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BA 칼럼 ] 공간과 속도 그리고 효율적인 공격
호쾌한 슬램덩크를 시도하는 아데토쿤보
최영준 농구 전담 스포츠 에디터([email protected])
▶ 1라운드 패배자, 밀워키 벅스
마이크 부덴홀저가 5월 밀워키 벅스의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부덴홀저는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이끄는 젊은 선수단을 물려받았다. 2000-01시즌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한 이후, 동부 컨퍼런스 1라운드를 벗어나지 못했던 밀워키는 감독을 바꿈으로서 평범한 성적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고대했고 부덴홀저가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주길 기대했다.
2000년대 밀워키 벅스 플레이오프 성적
2000-01시즌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3-4 패배,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2002-03시즌 동부 컨퍼런스 1라운드 2-4 패배, 뉴저지 네츠
2003-04시즌 동부 컨퍼런스 1라운드 1-4 패배,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2005-06시즌 동부 컨퍼런스 1라운드 1-4 패배,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2009-10시즌 동부 컨퍼런스 1라운드 3-4 패배, 애틀랜타 호크스
2012-13시즌 동부 컨퍼런스 1라운드 0-4 패배, 마이애미 히트
2014-15시즌 동부 컨퍼런스 1라운드 2-4 패배, 시카고 불스
2016-17시즌 동부 컨퍼런스 1라운드 2-4 패배, 토론토 랩터스
2017-18시즌 동부 컨퍼런스 1라운드 3-4 패배, 보스턴 셀틱스
*이 외 시즌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 변화가 필요한 시기, 부덴홀저의 부임
18년 동안이나 컨퍼런스 1라운드를 못 벗어난 밀워키는 변화가 필요했다. 부덴홀저는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아데토쿤보의 전무후무한 특별한 재능을 이용해서 보다 새롭고 보다 현대적인 공격 전략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부덴홀저 부임 후 밀워키는 117.2점의 평균 득점으로 동부 컨퍼런스 최다 득점 팀 1위에 올라있다. 서부까지 포함하여 리그 전체로 확대해도 평균 득점 2위에 랭크되어 있다.*1 최근 12경기에서 11승을 거뒀으며*2 이미 동부 컨퍼런스 라이벌인 보스턴과 필라델피아, 토론토까지 잠재웠다. 올 시즌 누가 뭐라해도 동부에서 가장 위협적인 전력을 보유한 팀은 밀워키 벅스다.
어떻게 이런 짧은 기간만에 팀이 확 변화할 수 있었는가? 프리시즌 부덴홀저는 팀의 공격 전술을 확 바꿔놓을 한 가지 중대한 사안을 발표했다.
"감독님은 우리에게 더 많은 3점을 쏘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3점을요." - 밀워키 가드 말콤 브로그단, 애슬래틱과의 인터뷰.
지난 시즌 밀워키는 매 경기 평균 24.7개의 3점을 시도했다. (3점슛 시도, 리그 25위) 3점은 웬만하면 시도하지 않았고 밀워키 보다 3점을 적게 쏘는 팀은 인디애나, 샌안토니오, 새크라멘토, 뉴욕, 미네소타 뿐이었다. 그러나 부덴홀저 부임 후, 평균 37.8개의 3점을 시도하고 있고 이는 NBA 전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3
마이크 부덴홀저, 애슬래틱과의 인터뷰
부덴홀저는 최대한 많은 3점을 시도하길 원했다. 그리고 가장 효율적인 공격을 추구했다. 효율적인 공격이라면 쉽게 많은 득점을 올리는 것. 효율적으로 득점을 올리는 방법은 페인트존이나 프리드로우 라인 같은 최대한 골밑에서 가까운 구역에서 슛을 시도하는것, 그리고 3점이다. 그는 선수들의 슛 셀렉션을 변화시켰다.
(좌) 지난 시즌 밀워키 팀 전체 FGA 위치, (우) 올 시즌 밀워키의 팀 FGA 위치 그림=NBA
골 밑 바로 근처 구역과 3점 라인에서 훨씬 더 많은 슛을 시도하여 진한 색상으로 표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올 시즌 밀워키는 슛을 시도하는 로케이션을 현대화 시키기 위해 다른 팀들 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득점 성공률이 가장 높은 구역인 림에서 가장 가까운 곳과 득점 기대치가 가장 높은 림에서 가장 먼 곳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이다. 페인트존 장악력이 뛰어난 아데토쿤보와 브룩 로페즈 같은 3점을 장착한 선수들의 생산력을 동시에 극대화 할 수 있는 부덴홀저의 시스템 설계다.
