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25,738
[축구] [SSi월드컵 골라인] '월드컵 악몽'에 우는 제라드와 루니
기사입력 : 2014.06.20 (금) 11:52 | 댓글 0
 [SSi월드컵 골라인] '월드컵 악몽'에 우는 제라드와 루니
우루과이가 수아레스(아래)의 2골 활약에 힘입어 잉글랜드를 2-1로 꺾었다. 결정적인 '헤딩 실수'를 한 뒤 망연자실한 제라드와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는 수아레스.

[스포츠서울닷컴 | 심재희 기자] 역사는 반복된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신기하게도 비슷한 일이 잊을 만하면 다시 벌어진다.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스티븐 제라드가 8년 전 웨인 루니의 쓴 경험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2006 독일 월드컵 8강전. 잉글랜드는 포르투갈과 준결승행을 다퉜다. 당시 두 팀의 핵심 선수는 웨인 루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소속이었던 둘은 월드컵 무대에서 적으로 만나 우정의 대결을 펼쳤다.

40년 만에 우승을 노리던 잉글랜드는 포르투갈전 승리를 자신했다. 마이클 오언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황금세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예' 루니를 비롯해 게리 네빌, 애쉴리 콜, 스티븐 제라드, 리오 퍼니낸드, 데이비드 베컴, 프랭크 램파드, 조 콜, 오언 하그리브스가 선발로 나서 승리를 노렸다. 반면에 포르투갈은 핵심 선수들의 결장으로 전력 누수가 심한 상황이었다. 데쿠와 코스티냐가 퇴장 징계로 결장해 중원에 구멍이 뚫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잉글랜드의 우세를 점쳤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는 후반 17분 포르투갈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루니가 퇴장을 당하며 잉글랜드가 힘을 잃었다. 루니는 중원에서 포르투갈 수비수 히카르두 카르발류와 엉켜 넘어진 뒤, 급소를 밟아 경기장 밖으로 쫓겨났다. 이 순간, 루니의 거친 플레이를 심판에게 자세하게 설명한 인물이 바로 '맨유 동료'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루니의 만행을 심판에게 알려주며 퇴장을 이끌어냈고,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0의 행진이 끝까지 이어진 경기는 포르투갈의 승리로 돌아갔다. 승부차기에서 포르투갈의 골키퍼 히카르두가 램파드, 제라드, 캐러거의 슈팅을 잇따라 막아냈고, 포르투갈의 4번째 키커 호날두가 승부차기를 성공하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대회가 끝난 후 루니와 호날두의 월드컵 악연과 함께 불화설이 퍼졌다. 맨유팬들은 호날두를 '고자질쟁이'라며 야유를 퍼부었고, 이적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흔들리지 않았다. 월드컵 이후 더욱 발전한 기량과 함께 성숙한 자세를 보이면서 맨유팬들의 야유를 박수로 바꿔놓았다. 결국 루니는 '월드컵 퇴장 악몽'에 이어 팀의 간판 자리를 호날두에게 내주면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 잉글랜드와 우루과이가 벼랑 끝에서 만났다. 1차전에서 패했던 두 팀이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벌였다. 대회 전부터 이 경기의 가장 큰 관심은 지난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우루과이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의 출전 여부였다.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해 코스타리카와 1차전에 결장했던 그가 자신이 뛰고 있는 무대인 '잉글랜드'를 잡기 위해 저격수로 나섰다.

수아레스가 출전하면서 잉글랜드와 우루과이의 '리버풀 더비'가 성사됐다. 리버풀의 팀 동료들이 적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기량을 겨루게 됐다. 수아레스가 우루과이의 해결사로 나선 가운데, 잉글랜드에서는 글렌 존슨, 조던 핸더슨, 라힘 스털링, 다니엘 스터리지, 그리고 '캡틴' 스티븐 제라드가 승리를 자신했다.

승부의 균형을 먼저 깬 쪽은 수아레스였다. 수아레스는 전반 38분 헤딩 선제골을 터뜨리면서 기세를 드높였다. 리버풀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우루과이를 위해 득점포를 가동했다. 줄곧 끌려가던 잉글랜드도 '리버풀맨 합작품'으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후반 30분 헨더슨-스터리지-존슨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패스 연결로 우루과이 수비를 허물어뜨렸고, 존슨의 '택배 크로스'를 무인지경에서 루니가 동점골로 작렬했다. '리버풀 더비'답게 리버풀맨들이 조국의 골에 관여하면서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1-1로 맞서던 후반 40분. '리버풀 더비'를 '리버풀맨'들이 마무리했다. 우루과이의 페르난도 무슬레라가 길게 찬 공이 잉글랜드 수비의 머리에 맞고 전방에 있던 수아레스에게 연결됐다.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수아레스는 강력한 오른발 대포알킥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수아레스는 우루과이 동료들과 함께 환호성을 내질렀고, 수아레스의 팀 동료인 리버풀맨들은 망연자실했다. 그 가운데 가장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선수는 바로 '리버풀의 심장' 제라드였다. 제라드의 헤딩 미스가 수아레스의 찬스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잉글랜드를 꺾은 '맨유의 호날두'에 이어 '리버풀의 수아레스'. 잉글랜드로서는 가장 싫어하는 시나리오가 8년 만에 다시 그려졌다. 팀 동료의 비수로 '월드컵 악몽'에 빠져든 루니와 제라드, 그리고 잉글랜드다.

[email protected]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가장 먼저 댓글을 등록해보세요.

신고하기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