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우승에 목말라 있는 리버풀과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던 토트넘의 맞대결은 리버풀의 2-0 승리로 마무리 됐다.
사실 양 팀이 선택한 전술로 인해 경기가 많이 뜨겁진 않았는데, 과연 이 경기의 전술적 흐름은 어땠을까?
-30초만에 얻은 PK의 의미
경기시작 후 토트넘의 뒷공간으로 침투한 마네에게 정확한 롱볼이 전달됐고, 마네의 크로스가 시소코의 팔에 맞아 핸드볼이 선언됐다. 주심의 결정은 PK였다. 시소코는 자신의 동료들에게 커버링을 요청하고 있었지만, 마네의 크로스가 박스 안에서 시소코의 팔에 고스란히 맞았기 때문에 시소코의 고의성과는 상관 없이 PK가 된 것이다. 결국 살라가 PK를 성공하면서 지난 시즌 결승전의 악몽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이 PK는 단순한 1득점이 아니었다. 이로인해 리버풀은 좀 더 안정적인(수비적인) 플레이를 선택했고, 여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는 쪽은 역시 토트넘이었다. 더군다나 리버풀이 선제골 이후 적극적인 공격태세를 갖추지는 않았기 때문에, 토트넘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역습 찬스를 맞이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이렇게 PK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놓았고, 그 우위점을 선점한 쪽은 리버풀이었다.
-수비적으로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 리버풀
리버풀은 이날 수비적인 완성도가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전방에서는 리버풀 특유의 4-3-3 압박 형태로 상대를 측면으로 내몰았고, 자신의 진영에서는 4-5-1 형태로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며 토트넘의 공격 전개를 저지했다.
리버풀은 전혀 무리하지 않았다. 이 잔잔한 파도가 토트넘에게는 점점 큰 파동이 됐다. 토트넘은 이날 4-2-3-1 형태로 두명의 볼란치를 센터백과 함께 공존시키며 빌드업 스트럭쳐를 형성했고, 전방의 DESK라인(델리 알리, 에릭센, 손흥민, 케인)과 풀백을 통해 찬스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한가지 애매모호한 점이 있었는데 풀백의 위치였다. 본래 4-2-3-1은 탄탄한 빌드업 스트럭쳐를 기본으로 풀백을 높게 올려 공격을 전개해야하기 마련인데, 토트넘은 마네, 피르미누, 살라(이하 마누라)의 역습이 두려워 풀백을 과감하게 올리지 못 했고, 결국 공격의 실마리를 풀백을 통해 찾기는 어려웠다. 이 때문에 토트넘은 탄탄한 리버풀의 수비벽 겉에서 맴돌기를 반복했고, 계속 1-0 상황에서 끌려다녀야 했다.
-결국 밸런스
솔직히 리버풀의 공격은 위협적이었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DESK 라인을 상대로 무실점을 유지하며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밸런스 유지 덕분이었다. 헨더슨과 파비뉴의 공이 컸다. 리버풀은 공격이 안풀리면 살라 혹은 마네의 침투와 함께 가볍게 상대의 뒷공간으로 롱패스를 찔러 넣었다. 이런 과정에서 리버풀은 물론 토트넘의 공수 간격도 많이 늘어나게 됐는데, 여기서 이 밸런스를 훌륭하게 잡아준 선수가 바로 헨더슨과 파비뉴였다.
파비뉴는 최종 수비 라인 바로 앞에서 상대의 공격을 지연하며 수비 진영을 바로 잡을 시간을 벌어주거나, 커팅을 통해 재역습에 가담했고, 헨더슨은 파비뉴 바로 앞선인 늘어지는 공수라인의 중심에서 파비뉴와 함께 중원을 컨트롤 했다.
이에 토트넘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빠른 템포가 아닌 느린 템포에서 경기를 진행해야 했고, 아까 말했듯 풀백을 적절하게 이용하지 못하면서 공격 또한 답답해졌다.
-만약 살라가 PK를 놓쳤다면?
경기 양상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확실히 높다. 리버풀은 좀 더 과감하게 공격했을 것이고, 토트넘 또한 그 허점을 이용해 더 나은 공격 찬스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손흥민의 공격 포인트 또한 기대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포체티노가 전반에 사용했던 전술도 역시 빠른 템포에 유리한 전술이었다. 만약 리버풀이 PK를 성공시키지 못 했더라면, 훨씬 더 뜨겁고 빠른 템포의 경기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포체티노가 아닌 클롭이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클롭에게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었다. 물론 PK만이 모든 것을 바꿔 놓은 것은 아니다. 두 팀 모두 피땀 흘리며 훈련했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결과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경기의 흐름, 이것이 바로 챔피언스리그의 묘미, 축구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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