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팬 강성훈(왼쪽) 씨가 22일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에서 친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잠실구장 = 이성노 기자

[스포츠서울닷컴｜잠실구장 = 이성노 기자] 호랑이와 곰이 격돌하는 잠실벌에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KIA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흔치 않은 광경이 연출됐다. KIA 팬들 못지않은 열정적인 응원으로 눈길을 끌었다.

22일 KIA와 두산 베어스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엔 간간이 쏟아지는 소나기에도 많은 관중이 자리했다. 특히, 3루 응원석엔 빨간 유니폼과 노란 막대 풍선을 들고 KIA를 응원하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잠실구장이 KIA의 '제2의 홈구장'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 났다. 열정적으로 KIA를 응원하는 팬들 사이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관중이 유독 눈에 띄었다. 한국 지역 맞수인 전라도와 경상도를 대표하는 두 팀이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스포츠서울닷컴> 취재진은 롯데 팬들에게 KIA 팬들과 함께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이유를 물었다. 전날에도 잠실야구장을 찾아 KIA의 승리를 지켜봤다는 강성훈(32) 씨는 "최근 5위 두산이 4위 롯데를 맹추격하고 있다. 롯데가 안전하게 4강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KIA의 힘이 필요하다"며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이유를 밝혔다. "KIA가 롯데를 뿌리치고 4위권을 형성하면 어떡하나"라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아직 4위에 있지만, 올해 우승은 당연히 롯데의 몫이다"고 힘차게 말했다. 이어 팀을 향한 쓴소리도 덧붙였다. "김시진 감독님이 팀을 잘 이끌어주고 있지만, 투수 교체 타이밍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2루타 2개를 작렬한 김주찬에게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 강 씨는 "KIA에서 김주찬을 가장 좋아한다. 롯데 출신 아닌가. 비록 다른 팀으로 떠났지만, KIA에서 맹활약하는 김주찬을 보면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수많은 KIA 팬들이 잠실구장을 찾아 응원하고 있다.

옆에 있던 최유미(32) 씨 역시 롯데를 향한 마음은 한결같았다. "집이 잠실구장 근처다. 5위 두산을 견제하기 위해 KIA 응원석을 찾았다.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는 없지만, 롯데의 4강 수성을 위해선 반드시 KIA가 두산을 잡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를 향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롯데 팬들의 힘찬 응원이 호랑이를 신나게 했을까. 이날 경기에서 KIA는 선발 투수 임준섭이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롯데 출신' 김주찬이 2루타 2개, '해결사' 나지완이 1안타 결승 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경기는 KIA가 1-0으로 앞선 6회에 강한 소나기가 쏟아지며 결국 강우 콜드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5연패 늪에 빠진 5위 두산과 4위 롯데의 경기 차는 1.5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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