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첫 득점과 함께 첫 승.
의미있는 날이었다. 대한민국 U-20 국가대표 팀은 남아공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며 당당히 조 2위로 올라섰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이 속해 있는 죽음의 조이기에 남아공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는데, 우리 어린 태극전사들이 이를 해냈다.
하지만 경기를 보는 내내 가슴 졸이는 상황이 많았고,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대표적인 몇가지를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피지컬
남아공 선수들을 보면서 느낀점은 주로 '빠르다'였다. 그들은 발기술은 훌륭하지 못 했지만, 탄력있고 민첩했다. 아무리 축구는 몸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몸이 안따라주면 확실히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버거워진다. 돌파에 성공한 후 시원하게 치고 달릴 수 없다면, 확실히 경기는 힘들어진다.
공격수와 수비수의 경우 이 점은 더욱 부각된다. 공격수는 폭발적인 스피드가 필요한 순간이 정말 많고, 수비수 또한 상대 공격수를 막으려면 그에 뒤쳐지지 않는 스피드가 필요하다. 물론 빠른 것이 축구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빠른 것이 축구에 있어서 확실한 매리트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헤더 경쟁도 마찬가지였다. 9번 오세훈을 제외하고 헤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선수는 거의 없었다. 센터백으로 출전했던 이재익과 김현우는 상대 공격수에게 헤더 찬스를 여러차례 내주기도 했다.
-최전방에서의 볼키핑
최전방에서 볼을 잘 지킬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어떤 감독에게나 큰 행운이다. 이는 즉 상대방의 수비 라인을 내려 우리팀이 숨을 돌릴 수 있고, 또 전방에서 찬스를 만들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남아공과의 경기에서는 전방에서 펼쳐지는 안정적인 볼키핑을 보기가 힘들었다.
이강인이 중원으로 내려와 볼을 키핑하며 공격을 풀어나갔지만, 전방의 중앙쪽으로 볼을 투입할 때마다 연계가 되지 않고 볼 소유권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최전방에서 볼키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전개는 측면으로 샐 수 밖에 없고, 그저 크로스를 시도해 오세훈의 헤더를 기대하는 것, 그리고 그 다음의 세컨 볼을 기도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공격 루트가 없었다.
투톱이 아닌 원톱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보았을 때, 지난 포르투갈전에서 투톱을 기용하면서도 중앙을 통한 찬스메이킹은 시도가 거의 없었고, 또 특히 볼키핑은 전방의 숫자와 크게 관계 없이 개인 역량에 달려있기 때문에 전술의 문제라기보다 개개인의 역량 부족이라고 볼 수 있겠다.
-힘겨운 전개, 단조로운 찬스 메이킹
이 점은 성인 대표팀과도 동일한 문제다. 빌드업을 해서 상대 진영까지 전개하는 것은 가능하나, 상대 박스 주변에서 볼을 굴리며 찬스를 만들 능력이 부족하다. 즉, 상대 진영에서의 경기 운영 능력이 없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들의 오프더볼 움직임 그리고 패스의 전진과 후진, 그리고 전환이 필요한데 패스의 전진이 안되니 후진 밖에 할 수 없고, 전진을 한다고해도 최전방에서 볼이 뚝 짤려버리니 공격을 연계 여유가 없다.
남아공 전에서 우리 U-20 대표팀의 주 공격 루트는 측면 크로스 후 세컨 볼이었다. 하지만 그 크로스는 먼 거리에서 장신 공격수인 오세훈의 머리를 저격하는 이른바 '확률' 축구였다. 힘 겹게 공격을 전개한 것에 비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경기를 보는 내내 한국팬들은 답답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한편으로 굳이 중앙이 아니더라도, 측면을 깊게 파고드는 것도 또 하나의 전술이 된다. 왼쪽 윙어로 뛰었던 조영욱 선수는 좋은 발재간으로 상대 풀백을 종종 돌파하곤 했는데, 조심스러웠던 한국의 전술 시스템 상 왼쪽 풀백이 높게 오버랩하지 않아 측면을 깊게 공략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축구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막내 에이스 이강인, 그는 확실히 특별하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볼 키핑 능력과 안정적인 패싱 능력, 그리고 경기 운영 능력을 갖고 있다. 남아공 전에서 이강인은 4-2-3-1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후방에서 두 명의 미드필더가 받혀주고 있었기에 전방에서 마음껏 경기장을 누비며 플레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찬스메이킹은 없었다. 이강인이 몇 차례 날카로운 크로스를 박스 안으로 전달하긴 했지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기는 힘들어 보였다. 왜냐하면 축구는 혼자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볼을 받아주는 선수가 공격을 잘 연계해줘야 하고, 주변 선수들도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주고, 공간으로 침투해줘야 좋은 플레이가 만들어진다. 즉 활발하고 영리하게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한국 축구팀에서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이강인이 전방으로 패스를 전달하면 정적인 플레이 즉, 서로 공간을 만들지 않고 자기 포지션에 가만히 서있는 플레이가 대부분이었다.
축구는 11명의 선수가 함께 플레이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축구에서 전술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 대표팀의 문제는 전술적인 문제와 개개인의 역량 차이는 상대보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더 많이 뛸 때 극복된다.
현재 수비적으로는 팀으로서 나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공격에서는 아직 부족하다. 동료를 위해 공간으로 침투해주고, 볼을 받으러 나와주고, 공간을 만들어주는 그런 플레이가 필요하다. 크로스를 올려 확률 축구를 하는 시대는 끝난지 오래다.
과연 대한민국은 강력한 우승후보이자 현재 조 1위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기고: 박원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