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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 타이거스의 오승환이 1일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4시즌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와 원정 경기에 4-1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퍼펙트로 막으며 시즌 14세이브째를 따냈다. / 닛칸스포츠 제공 |
[스포츠서울닷컴|김동현 인턴기자] 일본 야구계의 레전드 에나쓰 유타카(66)가 오승환의 투구 자세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해 눈길을 끈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제구는 높아졌지만 앞으로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홋카이도방송 해설가로 나선 에나쓰는 1일 홋카이도 삿포로 돔에서 열린 2014시즌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와 원정 경기에 4-1으로 앞선 9회말 오승환이 등판하자 "오승환의 직구가 무척 좋다. 슬라이더도 1등급"이라며 칭찬하면서도 "(투구할 때) 왼쪽 다리의 각도가 스프링캠프 때와 달라졌다. 전에는 무릎을 조금 천천히 들었지만, 최근에는 다리를 드는 타이밍이 빨라졌다. 왜 이런 자세가 됐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오승환의 투구 자세를 리플레이로 확인한 그는 "(다리를 드는)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까 상체가 앞으로 쏠리고 있다. 균형이 깨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며 "5월 초까진 괜찮았지만, 언젠가부터 이렇게 던지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제구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냉철히 분석했다.
에나쓰는 또 오승환이 후안 미란다(31)에게 시속 141km의 빠른 슬라이더를 던지자 "슬라이더가 정말 빠르다. 화면으로 봐도 공에 실린 힘이 보인다. 공이 빠르고 무거우니 미란다가 잘 못 맞추지 않느냐"고 칭찬하면서도 "폼이 바뀌면서도 공의 릴리스 포인트가 이전과 비교해 훨씬 빨라졌다. 왜 이런 투구 자세가 됐는지 정말 의문"이라고 또다시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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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이 이날 경기에서 기록한 투구 그래프. 17개의 공 가운데 11개가 높은 곳에 형성됐다. / 야후 재팬 캡처 |
에나쓰의 지적대로 이날 오승환의 제구는 다소 높게 형성됐다. 선두 타자인 나카타 쇼(25)를 상대로 던진 7개의 공 가운데 5개가 스트라이크존 위쪽에 형성됐다. 후안 미란다에게 던진 6개 가운데 4개, 헛스윙 삼진을 따낸 오비키 게이지(29)에겐 2개의 공이 바깥쪽 높은 곳에 꽂혔다.
물론 성적 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오승환은 이날 경기에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켰다. 또 이날 세이브로 오승환은 시즌 14세이브째를 기록하며 2위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미콜라이오(11세이브)와 차를 3개로 벌렸다. 어느덧 센트럴리그 구원 부문 단독 선두다.
지난달 28일 일본 진출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날 마스크를 쓴 히다카 다케시(37)가 오승환의 스플리터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고 또 무엇보다 이날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구원 실패를 오승환의 탓만으로 돌릴 순 없다. 히다카도 경기가 끝난 뒤 일본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팀과 오승환에게 폐를 끼쳤다"면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일본 야구계의 전설적 인물인 에나쓰의 지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에나쓰는 풀타임 선발로 뛰던 1968년엔 한 시즌 최다인 401탈삼진을 기록했고 1977년 이후 구원투수로 보직을 변경한 이후엔 최우수구원투수 상을 5번이나 받으며 최고 마무리로 군림했다. 이런 그에게 비쳐질 정도라면 오승환의 높은 제구는 좋지 않은 변화에 분명하다.
한국에서 277세이브를 올리며 최고 마무리로 위세를 떨친 오승환에게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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