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L 심층 분석 ] 첼시가 지는 이유
에버튼에게 2-0 충격패를 당한 첼시
-미스터리한 패배
또 못 이겼다.
첼시는 에버튼의 골대를 쉼 없이 두드리고도 경기에서 패배했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이 나쁜 것도 아니다. 점유율 약 30 v 70으로 경기를 지배했고, 슈팅 숫자도 더 많았으며, 오픈 찬스도 에버튼보다 약 두배정도 많았다. (8 v 14)
그렇다면, 이런 괜찮은 경기 내용을 기록하고도 첼시가 고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점유율을 지배한다고 경기를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사리 감독의 축구 철학
첼시는 앞서 말했듯 점유율 30 v 70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총 슈팅 숫자는 에버튼이 15회, 첼시가 17회로 큰 차이가 없었으며, 심지어 유효 슈팅은 8 v 5로 에버튼이 앞섰다.
문제는 파이널 써드에서 발생했다.
먼저 파이널 써드란 공격 상황에서 상대 페널티 박스 주변을 뜻한다. 첼시는 이번 경기에서 파이널 써드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공격을 전개할 수 있었다. 에버튼이 거세게 압박하기 보다 4-4-2 형태로 지역 수비를 주로 펼쳤기 때문에 파이널 써드까지는 아자르가 있는 측면을 통해 어렵지 않게 공격을 전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첼시가 파이널 써드에 근접했을 때 에버튼은 자신들이 준비한대로 최종 수비 라인과 미들 수비 라인의 공간을 좁게 좁혀 첼시가 좋아하는 짧은 패스의 중앙 연계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했다.
이에 첼시는 측면을 통해 파이널 써드까지 전개를 한 후 중앙에 있는 이과인을 이용하여 아자르와 페드로의 연계 플레이를 펼치려했지만, 번번히 공격이 끊기는 모습을 보였다.
사리의 축구는 요즘 항상 이런 패턴이다. 공격 전개는 큰 어려움 없이 잘 되지만 항상 파이널 써드에서 공격의 흐름이 끊긴다.
이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와 상당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사리와 펩 두 감독 모두 약속된 체계적인 빌드업을 좋아하는 감독이라 그들의 경기를 보면 파이널 써드까지 공격 전개가 수월하게 진행된다.
차이는 역시 파이널 써드에서 나타난다. 펩 과르디올라가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패스는 볼을 움직이기 위한 것이 아닌, 상대를 움직이기 위한 것이다."
맨시티는 흔히 말하듯 상대를 가지고 놀 줄 안다. 파이널 써드에 접근했을 때 무작정 승부를 보려기 보다, 좋은 찬스가 나올 때까지 앞뒤좌우로 패스를 통해 상대를 주무른다.
이런 과정 속에서 11명의 인간으로 이뤄진 상대 팀은 당연히 체력적으로 지치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져 허점을 노출하게 될 수 밖에 없는데, 맨시티는 이 때를 기다리다가 그 허점을 파고든다.
하지만 첼시는 조금 다르다. 파이널 써드에 도착했을 때 상대를 주무른다기보다 상대의 벽을 뚫어내기 위해 1차원적으로 애를 쓴다.
축구에 정답은 없지만 현재의 첼시를 보면 그들의 플레이가 썩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준비성이 철저한 사리 감독의 축구 철학 아래 첼시는 다양한 공격 루트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랜 B를 만들기보다 플랜 A만 가다듬는 사리 감독의 철학 덕분에 상대 팀에게 전술을 읽혀,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첼시는 수비적으로 잘 다져진 팀을 만나면 첼시는 항상 고전한다. 점유율이 높아도 고전한다. 물론 아자르 같이 개인 기량이 출중한 선수를 통해 슈팅 찬스를 만들긴 하지만, 이런 공격 루트로는 EPL에서 우승할 수 없고, 유럽대항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물론 쉽지 않다.
현재 앞으로 남은 첼시의 리그 상대는 대부분 중위권 이상의 팀들이고, 그러므로 수비적으로 안정감이 있는 팀들이다. 현재 리그 6위 첼시. 과연 그들은 남은 경기에서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