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가 발렌시아에게 우승컵을 내준 이유
바르셀로나의 충격적인 패배.
챔피언스리그 경쟁에서 밀려나 국왕컵에서 반드시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바르셀로나가 결승전에서 발렌시아에게 1-2로 패배했다.
발렌시아는 이번 시즌 리그 4위를 기록하며 그렇게 놀라운 말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진 못 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결승전에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바르셀로나가 발렌시아에게 우승컵을 내준 이유는 무엇일까?
-선발 스쿼드
눈에 띄는 점은 수아레즈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 했고, 메시가 원톱으로 나서며 주로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하는 로베르토가 오른쪽 윙어로 출전했다.
발렌시아는 본인들의 주 포메이션인 4-4-2를 그대로 들고 나왔다.
-전반전
발렌시아는 4-4-2 형태로 타이트한 지역수비를 선보였다. 무리하게 압박하지 않고, 자신의 진영으로 내려와 일정한 간격으로 수비 대형을 만들었다. 돋보이는 것은 윙어의 수비 가담이었다. 윙어가 볼이 측면으로 왔을 때 확실하게 수비해주니, 풀백이 유인되어 채널(최종 수비 라인 사이의 공간)에 공간을 노출 일도 적었다.
반면 바르셀로나의 공격 시스템이 많이 아쉬웠다. 바르셀로나는 수아레즈 없이 메시 원톱으로 경기를 출발했는데, 메시가 전방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중원 쪽으로 내려와 볼을 받고 공격을 전개해줬기 때문에, 전방에서 볼을 받아 공격을 연결해줄 선수가 없었다.
미드필더인 아르투르는 전방에서 플레이를 연결해주는 스타일의 유형이 아니었고, 라키티치가 종종 전방으로 들어가 연계 플레이를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쿠티뉴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렇게 대부분의 전방 자원이 전방이 아닌 후방에 위치했기 때문에, 바르셀로나는 공격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았고, 측면의 풀백들을 통해 공격을 전개해도 박스안에서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시킬만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 했다.
더불어 공격 밸런스 또한 엉망이었다. 어떨 때는 많은 선수가 죄다 전방에 있었고, 또 어떨 때는 전방에 아무도 없었다. 말이 좋아 변칙 플레이지, 소득이 없는 밸런스 깨진 플레이였다.
발렌시아는 경기를 현명하게 풀어나갔다. 무리한 압박이 아닌 후방에서 차분하고 타이트하게 지역수비를 펼치다가, 볼을 빼앗으면 전방의 투톱에게 볼을 연결하고 투톱이 볼을 키핑하는 동안 윙어들이 양쪽 측면에서 빠르게 전방으로 침투한다. 여기서 바르셀로나는 공격을 전개하느라 풀백들을 높게 올렸던 터라 측면에서 공간을 많이 내주었고, 발렌시아는 이를 이용해 측면을 통해 역습을 전개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부스케츠의 커버링 속도가 발렌시아 선수들의 역습 진행 속도보다 현저히 느렸기 때문에 바르셀로나는 2선에서 공간을 너무 많이 내주었고, 이에 발렌시아는 측면을 통해 역습을 진행한 뒤 중앙으로 볼을 낮고 빠르게 연결하여 득점에 성공했다.
이런 바르셀로나의 2선은 계속해서 쉽게 공간을 노출했다. 첫번째 득점 장면도 부스케츠가 높게 올라가 압박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2선에 큰 공간이 발생되었고, 발렌시아는 측면을 통해 공격을 전개한 뒤 그 2선 공간으로 공격을 전개하여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전
전반전과 후반전 바르셀로나의 변화
후반전에 바르셀로나는 시작과 동시에 2명의 선수를 교체했다. 확실한 전술 변화를 꾀한 것이다. 이에 아르투르가 나가고 비달이 들어왔고, 세메두가 나가고 말콤이 들어왔다. 비달은 주로 공격 상황에서 전방에서 볼을 받아주는 역할을 했고, 말콤은 세메두를 대신해 측면에서 찬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며 로베르토가 자신의 주 포지션인 풀백으로 돌아갔다.
확실히 변화가 있었다. 로베르토가 후방에 머무르면서 두 센터백과 함께 백쓰리를 형성하여 발렌시아에 역습에 좀 더 효율적으로 대비 할 수 있었고, 비달이 전방에 머무르며 공격 연계를 해주었기에 전반전처럼 답답한 상황이 많이 발생되진 않았다.
하지만 발렌시아의 수비 조직력이 정말 훌륭했다. 볼이 중앙으로 전개되면 순식간에 수비 공간을 확 좁혔고, 측면으로 볼이 가면 윙어가 수비에 적극 가담하며 측면 전개 또한 차단했다.
메시에 대한 대비도 좋았다. 발렌시아는 왼발 잡이인 메시의 왼쪽 측면에 항상 여분의 수비수를 배치하며 메시의 왼쪽 드리블과 왼발 슈팅을 최대한 저지했다. 비록 발렌시아가 후반 72분 메시에게 실점하긴 했지만, 이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터진 럭키 골이었다.
-총평
발렌시아 우승
결국 창이 방패를 못 뚫고 오히려 빈틈을 내준 경기였다. 바르셀로나는 수아레즈의 부재가 상당히 아쉬웠을 것이다. 또 발렌시아가 수비를 정말 잘 하기도 했다. 역시 라리가에서 AT마드리드 다음으로 두번째로 저실점한 팀다웠다.
만약 바르셀로나에게 수아레즈처럼 공간으로 침투해주고, 전방에서 찬스를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가 있었다면 경기 내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는 바르셀로나에게 그리즈만이 꼭 필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우승컵을 놓친 바르셀로나, 그리고 기적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발렌시아.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축구에서의 승리, 역시 축구 공은 둥글다.
기고=박원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