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가 에티하드에서 역전패 당했는데요, 경기 초반에는 첼시가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죠. 경기 시작하고 한 20분, 30분정도? 근데 그 이후로는 첼시가 힘을 못 쓰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어째서 초반에만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지 그 이유를 전술적으로 파악하여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양 팀의 포메이션을 살펴 보겠습니다. 홈 팀 맨시티는 4-3-3 진형으로 나왔습니다.
원정팀 첼시 역시 4-3-3 진형으로 나섰습니다.
같은 4-3-3 포메이션으로 출격했지만 두 팀의 공격 전술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윙어의 위치로부터 발생합니다.
맨시티의 윙어(스털링, 마레즈)들은 측면으로 최대한 벌려주며 사이드라인에 최대한 가깝게 붙습니다. 이 처럼 최대한 측면으로 벌리는 플레이는 첼시의 풀백들을 측면으로 유인하여 하프스페이스에서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말인 즉슨, 아게로는 중앙에 있기에 주마와 토모리는 아게로를 마크하게 되고 스털링과 마레즈를 탄코와 에메르송이 막게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프스페이스에서 공간이 생기게 되죠. 이 빈 공간이 생기게 된 하프스페이스를 다비드 실바와 더브라위너가 공략하게 됩니다.
그러면 맨시티가 공 포제션을 가지고 있을 때의 공격 진형은 2-3-5가 되죠.
맨시티 그리고 더브라위너의 가장 큰 강점은 이 하프스페이스에서 나옵니다. 첼시는 이 하프스페이스의 더브라위너를 봉쇄하기 위해 코바치치로 커버링합니다. 코바치치가 미처 커버하지 못할때는 조르지뉴까지 하프스페이스를 막아버립니다.
맨시티의 공격진형입니다. 스털링과 마레즈가 측면 끝에 붙어있는걸 볼 수 있고 실바와 더브라위너가 하프스페이스에 위치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하려는 실바와 더브라위너를 막기위해 캉테와 코바치치가 이 빈 하프스페이스를 커버링하게 되고 만약 커버하지 못했을 때는 조르지뉴가 이 지역을 커버하게 됩니다. 그리고 실바와 더브라위너가 서 있는 위치. 바로 여기가 하프스페이스입니다.
그럼 첼시는 맨시티와 달리 윙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첼시는 윌리안을 측면에 붙이고 풀리식을 중앙으로 위치시키면서 왼쪽 측면을 공략했습니다.
첼시의 공격 전술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인데요. 윌리안은 측면에 위치해있고 에이브라함도 다소 오른쪽으로 치우쳐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풀리식은 측면으로 침투하는 것이 아닌 중앙으로 침투하는 대각선적인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풀리식이 측면으로 벌리지 않고 중앙으로 뛰는 이유가 뭘까요.?
맨시티의 센터백 두 명 페르난지뉴와 스톤스는 침투하고 있는 에이브라함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원톱을 상대할 때, 센터백 두 명이 막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측면은 중앙으로 침투하는 풀리식을 맨시티의 오른쪽 풀백 칸셀로가 따라가며 막고 있습니다. 그러면 중앙으로 맨시티의 수비라인이 치우치게 되는데. 이와 동시에 맨시티의 오른쪽 측면 공간은 활짝 열리게 됩니다. 이 공간은 에메르송이 오버래핑 하면서 파고들게 됩니다.
활짝 열린 오른쪽 측면으로 에메르송이 파이널써드까지 파고들어왔고 패스가 연결됩니다. 에메르송의 애매한 슈팅으로 공격 무산되었습니다.
이 장면을 보시면 확실하게 알 수 있죠? 맨시티의 수비들이 왼쪽으로 치우쳐져 있고 오른쪽 측면 공간은 완전히 열려있습니다.
캉테가 넣은 첼시의 선제골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코바치치가 캉테에게 로빙 패스를 찔러주기 직전 장면인데요. 요기 에메르송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있는게 보이실 겁니다. 반면에 탄코는 조오기 뒤에 머물러 있죠?(카메라 밖 우측 대각선 끝에 있습니다.)
