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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SSi월드컵 프리즘] '제3의 전성기' 스리백, 다시 대세로 떠오르나?
기사입력 : 2014.06.25 (수) 13:30 | 댓글 0

 [SSi월드컵 프리즘] '제3의 전성기' 스리백, 다시 대세로 떠오르나?
스페인이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스리백으로 나선 네덜란드와 칠레에 1-5, 0-2로 잇따라 지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KBS 중계 캡처

[스포츠서울닷컴ㅣ이현용 기자] 월드컵은 각국의 전술을 비교할 수 있는 경연의 장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티키타카'가 저물고 스리백이 다시 돌아왔다. 한 단계 발전한 스리백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전술은 상대적이다. 승리를 위해 끊임없이 발전한다. '리베로'로 대변되는 1970년대의 스리백이 저물고 1990년대부터 압박과 측면 수비수의 공격을 강조하는 포백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선 '티키타카'를 봉쇄하기 위해 업그레이드 된 스리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 '리베로' 베켄바우어의 스리백

수비와 공격으로 단순히 나눠어 있던 축구는 1925년 오프사이드 규칙 개정으로 골을 막기 위해 수비를 조직화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수비수를 2명만 두고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한 팀들이 선전했다. 우루과이는 자국에서 열린 1930년 월드컵에서 2-3-5 피라미드 포메이션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1930년대에는 스리백의 시대가 열렸다. 혁명이라 불리는 허버트 체프먼 아스널 감독이 고안한 W-M(3-2-5) 포메이션부터 M-M 포메이션, 4-2-4 포메이션 등이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프란츠 베켄바우어(69)의 등장으로 다시 스리백의 시대가 열렸다. 베켄바우어는 '리베로'라는 수식어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베켄바우어가 이끄는 수비진은 기본적으로 스리백이었지만 일자 형태가 아니었다. 베켄바우어가 가장 뒤에 자리했고 그 앞에 2명의 수비수가 있었다. 앞에 위치한 수비수는 대인마크에 집중했고 베켄바우어는 경기를 조율했다. 또한 대인마크에 대한 부담이 없었던 '리베로'는 자유롭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공격에서도 크게 활약했다. 처음 출전한 1966 잉글랜드 월드컵에서는 무려 4골을 터뜨리며 득점 3위에 올랐다. 베켄바우어는 3번째 출전한 1974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당시 서독)에 우승을 안겼다. 하지만 약점도 있었다. 베켄바우어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비 라인에 집착하지 않아 오프사이드에 취약했다. 1974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베켄바우어는 든든한 수비로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았지만 온사이드 상황에서 수적 열세에 몰려 결정적인 슈팅을 허용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SSi월드컵 프리즘] '제3의 전성기' 스리백, 다시 대세로 떠오르나?
프란츠 베켄바우어가 1974 서독 월드컵 결승 네덜란드와 경기에서 효과적인 수비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오프사이드 반칙을 만들지 못해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 유튜브 영상 캡처

◆ '카푸-카를로스' 브라질, 윙백의 시대를 이끌다

스리백은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압박을 강조하는 아리고 사키 감독의 4-4-2 전술이 빛을 발하면서 스리백은 구시대 유물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대부분의 팀이 포백을 당연하게 생각한 가운데 브라질 카푸(44)와 호베르투 카를로스(41)의 등장은 축구 팬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들은 활동량부터 수비, 공격까지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소속팀에서 카푸와 카를로스는 주로 포백의 측면 수비수로 나섰다. 하지만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이끈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66) 감독은 호케 주니오르(38·파우메이라스), 페레이라 루시오(36·상 파울루), 에드미우송(38·세아라)으로 스리백을 구성하고 카푸와 카를로스를 공격적으로 배치했다.

그들은 왕성한 활동량과 빼어난 공격력으로 측면을 헤집었다. 오버래핑 시 수비 뒷공간이 자주 열린다는 단점을 견고한 스리백으로 보완했다. 특히 중원을 지킨 질베르투 시우바(38·그레미우)는 그들의 뒤에 자리해 빈 공간을 없앴다. 공격이 여의치 않을 땐 공을 받아 카푸와 카를로스가 돌아가는 시간을 벌었다. 윙백을 공격에 적극 활용한 스리백을 가동한 브라질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정상에 올랐다. 토너먼트에서 그들의 실점은 단 한골이었다. 브라질은 4년 뒤 독일 월드컵에서 카를로스와 카푸를 측면에 배치하는 포백으로 나섰지만 8강에서 프랑스에 무릎을 꿇었다. 비교적 전력이 떨어지는 호주, 크로아티아, 일본, 가나를 상대로 맹공을 퍼부어 모두 이겼지만 프랑스에 연달아 수비 뒷공간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SSi월드컵 프리즘] '제3의 전성기' 스리백, 다시 대세로 떠오르나?
브라질 카푸(위)와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터키와 경기에서 오버래핑을 시도하고 있다. / 유튜브 영상 캡처

◆ 2014 브라질 월드컵, '티키타카' 맞설 해법은 스리백?

2000년대 들어 감독들의 포백 사랑은 더 깊어졌다. 이탈리아 세리에 A 유벤투스를 빼고 유럽 리그 빅클럽에서 스리백을 사용하는 팀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리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페인은 2000년대 후반부터 최강국으로 군림했다. 유로 2008부터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까지 제패하며 메이저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그 중심엔 '티키타카'가 있었다. '제로톱'으로 중원의 숫자를 늘려 수적 우세를 점했다. 전진 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렸고 '슛은 마지막 패스'라는 말을 실천하며 골문 앞에서 쉽게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스페인은 스리백에 고전하며 쓸쓸히 퇴장했다. 14일 열린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1-5로 대패했다. 네덜란드는 3명의 수비수에 윙백까지 수비에 가담해 5명이 스페인 공격을 막았다. 전진 패스로 상대 수비 라인 간격을 흔들어 득점을 노리는 스페인은 중원에 있는 2명의 미드필더까지 7명의 수비와 싸워야 했다. 결국 수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스페인은 역습에 대처하지 못하며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칠레 역시 스리백으로 '무적함대'를 침몰시켰다. 칠레는 19일 열린 조별리그 2차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패스 길목에 지키고 있는 칠레 수비진에 스페인은 공을 뒤로 돌리기 바빴다. 스페인이 이긴 것은 볼 점유율뿐이라고 할 정도로 칠레가 잘 풀어간 경기였다.

돌고 돌아 다시 스리백이 빛을 발하고 있다. 과연 스리백이 포백을 상대로 선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월드컵을 보는 재미가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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