다. 손인춘 법에 따르면 게임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상담교사가 필요한 학교는 약 7300개. 전담교사 배치 비용은 5년 간 약 500억 원이 들며 1년에 100억 가량 쓰이는 셈이다. 그러나 남은 금액 900억 원에 대한 설명은 없다. 게임사는 구체적인 계획 성립 없이 예방 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돈을 걷어들이겠다는 이 법안에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게임사에게 상처를 입힌 무리에 있던 서병수 의원이 부산시장에 당선되자 돌변했다. 수고를 마다않고 부산에서 경기도 판교까지 올라와 국내게임사 ‘맏형’인 엔씨소프트의 문을 두드렸다. 시쳇말로 ‘물고 뜯을 때는 잊어 버리고 내 손을 잡아 달라’는 의미다.
19일 엔씨소프트를 직접 찾아 김택진 대표와 마주한 서병수 당선자는 “부산시가 문화, 영화 등 예술의 도시인 만큼 게임업계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발전을 위한 각종 행사와 투자 지원에 게임사들이 힘써줬으면 하는 속내가 보인다는 게 업계의 말이다.
또 작년 게임사들 사이에서 벌어진 ‘지스타 보이콧’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서병수 당선자 이기에 앞으로 지스타의 부산 유치를 이어가기 위한 게임사와 정면대결을 선택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제게임쇼 지스타는 매해 부산에 1000억 원의 힘을 실어 주는 게임쇼다. 그러나 작년 부산 지스타는 위기를 맞았다. 서병수 당선자의 공동발의 사실이 알려졌고 업계는 거센 반발에 나섰다. 결국 ‘지스타 보이콧’까지 치달은 2013년 지스타에는 주요 후원사였던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거부 의사를 밝히는 등 다수의 게임사가 발길을 끊었다.
서병수 당선자의 발에 불똥이 떨어졌다. 지스타는 현재 2016년까지 부산과 유치 계약이 체결돼 있지만 올해 이후 운영 평가를 거쳐 연장 여부를 결정 짓기 때문에 개최지가 변경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여기에 주요 게임사가 판교에 자리잡은 만큼 경기도에서 지스타를 개최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업계와 게임 팬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못해 날 선 상태다. 이제와 잘해 준 들, 뻔히 보이는 속내가 더 괘씸하다는 것이다.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가 제대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과거 자신의 행동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임사와 서병수 당선자, 지스타와 서병수 당선자. 그는 이 사태를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마녀사냥, 두 번째 사연이 도착했습니다. 反 게임남 : 진작에 잘 해 줄 걸 그랬나 봐요. 알고 보니 저한테 꽤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더라고요. 능력도 있고 그걸로 돈도 꽤 번 것 같아요. 저희 집이 부산이거든요. 2016년까진 어떻게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이후엔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 좀 괴롭히긴 했는데 자꾸 보면 없던 정도 생긴다 잖아요. 그래서 얼마 전에 그가 있는 판교가지 다녀왔어요. 우리 사이 괜찮아 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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