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롭과 포체티노
치열했던 클롭과 포체티노의 대결.
클롭은 경기 내내 터치라인 부근에서 선수들을 지휘했고,
포체티노는 지난 번리전에서 거센 항의를 하다 '터치 라인 접근 금지' 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면서 벤치의 코치진과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서까지 경기를 지휘했다.
결과는 리버풀의 극적인 2-1 승리. 과연 전술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이들의 경기는 어땠을까?
역습에 포커스를 맞췄던 토트넘
양 팀의 선발 스쿼드
토트넘은 백5 체제로 경기를 시작했다. 이날 토트넘 공격의 포인트는 점유율 플레이를 통한 경기 지배가 아닌, 역습이었다. 그 이유는 역습과 압박 능력이 출중한 리버풀을 상대로 평소처럼 풀백을 높게 올리며 점유율 플레이를 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포커스가 역습에 맞춰져 있어서 그런지 빌드업은 조금 아쉬웠다. 리버풀은 4-3-3 형태로 중앙을 타이트하게 묶으며 압박을 펼쳤는데, 토트넘은 측면에 몰릴 때마다 전방으로 롱킥을 때려버리는 등 소유권을 잃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더 큰 아쉬움은 역습 플레이에 있었다. 토트넘이 못 했다기보다 리버풀이 토트넘의 역습을 잘 막았기 때문에 역습에 포커스를 맞춘 토트넘에게 큰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토트넘은 리버풀이 빌드업 할 때는 미드필더 한명(주로 델리 알리였다)을 한 칸 올려 전방에서 5-2-3 형태로 압박을 펼쳤고, 리버풀이 압박을 풀고 전진하면 다시 미드필더를 내려 5-3-2 형태로 지역수비를 펼쳤다. 5-3-2 형태의 지역수비는 기본적으로 역습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경기 중 토트넘이 최종 수비 라인에 5명을 포진했기 때문에 리버풀은 수적 우위를 통해 박스 근처까지 큰 어려움 없이 전진할 수 있었고, 토트넘은 자신의 진영으로 깊숙히 들어온 리버풀의 공격을 수비한 뒤 전방의 두 선수와 풀백들의 빠른 오버래핑을 톻해 역습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는 토트넘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리버풀은 좌우 풀백을 이용한 빠른 전환을 통해 토트넘의 수비 진영을 좌우로 마구 흔들었고, 토트넘이 역습을 진행할 때도 역습 지연에 매번 성공하면서 토트넘을 패닉 상태로 몰고 갔다.
결국 토트넘은 현실을 직시하고 전반전이 종료되갈 무렵 루카스 모우라를 수비에 적극 가담시키며 5-4-1 지역 수비로 시스템을 전환했다.
측면 전개가 좋았던 리버풀, 하지만.
선제 골을 터뜨린 피르미누
전반전에 리버풀은 쉽게 말해 훌륭했다. 반짝반짝 빛났던 장면들은 모두 측면 플레이에서부터 비롯됐다. 그 이유는 토트넘이 5-2-3 형태로 전방 압박을 펼쳤는데, 측면의 사디오 마네와 살라를 견제하기 위해 풀백들이 시원시원하게 전진하여 압박을 펼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측면 공간에 바이날둠이나 밀너가 흘러내려와 풀백에게 볼을 전달 받은 후 전방으로 전진패스를 할 수가 있었다(측면 전개 플레이). 여기에 피르미누까지 자유로웠다. 피르미누는 미드필더가 측면 공간으로 움직일 때 전방에서 한 칸 내려와 공격 전개를 도왔는데, 이때 토트넘의 센터백들은 피르미누에 대한 견제를 거의 하지 않으며 수비 라인을 지켰기 때문에 피르미누는 큰 어려움 없이 마네와 살라에게 볼을 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건 역시 박스 근처에서의 플레이였다. 물론 토트넘이 백5로 최종 수비 라인을 단단히 유지했기 때문에 찬스를 만들기가 백4를 상대할 때에 비해 쉽지 않았겠지만, 이 문제는 백4를 가동한 다른 팀들을 만났을 때도 나타났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욱 짙었다.