맨시티 입장에서는 에메르송을 견제하기 위해 수비 무게 중심을 오른쪽으로 의도적으로라도 유지했어야 했습니다. 방금 전에 오른쪽 공간을 활짝 열어줬었고 에메르송이 슛까지 연결했기 때문이죠. 오른쪽으로 치우쳐 요 공간간에 틈이 생겨버렸기 때문에 (멘디와 페르난지뉴의 사이) 캉테가 이 공간을 파고들 수 있게 되었죠.
(캉테는 최근 출전한 4경기 중 3골 기록. 올 시즌 기록한 유효슈팅 3회 모두 득점으로 연결)
윌리안은 사이드라인 끝에 붙어있습니다. 풀리식은 중앙으로 뜁니다. 칸셀로도 풀리식을 따라서 중앙에 위치해있습니다. 맨시티의 수비는 또 다시 왼쪽으로 치우쳤습니다. 요 밑 공간에서 에메르송은 열심히 뛰고 있겠죠? 맞습니다. 이미 파이널써드까지 올라와서 공 달라고 손들고 있네요.
원래 첼시의 전술대로라면 이(맨 오른쪽 측면 캉테) 위치에 있어야 할 선수가 아스필리쿠에타겠죠. 그러나 오늘은 아스필리쿠에타는 오버래핑 하지 않습니다. 백3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 장면에서 또 재밌는 걸 볼 수 있는데. 요 맨시티의 오른쪽 측면, 이 에메르송 뒤에는 아무도 없고 오직 에메르송만 있습니다.ㅋㅋㅋ 맨시티의 오른쪽을 담당하는 칸셀로와 마레즈가 중앙에 있는걸 보면 알수 있겠죠. (칸셀로 27번, 마레즈 26번)
한 쪽 측면에 상대를 모두 몰아 넣고 빠른 측면 전환을 이용하여 반대편을 공략하는 전술은 마치 예전 뮌헨의 하인케스가 로벤을 사용하는 방법을 보는 듯 합니다.
좋아요 다 좋아요. 첼시 이 때까지 잘하고 있었어요. 하프스페이스 공간을 봉쇄하는 미드필더들의 커버링도 좋았구요. 풀리식과 에메르송을 이용한 측면 공간 활용도 좋았습니다. 이제 이 이후로 첼시가 무너진 이유를 분석해보겠습니다.
먼저 맨시티의 전방 압박 형태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맨시티는 파이널써드에서 적극적인 맨마킹을 하면서 첼시의 최후방 빌드업을 완벽하게 방해했습니다. 결국 주마는 롱패스를 시도할 수 밖에 없습니다. 후방 빌드업 실패로 포제션을 획득하는 맨시티입니다.
첼시가 후방에서 빌드업을 조금이라도 시도하려하면 바로 맨마킹으로 전방압박에 들어갑니다.
계속되는 맨시티의 맨마킹 전방압박. 후방 빌드업이 제대로 안되자 조르지뉴가 화내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맨시티의 맨마킹 전방압박에 빌드업이 힘들어지자 첼시는 빌드업 전략을 바꿉니다. 최후방에서 타미 에이브라함까지 한 번에 다이렉트로 찔러주는 롱패스를 시도하는 것이죠. 토모리에서부터 에이브라함까지 이어지는 다이렉트 전개입니다.
에이브라함이 제공권 다툼에 참여하고 풀리식이 에이브라함 근처에 가깝게 위치하면서 세컨볼을 획득하려 합니다. 세컨볼 획득의 이유도 있겠지만 풀리식이 에이브라함 근처에 위치하는 것은 아까 설명한대로 첼시 공격전술의 일환입니다.
첼시의 실점장면 분석 : 첼시는 맨시티의 강력한 맨마킹 전방압박에 의해 후방빌드업이 불가능한 상태. 그래서 계속 반복해서 토모리, 주마, 케파로부터의 다이렉트 롱패스로 공격 전개를 시도했습니다. 롱패스를 받고 세컨볼 다툼을 하려면 제공권 다툼을 하는 주위에서 수적우위를 점해야 하는데요. 따라서 코바치치와 조르지뉴는 롱 패스가 올 근처로 올라가게 됩니다.