그 결과 지난 시즌 보다 3점 시도는 53% 증가하였으며 림에서 제일 가까운 로우 포스트와 미들 포스트(림에서 10FT이내)*4 에서 시도한 슛은 25% 증가하였다.*5 심지어 올 시즌 밀워키의 2점슛 시도 평균 거리를 계산해 보면 5FT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는 림에서 제일 가까운 로우 포스트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구역이다.*6 이는 모든 선수들이 골 밑이 아니면 2점슛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당연히 미들 점퍼의 비중은 크게 감소했다.
NBA 정식 코트 규격 사이즈
밀워키의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슛을 시도하는 거리 변화는 NBA 그 어떤 팀과 비교해도 가장 컸고 한 시즌만의 이 정도의 수치 변화는 NBA가 선수들의 슛 거리와 슛 셀렉션을 기록하기 시작했던 2001-2002시즌부터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급격한 변화다.*7
▶ 효율성을 위한 두 가지 요소, 공간 그리고 속도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부덴홀저는 공간과 속도라는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밀워키는 공간을 이용하는 공격 철학을 완벽하게 이행하고 있으며, 이는 공격 효율성의 인상적인 증대로 이어졌다.
4명의 선수가 외곽에서 대기함으로서 공간을 확보한다
부덴홀저는 코트에서의 공간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밀워키의 공격은 다섯명의 선수가 3점 라인 밖에 있는것으로 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3점 라인을 4명의 선수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감싼다.
4명의 선수가 외곽에 서 있으면서 담당 수비들을 밖으로 끌어내면 개인 기량이 출중한 아데토쿤보가 공격할 인사이드 공간이 생기게 된다. 아데토쿤보를 막기 위해 더블팀 혹은 트리플팀이 들어오게 되면 외곽에 서 있는 동료들에게 패스하고 이는 기대 득점값이 가장 높은 3점슛을 오픈 찬스로 시도할 수 있게 된다. 3점을 막기 위해 외곽 수비에 치중하면 아데토쿤보에게 골 밑에서 쉽게 득점을 내주게 되고 아데토쿤보를 막으러 들어가면 3점을 얻어 맞게 된다.
딱 맞는 전술을 입게 된 아데토쿤보는 날개를 달았다. 인사이드의 빈 공간을 가차 없이 공격했으며 10FT 이내 야투 시도는 지난 시즌 10.1개에서 올 시즌 12.1개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안드레 드러먼드를 제외한다면 리그 최고 수치다. 드러먼드가 전통적인 역할의 센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실질적으로 리그 전체에서 아데토쿤보가 골 밑에서 가장 많은 샷을 시도하는 것이다.
야투성공률도 다른 선수들과 비교가 안된다.
2018-19시즌 10FT 이내 최다 FGA 순위 & FG%
1위 안드레 드러먼드 FG 55.6%
2위 야니스 아데토쿤보 FG 70.6%
3위 클린트 카펠라 FG 63.6%
4위 앤서니 데이비스 FG 57.9%
5위 벤 시몬스 FG 59.8%
이 수치들은 아데토쿤보의 기량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지만 인사이드에서 손 쉬운 공격 기회가 많이 창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경기당 드라이브 시도 갯수 역시 지난 시즌 11개에서 올 시즌 13개로 크게 증가했다.
아데토쿤보의 드라이브 인에 이은 킥 아웃 패스로 3점 찬스가 생기는 과정
아데토쿤보가 킥아웃 해준 패스는 3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데토쿤보의 어시스트 기록 역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있다. 공격 점유율을 뜻하는 USG%는 지난 시즌과 동일하지만 어시스트 갯수는 4.8에서 5.8로 증가했다.
