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며 알제리에 2-4로 패했다. 구자철이 지난달 28일 저녁 서울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튀니지와 평가전에서 찬스를 놓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임영무 기자 |
[스포츠서울닷컴 | 심재희 기자] 모두가 그렇게 예상했다. 탈락 위기에 몰린 알제리가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대로 알제리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왔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결국 알고도 당했다.
홍명보호가 '아프리카의 복병' 알제리에 무릎을 꿇었다. 4골이나 내주면서 무너졌다. 후반 맹추격전을 벌였지만 힘이 부쳤다. 2-4 패배. 여러 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는 알제리전이었다.
알제리의 예정된 초반 공세에 너무 쉽게 뒷걸음질 쳤다. 초반 열세의 흐름을 끊을 수 있는 공격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상대를 무득점으로 묶은 것은 좋았지만 분위기 반전에 실패하면서 계속 끌려갔다. 효율적인 역습도 세트 피스에 의한 공격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알제리가 잽으로 조금씩 치고 들어올 때 우리도 묵직한 한방을 날렸어야 했다. 그래야 알제리의 전진 스텝을 무뎌지게 만들 수 있었다.
잽도 많이 맞으면 충격이 쌓이기 마련이다. 결국 홍명보호의 수비는 알제리의 빠른 잽을 견디지 못하고 전반 중반 와르르 무너졌다. 상대 공격수의 스피드를 전혀 잡지 못했고, 코너킥 상황에서 실책성 플레이가 나왔으며, 수비수의 어설픈 클리어링으로 위기를 자초하며 3골이나 내줬다. 전반 내내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연속골을 얻어맞고 고개를 숙였다.
후반 초반부터 홍명보호는 공격 쪽에 무게를 두면서 승부를 걸었고, 전반에 많은 힘을 쓴 알제리를 압박할 수 있었다. 후반 5분 만에 손흥민이 추격골을 터뜨리며 기세를 더욱 드높였다. 한 골을 더 넣어 따라간다면 역전승까지 노려볼 수 있을 정도로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아껴뒀던 김신욱 카드를 꺼내 들면서 공격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알제리의 역습에 수비 집중력이 또다시 흔들리며 치명타를 얻어맞았다. 오름세를 타고 있던 후반 17분 추가골을 내주면서 다시 3골 차로 끌려가게 됐다. 추격 의지에 찬물이 끼얹어졌고, 이후 1골을 만회했지만 전체적으로 체력이 떨어져 후반 초반과 같은 폭발적인 추격전을 펼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홍명보호는 2골 차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경기 전 한국은 알제리의 '두 얼굴'을 잘 활용해 승리를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공격은 강하지만 수비가 약한 '두 얼굴의 약점'을 파고들어 승기를 잡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벨기에에 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려 있는 알제리의 다급한 마음을 역이용하겠다는 게 주요 전략이었다. 알제리가 공격적으로 나오는 사이에 생기는 수비의 빈 틈을 빠른 역습과 정확한 공격으로 파고들며 선취골을 터뜨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서자 한국은 알제리의 '두 얼굴 약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오히려 홍명보호의 '두 얼굴'이 드러나며 완패를 당했다. 상대 스피드와 개인기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며 주도권을 내줬고, 수비진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면서 너무 허무하게 실점했다. 러시아와 경기에서 보여준 조직적인 모습과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다. 수비수들의 순발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공격의 결정력이 좋지 못한 약점을 완전히 드러냈다. 러시아전 선전 속에 가려진 홍명보호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나며 고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알제리는 승부를 건 전반 중반 '두 얼굴' 가운데 장점이 드러나며 승기를 잡았다. 반면에 홍명보호는 러시아전에서 보여줬던 좋은 얼굴이 전혀 나타나지 않으며 패배의 쓴 잔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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