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아시아의 자존심'을 걸고 벨기에와 승부를 펼친다. 지난달 28일 튀니지와 평가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 /임영무 기자

[스포츠서울닷컴 | 심재희 기자] 이란도 무너졌다. 역부족이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아의 월드컵 첫 승 의지를 막지 못했다. 호주, 일본에 이어 이란도 조 최하위로 탈락이 확정됐다. 이제 한국만 남았다.

한국 역시 분위기가 좋지 않긴 다른 아시아 팀들과 마찬가지다. 조별리그 2차전까지 1무 1패의 성적에 그쳐 H조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2연승으로 16강행을 확정지은 벨기에를 상대로 3차전에서 2골 차 이상의 대승을 거둬야 16강행 진출 가능성이 열린다.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4개 팀은 뭇매를 맞고 있다. 26일(이하 한국 시각) 현재 조별리그 11경기에서 3무 8패 9득점 24실점을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이 동반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승점 자판기'라는 혹평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 동안 아시아 국가들은 월드컵에서 모두 108경기를 치렀다. 108전 14승 21무 73패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승률이 12.96%를 조금 넘는다. 10번 싸우면 간신히 1번을 이겼다. '동네북'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그 가운데 고군분투를 한 것이 바로 한국이다. 아시아 최다인 9번 본선 무대에 올라 강호들과 맞섰다. 세계적인 수준에 한참 뒤처질 때부터 현재까지 한국이 아시아를 대표해서 발전을 이끌었다. 1938 프랑스 월드컵에 인도네시아(당시 네덜란드령 동인도)가 아시아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순수하게 아시아를 대표해 월드컵에 출전한 것은 1954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이다.

성적도 한국이 단연 아시아 으뜸이다. 아시아가 합작한 14승 가운데 5승을 책임졌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3승을 거뒀고, 2006 독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각각 1승씩을 보탰다. 아시아 최초로 4강 고지를 점령했고, 원정 16강 진출의 대업도 이뤄냈다. 최근 일본의 전력이 많이 좋아졌고 호주가 아시아로 편입했지만, 여전히 아시아 축구의 상징은 '한국'이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과 함께 꾸준히 성적을 올렸던 한국은 이제 '아시아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를 앞두고 있다. 27일 '유럽의 붉은 악마' 벨기에와 격돌한다. 16강 진출이라는 목표 외에도 월드컵 4개 대회 연속 승리와 아시아 국가 대회 첫 승리가 걸려 있다. 아시아의 이웃들도 한국을 응원한다. 자칫 패할 경우 '아시아 무승'의 결과를 낳으며 월드컵 티켓 축소의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12년 전 한국은 스페인과 8강전에서 'PRIDE OF ASIA'라는 카드 섹션을 내걸었다.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꺾고 아시아의 자부심을 세웠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이 'PRIDE OF ASIA'의 책임을 맡게 됐다. '승률 0%'에 그치고 있는 아시아의 마지막 자존심으로서 홍명보호가 출격한다.

◆ 아시아 팀 월드컵 본선 진출 횟수

한국 9회/일본 5회/사우디 4회/이란 4회/북한 2회/호주 2회(아시아 편입 이후)/인도네시아 1회/쿠웨이트 1회/이라크 1회/UAE 1회

◆ 아시아 팀 역대 월드컵 성적

* 1938 프랑스 월드컵
- 인도네시아(당시 네덜란드령 동 인도)

* 1954 스위스 월드컵
- 한국

* 1966 잉글랜드 월드컵
- 북한

* 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
- 이란

* 1982 스페인 월드컵
- 쿠웨이트

* 1986 멕시코 월드컵
- 한국
- 이라크

* 1990 이탈리아 월드컵
- 한국
- UAE

* 1994 미국 월드컵
- 한국
- 사우디

* 1998 프랑스 월드컵
- 한국
- 일본
- 이란
- 사우디

* 2002 한일 월드컵
- 한국
- 일본
- 중국
- 사우디

* 2006 독일 월드컵
- 한국
- 일본
- 이란
- 사우디

* 2010 남아공 월드컵
- 한국
- 일본- 호주
- 북한

* 2014 브라질 월드컵(한국-벨기에전 이전)
- 한국
- 일본
- 호주
- 이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