굉장히 인상적인 부분은 아데토쿤보가 코트에 있을 때, 팀 전체의 성공한 3점슛 81.5%를 아데토쿤보가 어시스트를 한다는 것이다. 아데토쿤보에게 수비가 집중되어 완전한 오픈 찬스일 때 킥아웃 패스를 해주기 때문에 3점이 성공될 확률 역시 굉장히 높은 것이다.
▶ 빠르게 더 빠르게!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빠른 공격이 수반되어야 한다. 상대의 수비가 제 모습을 갖추지 못 했을 때 공격해야지 공간 확보가 용이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덴홀저는 공을 소유하게 된 시점부터 빠른 공격 전개를 주문했다. 밀워키의 한 번의 공격 포제션 당 소모하는 시간은 지난 시즌 14초 가량에서 올 시즌 13.1초 정도로 감소 했다.
밀워키 팀 PACE
올 시즌 : 103.13
지난 시즌 : 97.16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데도 아데토쿤보의 역할이 크다. 부덴홀저는 아데토쿤보가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즉시 성큼 성큼 드리블해서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것을 주문했다.
아데토쿤보가 코트에 있을 때의 PACE
올 시즌 : 106.04
지난 시즌 : 98.30
수비 성공으로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아데토쿤보.
다른 움직임은 배제한 채, 상대 림을 향한 직선 방향으로 빠르게 드리블친다.
다른 네 명의 선수들은 외곽으로 빠져 자신들의 공간을 확보한다.
아데토쿤보가 상대의 하이포스트에 진입하는데 5초의 시간만 소모됐다.
빠른 트래지션에 당황한 상대 수비는 인사이드에 몰리게 된다.
골 밑이 여의치 않자 외곽 빈 공간으로 공을 빼주는 아데토쿤보
아데토쿤보가 수비 리바운드를 잡자마자 바로 드리블로 상대 진영으로 넘어 갔다. 신장 조건이 워낙 좋고 운동신경까지 좋기에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침투할 수 있다. 단 5초만에 상대의 하이 포스트까지 진입했으며 수비 진영이 미처 갖춰지지 못한 포틀랜드의 선수들은 당황한 채 아데토쿤보에게 시선을 모두 빼앗겨 버린다.
그로 인해 외곽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된 나머지 네 명의 선수들은 오픈 찬스를 맞게 된다. 아데토쿤보는 골 밑이 빡빡하자 외곽으로 킥아웃 패스를 하게 되고 단 6초만에 밀워키는 3점을 성공시키게 된다. 위와 같은 업템포 농구로 밀워키는 지난 시즌 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보유하게 되었다.
빨라진 밀워키의 공격 전개*8
지난 시즌 → 올 시즌
6초-9초 16.5% → 20.6% (빠른 공격)
9초-14초 42.6% → 43.9% (평균 공격)
14초-20초 10.1% → 7.6% (느린 공격)
20초-24초 8.9% → 7.7% (매우 느린 공격)
부덴홀저가 몰고 온 현대적인 전술과 원칙으로 밀워키는 코트위에서의 공간과 속도를 확보하면서 아데토쿤보와 같은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까지 최대치로 끌어 올리고 있다. 밀워키는 올 시즌 동부 컨퍼런스 1위 자리를 리그 초반부터 꾸준하게 지키고 있으며 2001년 이후 컨퍼런스 1라운드를 벗어나지 못했던 아픔을 뒤로하고 컨퍼런스 우승, 더 나아가 NBA 파이널까지 유력하게 넘보고 있다.
올 시즌 밀워키가 NBA 파이널 무대에 진출하게 된다면 1971년 이후 약 50년 만에 쾌거를 달성하게 된다.
*1 1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118.7점
*2 2019년 2월 7일 기준
*3 1위 휴스턴 로켓츠, 44.3개
*4 10FT=3.04M
*5 2017-18시즌 밀워키 10FT 이내 FGA 33개, 2018-19시즌 10FG 이내 FGA 41.4개
*6 로우 포스트 : 림에서 3FT 이내 구역
*7 2017-18시즌 밀워키 2PA AVG DISTANCE : 7.5FT, 2018-19시즌 밀워키 2PA AVG DISTANCE : 5.0FT
*8 공격이 끝날 때까지 소모한 샷 클러치 시간
글=최영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기록 : nba.com, basketballreference, espn.com, yahoosports, covers.com, sportsbettingstats, rotogri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