득점 장면 분석
토트넘 수비 상황 시 발생했던 공간들
전반 15분. 첫 골은 리버풀이 터뜨렸다. 로버슨의 얼리 크로스를 이어 받은 피르미누의 멋진 헤더였다. 피르미누가 득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하다. 토트넘은 앞서 말했듯 전반전에 역습 플레이를 위해 5-3-2 형태로 지역 수비를 펼쳤다. 이 덕분에 위 그림처럼 미들 수비 라인의 좌우에 큰 공간이 발생했고, 이 공간으로 아놀드와 로버슨이 전진하여 마음껏 크로스를 올릴 수 있었다. 여기에 한가지 더, 토트넘은 미들 수비 라인에 미드필더가 3명 밖에 없었기 때문에, 백5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이로 인해 최종 수비 라인와 미들 수비 라인의 간격을 촘촘히 유지해야 했다. 이에 라인을 바짝 올린 토트넘의 최종 수비 라인을 리버풀에게 뒷 공간을 자주 노출했고, 리버풀은 풀백을 통해 빠른 전환을 한 후 뒷 공간으로 바로 얼리크로스를 올려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
후반 69분. 모우라가 동점 골을 터뜨렸다. 재밌는 사실은 68분에 산체스와 손흥민이 교체되어 5-3-2에서 손흥민과 해리 케인을 투톱으로한 4-4-2로 전환된 바로 직후 토트넘이 득점에 성공했다. 우연이 아니었다. 손흥민이 들어오기 전, 전방에서 외로웠던 해리 케인은 한결 상대 수비수들의 견제가 줄었고, 손흥민은 전방에서 좋은 움직임을 가져가며 볼 터치가 많진 않았지만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줬다. 모우라가 득점할 수 있었던 것도 박스안에서 손흥민이 공간을 열어줬기 때문에 에릭센의 패스가 모우라에게 전달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버풀의 역전 골은 세트피스에서 비롯됐다. 후반 89분. 왼쪽 코너에서 아놀드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토트넘의 수비진에 걸려 클리어 됐다. 이때 토트넘 선수들이 급하게 라인을 올렸는데 수비 라인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 했고, 살라가 2선에서 침투하여 헤더를 통해 득점에 성공했다. 요리스가 살라의 헤더를 선방하긴 했지만, 그 공은 알더베이럴트의 다리에 맞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포메이션 변화와 교체 전술
리버풀의 포메이션 변화
후반 70분 경. 리버풀은 토트넘에게 동점 골을 허용한 직후 4-3-3에서 4-2-3-1로 포메이션을 바꿨다. 살라를 원톱으로, 바이날둠을 오른쪽 윙어로 포진시켰다. 이는 경기 초반부터 4-3-3 형태로 압박을 계속 펼쳐 와서 체력적으로 지친 선수들을 위한 선택이었고, 동시에 두 명의 미드필더를 후방에 놓아 후방의 코어를 강화시키며 풀백들을 더욱 높게 포진시키기 위함이었다. 리버풀은 이 체제를 통해 후반전에 흔들릴 수 있는 밸런스를 좀 더 가다듬고 최전방의 살라를 통해 빠른 전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교체로 인한 위치 변화
후반 76분. 헨더슨과 밀너를 내보내고 파비뉴와 오리기를 투입시켰다. 이로서 오리기를 왼쪽에 마네를 오른쪽에 포진시키고, 파비뉴와 바이날둠을 후방에 포진시켰다. 이 교체는 엔진을 새것으로 바꿔주는 격이었고, 오리기의 투입을 통해 좀 더 측면을 활성하고자 하는, 공격적인 선택이었다.
4-4-2에서 다시 5-3-2로 전환했던 토트넘
후반 81분. 루카스 모우라 나가고 풀백 데이비스가 들어왔다. 체력적으로 지친 모우라에게 휴식을 부여하면서 데이비스를 넣어 4-4-2에서 다시 5-3-2 형태로 포메이션을 전환했다. 이는 공격적인 선택을 한 리버풀을 상대로 경기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한 수비적인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역습을 노릴 수 있는 선택이었다. 이로 인해 후반 84분경 토트넘은 정말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 수 있었다. 반 다이크 v 시소코와 손흥민. 하지만 시소코는 손흥민에게 패스하지 않고 슈팅을 선택했고, 찬스는 무효로 돌아갔다.
후반 91분. 리버풀이 역전 골을 터뜨린 직후, 토트넘이 에릭센을 빼고 요렌테를 투입했다. 전방의 숫자를 늘리는 동시에 요렌테의 높은 타점을 이용하여 롱볼, 크로스 플레이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리버풀은 살라를 빼고 로브렌을 투입시키며 수비를 강화했다.
우승 경쟁을 계속하게 된 리버풀
그 무엇보다 간절한 프리미어리그 우승
현재 맨시티에게 승점 1점 차로 밀려 2위에 머물러 있는 리버풀. 정말 값진 승리였다. 비록 과도한 공격으로 결정적인 역습 찬스를 한번 내줬고, 아쉬운 박스 수비로 동점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측면, 뒷공간, 롱볼 등 다양한 루트로 끊임 없이 공격을 퍼부은 끝에 경기에서 승리했다.현재 남은 경기는 6경기. 과연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기고: 박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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