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제마가 16일 온두라스와 경기에서 2골을 기록하며 프랑스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벤제마가 쐐기골을 터뜨린 뒤 골 뒤풀이를 펼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
[스포츠서울닷컴 | 심재희 기자] 리오넬 메시가 빠진 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없는 포르투갈을 상상해 보라.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의 전력이 100%가 아닐 거라고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상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바로 축구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빠졌는데 팀이 더 강해지는 기이한 현상이 종종 벌어진다.
'아트사커' 프랑스가 '북중미의 복병' 온두라스를 제압했다. 프랑스는 16일(한국 시각) 오전 포르투알레그레의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우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 온두라스와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카림 벤제마의 2골과 상대 골키퍼의 자책골을 묶어 승전고를 울렸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프랑스는 '핵심 선수'가 전력에서 이탈하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메시, 호날두와 함께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고 있는 프랑크 리베리가 부상으로 낙마했다. 리베리의 부상 공백과 함께 사미르 나스리까지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되어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선수가 없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프랑스는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 온두라스를 압도하면서 대승을 올렸다. 리베리와 나스리가 없었지만 더 조직적이었다. 마티유 발부에나와 앙트완 그리즈만이 측면과 중앙을 고루 오가면서 공격 에너지를 끌어올렸고, 벤제마가 놀라운 결정력으로 모든 골에 관여했다. 중원에서는 폴 포그바, 블레이즈 마투이디, 요한 카바예가 공수의 연결고리 구실을 잘 해줬고, 포백과 골키퍼가 이루는 수비라인도 매우 탄탄했다.
사실 프랑스는 그동안 '리베리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분명히 리베리의 개인 능력은 월드 클래스다. 하지만 독단적인 플레이가 독이 될 때가 더러 있었다. 지나치게 공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서 공격의 템포를 끊는 경우가 종종 나왔고, 협력 플레이와 수비 가담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전체적인 조직력을 떨어뜨리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리베리가 빠진 프랑스가 2014 브라질월드컵 첫 경기에서 조직력을 살리며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특히, 최전방 공격수인 벤제마는 리베리가 빠지자 더 펄펄 날았다. 이전 경기들을 돌아 보면, 리베리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직접 해결하는 성향이 강해 벤제마의 위력이 반감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온두라스전에서는 달랐다. 벤제마는 중앙과 측면을 폭넓게 움직이면서 찬스를 만들었고, 놀라운 골 결정력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무려 7개의 슈팅을 온두라스 골문을 향해 퍼부었고, 2골을 직접 만들었고 자책골을 유도하며 '사실상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리베리 딜레마'를 풀어낸 벤제마가 날개를 달고 프랑스의 핵심 공격수로 거듭난 셈이다.
물론 온두라스의 전력이 그리 강하지 않고, 퇴장으로 수적인 열세에 몰려 프랑스가 쉽게 승기를 잡았다고 짚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지금의 프랑스가 리베리가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조직적이고 빠르며 날카로웠다. 리베리가 빠졌지만 프랑스가 팀으로 더 단단하게 하나가 됐다.
유로 2004에서 그리스는 특별하게 내세울 스타가 없었지만 우승을 이뤄냈다. 개인 능력은 떨어졌지만 팀 전체가 조화를 이뤄 강팀들을 모두 꺾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말을 실천하며 정상에 올랐다. 슈퍼스타가 빠진 프랑스가 이전보다 더 강해진 느낌이 드는 것도 그리스의 유로 2004 우승의 이유와 일맥상통 한다. 리베리가 빠졌지만 '팀 프랑스'는 확실히 더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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