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부진 분석] 번리전은 이길 수 있을까?
승리가 불확실한 팀.
요즘 리버풀을 떠올리면 이 느낌이 강하다. 최근 10경기 4승 5무 1패. 승률이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리버풀이 이렇게 부진하는 이유와 곧 있을 번리전이 어떻게 진행될지 경기의 맥을 미리 짚어보자.
-5대0 완승 직후 벌어졌던 0대0 무승부
왓포드에게 5-0 완승을 거둔 직후 에버튼에게 0-0 무승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심지어 왓포드는 에버튼보다 리그 순위도 높았다.
두 경기 모두 똑같이 무실점이었지만, 공격력에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심지어 에버튼전에서는 부상이던 피르미누까지 후반전에 교체로 출전했었다.
먼저 가장 기초적인 문제는 공격 루트였다.
최근 리버풀의 공격 루트를 보면 크로스 시도 횟수가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크로스 횟수가 증가했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다른 공격 루트가 감소하면서 크로스 횟수로 숫자가 몰린 것이라면 상당히 부정적이다.
리버풀이 그렇다. 오픈 찬스메이킹이 줄어들고 크로스가 두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리버풀을 제치고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 철학에서 롱패스, 크로스 플레이는 우선 순위가 낮다.
그의 철학 속에 짧은 패스는 확률이 80% 정도는 되지만 롱패스는 50%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버풀이 거둔 왓포드전에서의 5-0 대승은 양쪽 풀백들의 질 좋은 크로스 덕분이었다.
이 날 5골의 모든 도움이 양쪽 풀백의 크로스에서부터 나왔다. 반대로 보면 크로스 말고는 득점한 공격 루트가 없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왓포드전의 전술 포인트가 크로스였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으나, 최근 있었던 경기들을 미루어보았을 때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크로스가 난무하고 있으니, 의도된 전술이었다고는 보기가 힘들다.
이런 리버풀은 머지사이드 더비에서 에버튼에게 크로스 플레이마저 봉쇄당했다.
에버튼은 크로스를 위한 이상적인 각도를 최대한 줄였고, 백포의 간격 유지와 미드필더의 서포트로 박스의 수비 밀도를 높여 리버풀의 크로스 플레이를 잘 막아냈다.
-단순해진 리버풀
무조건 승리한다고해서 좋은 팀이 아니다.
공격적인 측면에서, 좋은 수비를 무너뜨릴 줄 아는 팀이 좋은 팀이다.
에버튼은 상당히 좋은 수비를 펼쳤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센터백들의 공격수 견제가 아주 타이트했다는 점과 측면 수비에서 수적으로 밀리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피르미누 대신 출전한 사디오 마네는 전방에서 편하게 볼을 잡아 놓을 여유가 별로 없었고, 측면에서 살라의 개인 돌파를 제외하고는 번뜩이는 장면 또한 없었다.
리버풀은 변화가 필요했다.
전반전 내내 10번 역할을 해줄 선수의 부재가 너무나도 뚜렷해보였다.
이 날 미드필더로는 바이날둠, 헨더슨, 파비뉴가 출전했다. 파비뉴가 후방에서 홀딩 미드필더 역할을 해줬고, 헨더슨이 그 앞에서 전방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줬으며, 바이날둠은 최전방을 오고가며 세명 중 10번 롤에 가장 근접한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부족했다.
마네가 최전방에서 볼을 잡을 때 센터백의 압박이 거셌기 때문에 최소한 원터치 플레이를 바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는데, 매번 그는 외로워보였다.
이 때문에 필자는 경기를 보는내내 샤키리와 케이타가 머릿 속에 떠올랐다.
공간 침투 또한 부족했다.
공간 침투는 직접적으로 볼이 연결되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상대 수비 라인의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고, 상대 수비 진영 속에서 공간 창출이 또한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이날 리버풀은 살라와 오리기를 터치라인쪽으로 넓게 벌리고, 중원에 바이날둠, 헨더슨, 파비뉴를 배치했기에 포지셔닝과 선수의 특성상 침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 했다.
결국 공간 창출의 부재로 중원이 더욱 꽉 막힌 리버풀은 이렇게 측면에서 크로스 플레이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다가오는 번리전은?
번리는 수비적으로 잘 다져진 팀이다. 리버풀이 에버튼에게 비긴 경기와 비슷한 맥락의 수비 플레이로 토트넘을 홈에서 2-1로 꺾었다.
번리의 최종 수비에는 벤 미와 타코우스키가 버티고 있는데, 두 선수 모두 제공권이 좋다.
만약 리버풀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크로스 플레이를 펼친다면 좋은 결과를 쉽게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가장 단순한 변수는 스쿼드의 변화다.중원에 케이타나 샤키리가 출전한다면 플레이를 쉽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케이타의 저돌적인 전진성은 상대의 수비 진영 밸런스를 깨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데 유효할 것이고, 샤키리의 창조성은 팀원들에게 연계 플레이의 미끼를 던져주고 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
현재 맨시티에게 밀려 리그 2위로 밀려난 리버풀. 승점이 절실한 그들은 과연 어떤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기고=박원교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