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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SSi편집국장의 월드컵 창(窓)] 허망한 알제리전, 날아간 '통단 편집'
기사입력 : 2014.06.24 (화) 09:02 | 최종수정 : 2014.06.24 (화) 11:42 | 댓글 0
 [SSi편집국장의 월드컵 창(窓)] 허망한 알제리전, 날아간 '통단 편집'
논란의 박주영을 최선의 선택으로 포장한 홍명보 감독은 23일 알제리전 완패로 선수 기용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스포츠서울닷컴DB

뉴스룸에 비친 월드컵은 어떤 모습일까. 4년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은 선수와 팬들의 관심과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축제일 뿐만 아니라 기자들의 취재 경쟁이 불을 뿜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에서 쏟아지는 뉴스와 정보를 취합하고 선별한 뒤 배포하는 미디어 뉴스룸은 상대를 이겨야 하는 전장의 사령부나 다름없다. 스포츠서울닷컴은 2014브라질월드컵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기 위해 뉴스 취재 편집을 총괄하는 편집국장의 월드컵 칼럼을 마련했다. 필자인 박순규 편집국장은 국내 기자로는 유일하게 1997년 코파아메리카(볼리비아)와 98 프랑스월드컵을 각각 한달 동안 현장 취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스포츠서울 축구팀장과 편집국장을 거쳐 온라인 미디어 편집국 사령탑을 맡고 있는 필자의 칼럼을 통해 월드컵 뉴스룸의 고뇌와 판단 일부를 공개한다.<편집자 주>

[스포츠서울닷컴 | 박순규 기자] 무엇이 한국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을까. 러시아와 첫 경기를 비교적 선전한 태극전사들이기에 알제리와 경기는 더 잘할 것으로 예상됐다. 두 차례의 평가전 부진을 딛고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것처럼 보여 더욱 기대가 컸다. 그런데 전반에만 3실점이라니, 일요일 밤부터 이길 경우에 대비해 '통단 편집(하나의 기사로 면 전체를 꾸미는 와이드 편집)'을 준비한 편집국 기자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한국대표팀이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2014년 월드컵 조별리그 H2차전 알제리전에 돌입한 시간은 23일 오전 4(한국 시간) 였. 첫 경기를 1-1로 비긴 한국과 1-2로 진 알제리 모두 승점 3을 반드시 챙겨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라 경기 전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단두대 매치'에 버금가는 경기였다. 한국의 선축으로 킥오프 되기 직전 편집국 한편에선 "긴장된다"는 말이 신음처럼 흘러나왔다.

앞서 벌어진 같은 조 경기에선 벨기에가 러시아를 1-0으로 이겨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으로선 알제리만 잡으면 16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컸다. '작두 해설'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영표 위원을 비롯한 네 명의 KBS 해설위원의 경기 예상도 모두 한국 승리를 점쳤다. 여기까지는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통단 제목과 사진을 고민하는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웬걸,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전반 5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묘했다. 한국 선수들의 발이 유달리 무거웠다. 마치 족쇄라도 찬 것처럼 알제리에 주도권을 내주며 끌려 다녔다. 초반에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하겠다는 홍명보 감독의 인터뷰 기사를 보기는 했지만 선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패스에 자신감이 없고 스피드도 살아나지 않았다. 슛을 날리지 못했다. 기어코 전반 26분 이슬람 슬리마니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2분 뒤에는 골키퍼 정성룡의 헛손질로 추가 실점, 전반 37분에는 압델무멘 자부에게 추가 골을 허용했다. 10분 동안 3실점. 귀신에 홀린 듯했다.

98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한국이 속수무책으로 5골을 내주던 당시 경기가 오버랩됐다. 당시만 해도 선수단 가운데 해외리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는 사령탑을 맡은 차범근 감독이 유일했다. 유상철은 월드컵 경기장 잔디를 밟아 보고는 마치 스펀지 위를 걷는 듯하다고 이질감을 토로했다. 해외 무대 경험도 부족했고 대표팀 지원도 원시적이었다. 지금처럼 선수단은 비즈니스석으로 이동하고, 조리장이 한국 음식으로 선수단 영양을 보충하며 피지컬 트레이너가 선수단 컨디션 조절을 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선수단이 애용하는 한국식은 컵라면 정도였다. 그때는 이유라도 있었다. 그런데 무려 16년이 지난 뒤의 알제리전은 왜 그랬을까.

후반 4분 손흥민이 만회 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추스렸으나 후반 17분 야신 브라히미에게 쐐기골을 내줬다. 후반 27분 구자철이 추격의 불씨를 살렸으나 전세를 뒤집긴 역부족이었다. 11(승점1 · 골 득실 -2)가 된 한국은 러시아(승점1 · 골 득실 -1)에 밀려 조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공격 수비 전략 등 총체적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무빙 라운드에서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32년 만의 월드컵 멀티골을 기록한 알제리의 희생양이 된 한국의 경기력은 허망했다. 손흥민이 코너킥을 준비할 때 기성용이 달려가 대신 차는 모습도 잘 이해가 되질 않는 대목이다.

전반전 동안 단 한차례의 슈팅을 기록하지 못한 한국의 홍 감독은 선발 당시부터 논란의 대상이 된 스트라이커 박주영의 부진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처음부터 김신욱 이근호를 투입했다면 좀 더 다른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되지 않았을까. 선수들이 우왕좌왕 할 때 왜 벤치는 조용했을까. 러시아 전에서 '거물' 카펠로 감독을 상대로 손가락질까지 한 홍 감독이기에 이날 경기 운영은 여러 가지로 미스터리였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권한이지만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져야 한다. 세트피스에 약한 알제리 수비진을 괴롭힐 카드로 장신의 김신욱을 선발 기용해야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지만 홍 감독은 외면했다. 소속팀에서 잘하는 선수를 뽑겠다는 원칙도 박주영을 뽑기 위해 최선의 선택이란 이유로 저버렸다. 책임이 따를 수 있는 부분이다.

통단 제목은 3단으로 줄었다가 결국 2단으로 정리됐다. 월요일 새벽의 기대는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의 9승 도전으로 옮겨갔다. 편집국 TV 채널도 돌아갔다. 후반전이 벌어지는 시간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 경기에 나선 류현진은 썩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6이닝 1실점으로 불펜진에 공을 넘긴 뒤 2-1로 승리, 9승을 올렸다. 고맙다 '류뚱!' 덕분에 월요일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의 발걸음이 그나마 가벼워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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