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를 증명한 바르셀로나
경기의 판도가 크게 기울었다.
메시가 이끄는 바르셀로나가 10연승 중이던 리버풀을 상대로 1차전에서 3대0 대승을 거뒀다.
아무리 바르셀로나라고 해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
오늘은 이 경기의 결과를 전술적으로 파고들어 보자.
-피르미누의 부재
리버풀은 피르미누가 사타구니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선발 명단에서 마누라 라인을 완성시킬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피르미누 대신 바이날둠이 피르미누의 자리를 대신했고, 리버풀은 전술을 크게 바꾸기보다 피르미누의 역할을 바이날둠에게 맡겼다.
바이날둠은 압박시 최전방에서 살라, 마네와 함께 상대 수비수들을 압박했고, 공격시 최전방에서 후방으로 내려와 공격 전개를 도왔다.
하지만 바이날둠의 플레이는 박스 근처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피르미누는 주로 공간으로 침투하며 상대 수비수들을 유인하여 공간을 만들어주고 또 박스 근처에서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를 통해 찬스를 만들어 냈는데, 바이날둠은 이 점이 부족했다.
볼키핑 능력은 뛰어나지만, 피르미누처럼 센스있는 연계 플레이가 부족했던 것이다. 이에 리버풀은 측면을 통해 박스까지의 전개는 가능했지만, 박스 근처에서는 세밀한 플레이를 펼치지 못 했고,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것에 그쳤다.
사진3: 바르셀로나의 라볼피아나
-현명했던 바르샤의 전개 방법
전반 초반, 리버풀은 자신들의 강점 중 하나인 4-3-3 수비로 바르셀로나의 빌드업을 저지했다. 효과는 좋았다. 바르셀로나는 주로 중앙의 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을 전개하는데, 리버풀이 좁은 간격의 4-3-3 형태로 수비를 하자 허리가 묶여 전개가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바르샤는 이 문제를 전술로서 극복했다.
그 전술은 바로 '라볼피아나'. 바르샤는 부스케츠를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 백쓰리를 형성하고 풀백을 높게 올린 뒤 풀백을 이용하여 공격을 풀어나갔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리버풀의 수비 간격이 좁았기 때문에 좌우 측면 공간이 넓었는데, 바르샤가 풀백을 그 측면 공간으로 높게 올려 전개를 했기 때문이었다.
또 바르셀로나는 공격 전개시 미드필더들의 전진을 제한했다. 이는 역습에 능한 리버풀을 상대로 철저한 역습 대비 구조를 갖추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미드필더를 제한하는 대신 바르샤는 풀백을 이용했다. 이날 풀백으로 출전한 알바와 로베르토는 주로 살라와 마네를 상대하며 수비적인 포지셔닝을 가져갔지만, 공격의 활로가 열릴 때는 번뜩이는 오버래핑을 통해 찬스를 만들어냈다.
-메시를 놓친 리버풀
이날의 맨 오브 더 매치는 두 골을 기록한 리오넬 메시였다. 메시는 득점뿐만 아니라, 팀에게 엄청난 기여를 해줬다.
첫번째로 전방에서 대부분의 탈압박을 해주며, 리버풀의 템포를 떨어뜨렸다. 리버풀은 볼 소유권을 잃으면 곧 바로 타이트한 압박을 펼치며 다시 볼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플레이를 펼친다. 또 이 부분에 있어서 리버풀을 최정상급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달랐다.
바르샤는 볼소유권을 회복하고나면 주로 전방의 메시에게 볼을 연결했는데, 메시가 전방에서의 미친듯한 볼키핑 능력을 보여주며 리버풀의 압박을 지역수비로 전환시켰다. 이에 리버풀은 수비를 하며 더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됐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빠른 템포가 아닌 느린 템포에서 경기를 진행해야 했다.
리버풀은 지역수비를 하면서도 메시를 많이 놓쳤다. 메시는 주로 최전방에서 수비수들과 붙어있다가 볼이 올 타이밍에 맞춰 공간으로 내려가 볼을 받아 공격 전개를 이어갔는데, 이때 리버풀 수비수들의 타이트한 견제가 없었다.
이에 메시는 자유롭게 전방으로 돌아 공격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일명 포켓(Pocket)이라 불리는 센터백과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이 바르샤를 상대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넓었다.
리버풀로서는 미드필더는 상대의 볼줄기를 압박하고, 수비수는 뒷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함이었겠지만, 이 결과로 포켓이 넓어졌고 그 공간에서 메시가 맹활약을 펼쳤다. 이에 바르샤의 두번째 골 또한 메시가 포켓에서 볼을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됐었다.
-2차전 양상
리버풀로서는 아쉬움이 많았을 1차전. 과연 2차전에서는 피르미누와 아놀드의 출격과 함께 더욱 리버풀다운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리버풀이 아쉬웠던 부분은 앞서 말했듯 박스 근처에서의 찬스메이킹 부족과 메시를 자유롭게 놓아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문제점이 뚜렸했던만큼, 해결책도 분명하다.
하지만 1차전에서 3골이나 내줬기 때문에 홈에서 한골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3골 이상을 넣어야 패배하지 않는다.
바르샤는 이미 3골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크게 무리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수비적으로 나오지도 않을터, 아마 1차전 전술에서 큰 변화없이 경기에 나서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발등에 불떨어진 리버풀. 리버풀 VS 바르셀로나의 2차전은 정말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리버풀은 이 어려운 상황을 뒤집고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