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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왼쪽)·형우 쌍둥이 형제가 24일 잠실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구장 = 김동현 인턴기자 |
[스포츠서울닷컴|김동현 인턴기자] 한 배에서 난 형제가 같은 팀을 좋아하는 일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형제들이라면 흔치 않을 듯하다. 최형욱·형우(43) 쌍둥이 형제가 보인 LG 트윈스 사랑은 대단했다.
24일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에서 만난 형제는 한껏 야구의 흥에 취한 듯 했다. 외야에 들어가지 못해 보안요원과 벌인 실랑이(?)를 해결해준 보답으로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준 둘은 한 손엔 맥주, 한 손엔 군것질거리를 들고 "기자시냐?"고 물으면서 "LG 좀 잘 써달라"며 하소연을 시작했다.
한 눈에도 닮은 둘이었다. 형욱 씨는 "내가 10분 먼저 태어났다"며 웃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형우 씨는 "태어나고 보니 아버지가 MBC청룡 팬"이었다면서 "태어날 때부터 팬인데 별수 있나"고 너스레를 떨었다. 형욱 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외야야말로 야구 팬들의 로망이다. 오늘은 패색이 좀 짙긴 하지만, 정말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은 이 시간(7회를 갓 넘긴 상황이었다)대에 외야로 모인다"고 말했다. 형욱 씨는 "사실 이렇게 열정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동생이 야구를 정말 좋아하고 또 내가 안 오면 혼자 궁상맞게 외야에 앉아서 소리 지르고 있으니까 같이 오는 것"이라며 동생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형우 씨는 "형이 안 오면 혼자라도 온다"고 말했지만, 함께 야구장을 찾는 것이 싫지 않은 눈치였다.
LG에 대한 사랑도 대단했다. NC 선발 찰리 쉬렉이 노히트노런을 향한 도전을 이어 가자 둘은 "정말 잘 던진다"고 혀를 내두르며 "만약 데려올 수 있다면 찰리를 LG에 데려오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8회 올라온 정현욱이 3자 범퇴를 기록하는 호투를 보이자 형욱 씨가 "오늘은 정현욱의 공이 착착 감긴다"면서 박수를 쳤다. 형우 씨는 "지는 날만 잘 던지는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야구에 있어선 그야말로 '쌍둥이'다웠다. 호흡이 척척 맞았다. 형욱 씨가 "삼성 라이온즈가 잘해서 올 시즌엔 우승이 힘들 것 같다. 4강만 해도 만족한다"고 말하자 형우 씨는 "올 시즌엔 이 정도로 만족하니까 차라리 젊은 선수들을 키우자"고 응수했다. 형욱 씨도 맞장구를 치며 "채은성 같은 선수들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하자 형우 씨도 "워낙에 '채빠'(채은성 팬)니까"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제에게 각각 한 마디씩 부탁하자 둘은 "서로의 인생에 간섭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옥신각신했다. 날카로운 말에 진심(?)이 묻어났다. 하지만 둘은 "정치 이야기에선 전혀 맞지도 않고 자주 싸우기도 하지만, 우리는 항상 LG 팬"이라며 "야구장에선 의기투합하고 있다. 내일도 수틀리면 같이 올지도 모른다"고 웃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쌍둥이의 못 말리는 '쌍둥이 사랑'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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