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3:7인데도 한국이 일본을 이긴 이유
치열한 접전이었다.
한국은 숙적 일본을 상대로 1대0 승리를 거두며 U-20 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 어린 선수들임에도 불구하고 양 팀의 체계적인 전술 운영 덕분에 흥미로운 경기였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적절했던 전술 선택: 전반전
일본은 전반전에 휘몰아치는 경우가 많다. 확실히 전통적으로 체력적, 그리고 피지킬적인 약점이 있는 일본이기에 항상 후반전보다는 전반전에서 좋은 공격력을 보여왔다. 일본은 4-4-2 포메이션으로 밸런스 있는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는데,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짧은 패스의 연계를 통해 찬스를 만들어낸다.
이에 한국은 전반전에 5-3-2 수비형태로 맞섰다. 쉽게 덤비지 않고 지난 아르헨티나 전처럼 이강인을 필두로 역습을 진행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에 한국은 라인을 내리고 수비 진영을 촘촘하게 유지하며 일본의 공격 전개에 대응했다.
하지만 일본의 계속되는 점유율과 잦은 좌우 측면 전환 플레이로 한국 미드필더 라인은 체력적인 위협을 받았다. 좌우로 뛰어다니며 수비 진영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쉬지 않고 뛰며 공간을 커버해야 했다.
또 역습 전개 또한 쉽지 않았다. 이미 아르헨티나전에서 이강인의 능력을 확인한 일본은 이강인을 철저히 봉쇄하고자 했고, 이강인이 볼을 잡으면 두 세명의 선수가 한번에 달려들어 역습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한국이 선택한 방법은 아예 전방의 투톱 중 하나던 이강인을 오른쪽 미드필더로 내려, 5-3-2 수비 진영이 아닌 5-4-1 수비 진영을 유지했다. 역습을 포기하고 일단 전반전에 최대한 체력을 안배하며 상대가 지치길 기다리자는 의미였다.
결국 많은 위험 상황이 연출됐지만 한국은 다행히도 전반전을 0대0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적절했던 전술 선택 : 후반전
한국은 후반전에 들어오지마자 수비수 이지솔을 빼고 윙어 11번 엄원상을 투입하며 4-4-2 체제로 변환했다. 더이상 수비를 하며 자리를 지키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엄원상은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드리블 능력으로 상대의 측면을 파고 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이다. 즉, 측면에서 무언가 만들어보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한국은 거센 전방 압박을 펼쳤다. 한국의 전술을 예상하지 못한 일본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볼 소유권을 잃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당황한 기색이 화면을 통해 느껴질 정도였다.
이에 측면의 엄원상이 상대 풀백 유키나리를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압도하니 일본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라 이를 대처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 했다.
한국은 전방에서는 압박을 펼치고 후방에서는 4-4-2 지역수비를 펼쳤으며, 주 공격루트는 지난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측면 크로스였다. 특히 장신 스트라이커 오세훈의 활약이 대단했다. 오세훈은 전방에서 압도적인 피지컬로 볼키핑을 해주며 한국의 공격 전개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결국 후반전 83분, 한국은 게겐 프레싱으로 상대 박스 진영에서 일본의 패스를 커팅한 후 크로스 플레이를 통해 득점에 성공했다. 오세훈의 머리였다. 전반전부터 인내심을 갖고 차분하게 기다려온 정말 눈물겨운 결과였다.
-전술적으로 잘 운영되는 한국
사실 한국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이강인 선수를 제외하고는 전체 팀들을 비교로 그렇게 월등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이 갖고 있는 가장 무서운 무기는 큰 무대에도 주눅들지 않는 패기와 전술이었다.
포르투갈전을 제외하고 남아공, 아르헨티나, 일본전 모두 전술적인 우위를 점했고, 당당히 승리했다. 물론 포르투갈전도 전반 초반의 아쉬운 실점을 제외하고는 크게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무튼 이런 적절한 전술 운영은 뛰는 선수들에게 그라운드에서의 우위점을 제공하고, 한국에서 보는 우리들에게 정말 흥미로운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이제 다음 상대는 세네갈이다. 세네갈은 피지킬적으로나 개인 기량적으로나 상당히 괜찮은 면모를 뛰고 있고, 팀워크 면에서도 조직적이다.
과연 한국은 8강에서 세네갈을 꺾고 4강에 진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