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심층 분석] 토트넘 잡은 그들의 비결. '수비는 섬세하게, 공격은 터프하게'
[EPL 심층 분석] 토트넘 잡은 그들의 비결. '수비는 섬세하게, 공격은 터프하게'토트넘의 5연승 도전을 끝낸 번리상대는 EPL 하위권 번리였다.
해리 케인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은 4연승만에 패배했다.
오늘은 토트넘이 패배한 이유를 차근차근 짚어보도록 하자.
-목적이 뚜렸했던 번리의 플레이양팀 라인업
번리의 전술은 간단히 말하자면 촘촘한 지역수비로 토트넘의 공격 전개를 억제하는 동시에 공격 시엔 롱볼 플레이로 토트넘의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수비는 섬세하게, 공격은 터프하게'.
이것이 번리의 포인트였다.
토트넘은 번리를 상대로 백쓰리 시스템을 통해 완전히 번리를 지배하려 했다. 복귀한 케인과 손흥민을 최전방에 투톱으로 놓고 좌우 윙백을 높게 올리는 동시에 3명의 미드필더로 중원의 밸런스를 유지하고자 했다. 공격적이면서도 밸런스를 유지하며 경기를 지배하려 했던 포체티노의 의지가 토트넘의 포메이션에 가득 담겨 있었다.
하지만, 포체티노의 전술은 경기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빌드업부터 고난이었던 토트넘
토트넘의 빌드업 상황 재연
토트넘은 빌드업의 핵심에 해리 윙크스를 두었고, 그 바로 앞에 에릭센과 시소코를 배치했다. 여기서 포체티노의 의도는 윙크스와 3명의 센터백으로 후방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여 안정적인 빌드업을 시작으로 경기를 운영하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번리는 조직적인 수비를 통해 토트넘의 1차 빌드업 마저 어렵게 만들었다.
4-4-2 포메이션이었던 번리는 수비 또한 4-4-2로 했다. 빌드업 섹터에서 수적으로 2 v 4로 토트넘이 우위를 가져가는데, 번리는 위 그림처럼 윙어의 적절한 압박 타이밍으로 이를 극복했다. 볼이 포이스에게 가면 맥네일이 순간적으로 바짝 붙어 주고, 볼이 베르통헨에게 가면 헨드릭이 바짝 붙어 전개를 방해했다.
측면에서 고립되기 쉬웠던 토트넘
이에 토트넘은 중앙의 에릭센과 시소코가 아닌, 측면의 로즈와 오리에에게 볼을 전달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때 번리는 상대를 측면에 가두는 형태의 수비 포지셔닝을 취하면서 토트넘의 아기자기한 플레이를 저지했다.
-델리 알리의 부재
지난 1월 20일에 있던 풀럼전을 마지막으로 부상으로 결장 중인 알리
번리의 촘촘한 지역수비로 아기자기한 연계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했던 토트넘의 선택은, 결국 측면이었다. 2-3-5 포메이션이었던 토트넘은 양쪽 윙백을 사이드 라인에 바짝 붙여 높게 올렸고, 중앙의 미드필더를 거치지 않고 센터백이 직접 전방으로 볼을 배급하며 공격을 전개했다.
날카로운 패스를 시도해야 했기에, 그만큼 위험도 뒤따랐다. 또 최전방 쪽에서 볼을 받는 쪽은 중앙의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 아닌, 측면의 대니 로즈와 오리에였는데, 이날 번리의 크로스 수비가 정말 안정적이었다. 항상 수비적인 면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번리의 두 센터백 벤 미와 타코우스키는 둘이 합쳐 이날 총 24번의 클리어를 했고, 타코우스키는 경기의 MOM으로 뽑혔다.
이런 상황에서 토트넘의 플레이에 창의성과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선수는 바로 델리 알리였다. 토트넘은 어태킹 써드까지 겨우 전진을 해도,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 번리의 촘촘한 지역수비 안에서 묶여 있었기 때문에 볼을 측면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알리의 출중한 개인 기량과 창의적인 플레이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에게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번리의 적절했던 공격 플레이
이날 양팀의 패스 데이터
번리의 플레이는 말그대로 '적절'했다.
먼저 가장 칭찬하고 싶은 점은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동시에 해야만 했던 플레이를 했다는 점이다. 번리의 최대 장점은 출중한 수비 조직력이다. 공격적인 면에서는 섬세하다기보다 투박하고 공격을 이끌어줄만한 선수가 딱히 없다는 것이 현재 번리의 현실이다.
이에 번리는 '잘'하려기보다, '터프하게' 싸웠다. 상대 센터백 바로 뒷 공간으로 후방에서 롱볼을 쏟아부었고, 전방의 선수들은 끊임 없이 침투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결국 이런 번리의 플레이는 토트넘의 수비 밸런스를 점진적으로 무너뜨렸다. 여기에 코너킥 상황에서 터졌던 크리스 우드의 선제 골은 토트넘을 더욱 흔들기에 충분했다.
깊어져만 가는 포체티노 감독의 고뇌
잘 싸웠던 번리는 결국 이렇게 4연승 중이던 토트넘을 잡았다.한편 토트넘의 남은 일정은 지옥과도 같다. 델리 알리의 부재 속에 지옥의 3연저을 치뤄야하며, 그 뒤에도 리버풀과 맨시티와의 경기 일정이 남아있다.
과연 명장 포체티노는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까?
*토트넘 2~3월 일정
2.28 vs 첼시 (A)
3.02 vs 아스널 (H)
3.06 vs 도르트문트 (A)
3.10 vs 사우스햄튼 (A)
3.31 vs 리버풀 (A)
기고 : 박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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