근데 여기서 주목해 봐야할 점. 맨시티가 맨마킹 전방압박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지금 형태를 보면 지역방어로 조르지뉴를 감싸는 형태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수비를 하는 지점. 즉 수비 블록을 파이널써드가 아닌 미들써드로 내린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 토모리가 조르지뉴에게 짧은 패스를 전해주는데, 애초에 여기서부터 잘못된겁니다. 첼시의 미드필더진은 아까처럼 롱패스 전개를 받기위해 준비하고 있었고. 맨시티는 갑작스레 수비블록을 미들써드에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죠? 조르지뉴 근처에 순간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맨시티 선수들이 5명이나 되네요.
실제로 조르지뉴가 공을 잡자마자 실바, 로드리, 더브라위너가 조르지뉴의 패스줄기를 끊어내려 합니다. 그리고 페르난지뉴가 조르지뉴의 패스를 커트했죠.
이제 맨시티는 공격에서 수적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순식간에 5대4 형태가 만들어지게 됐죠. 넓은 포켓 공간을 얻은 것은 덤이구요.
실바가 아게로에게 쓰루패스를 찔러줬는데, 이 장면 잘보면 첼시의 오프사이드 트랩 또 무너졌습니다. 실바가 패스를 주는 순간에 아게로는 확실히 온사이드였죠. 다행히 커트됐지만 커트된 공은 넓은 공간의 더브라위너가 가져가게 됐죠. 그리고? 더브라위너의 골.
맨시티는 전반 25분까지 끊임없이 맨마킹 전방압박을 실행했고 첼시는 이로인해 후방빌드업이 불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첼시는 최후방에서부터 다이렉트 롱패스 전개를 시도하게 되는데요. 롱패스 제공권과 세컨볼을 획득하기 위해 캉테와 코바치치는 다소 위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이 틈을 탄 맨시티의 낮은 수비블록 형성. 이는 미들써드에서 공을 탈취하기만하면 5대4 대치구도가 즉시 만들어지게 되며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가진 채 공격할 수 있게 되는겁니다.
전반 33분의 맨시티 전방압박 장면인데요. 확실히 무게중심이 뒤로 가있다는 것이 보일겁니다. 공격진 3명을 제외하면 모두 미들써드에서 대기중이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상대 전술변화에 따라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전반 30분을 기점으로 맨시티는 전방압박뿐 아니라 더브라위너를 이용한 하프스페이스 공간활용 방법도 바뀌었습니다.
더브라위너는 더 이상 하프스페이스 공간을 침투하지 않습니다. 침투해봤자 코바치치가 이 공간을 막고 코바치치가 못 막으면 조르지뉴가 막기 때문이죠. 오히려 뒤에 머물러 있으면서 공간을 확보합니다. 전반 35분, 더브라위너가 공간 확보하고 위협적인 슛으로 연결. 전반 36분, 맨시티의 역전골 장면에서도 더브라위너는 공간을 확보한 채 머물러 있습니다.
첼시의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서는 에메르송의 오버래핑 때문에 마레즈가 프리하게 있었다는 것이 빌미가 되었습니다.
첼시 잘했어요.
램파드의 좌우 측면의 무게중심을 다르게 두어 공간을 여는 전술 매우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맨시티도 이에 대응하기 힘들어했습니다. 다만 이 전술의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했던 에메르송의 마무리가 너무 아쉬웠습니다.
사리의 가장 큰 유산은 조르지뉴와 더불어 캉테의 공격적 재능을 깨운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대이상의 경기력이었습니다. 하프스페이스를 커버하는 코바치치와 캉테 좋았구요. 에티하드에서 시티의 점유율을 억제했다는 자체가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기의 맨시티의 점유율은 46.7%였습니다. 참고로 이 수치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치른 381경기 중 최저 점유율 기록입니다.
좋은 점도 많았지만 아직 미숙한 오프사이드 트랩과 흐트러진 수비들. 아쉬움을 남겼구요. 첼시에게는 좋은 풀백이 정말 시급하다고 느껴지네요.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