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L 심층 분석 ] 리버풀이 현재 프리미어리그 선두인 이유
[ EPL 심층 분석 ] "리버풀이 현재 프리미어리그 선두인 이유"
Liverpool FC. 현재 EPL 21경기 17승 3무 1패, 1위.
1989년 이후 리그 우승이 없는 EPL 명문 구단 리버풀. 한국 축구 팬들에게 소위 '리중딱'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추락하던 그들이 이번 시즌 진정한 '강팀'으로 돌아왔다.
-리그 중위권이 두려웠던 지난 시즌의 리버풀
위르겐 클롭 (현 리버풀 감독 4년차)
먼저 지난 시즌 리버풀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전방 압박'이었다.
일명 게겐 프레싱으로 전방 압박 직후 빠른 역습으로 상대의 공간을 파고 드는 것이 지난 시즌 리버풀의 장기였다. 이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선 전방에 발 빠른 3톱을 놓아야 했고, 또 상대를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몰아내는 압박을 펼쳤기 때문에 압박시 중앙을 튼튼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드필더들의 간격을 아래 그림처럼 좁게 유지했다.
17-18 시즌 리버풀의 주 전방 압박 형태
이렇게 상대를 중앙으로 몰아 압박한 후 역습을 펼치는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4-3-3이 제격이었다. 그리고 이전까지 현대 축구에서는 상대를 측면으로 몰며 압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당시 EPL에 새롭게 등장한 이 전술의 효과는 정말 좋았다.
하지만, 축구는 11명의 선수가 90분 동안 뛰는 게임. 리버풀 선수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90분 내내 압박을 펼칠 수 없었고, 경기가 후반으로 갈 수록, 리그가 막바지로 치닫을 수록 리버풀은 좋은 경기력을 그대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결과 토너먼트로 진행된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정말 좋은 결과를 냈지만 체력 관리가 중요한 리그에서는 아쉽게 4위로 마무리 했다.
-'역대급'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이번 시즌
(왼쪽부터) 샤키리, 케이타, 파비뉴, 알리송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달성한 리버풀은 그 기세를 등에 엎고 나비 케이타(전 RB라이프치히), 파비뉴(AS모나코), 제르단 샤키리(스토크 시티), 알리송 베커(AS로마)를 영입했다. 모두 빅 샤이닝까지는 아니었지만 각자 자신의 팀에서 훌륭한 폼을 유지하고 있던 터라 많은 축구 팬들로부터 큰 기대를 불러 모았다.
그렇다면 리버풀은 이들과 함께 어떻게 변화했을까?
지난 시즌(좌)과 이번 시즌(우)의 베스트 11 비교
스쿼드 상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의 눈에 띄는 차이는 포메이션과 미드필더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더 큰 차이는 경기장에서 드러났다. 클롭 감독은 과감하게 플레이 스타일을 변경했다. 아니, '진화'시켰다.
지난 시즌 리버풀의 키워드가 '전방 압박'이었다면, 이번 시즌은 '경기 밸런스'였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초반 주 포메이션을 4-3-3에서 4-2-3-1로 바꿨는데, 단순히 숫자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좌)과 이번 시즌(우)의 공격 형태 비교
위 그림을 보면 확실히 전방 쪽에 공격 자원이 풍부해졌고 측면과 더불어 중앙에도 선수들의 밀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더욱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면서도 중앙의 밀도를 높여 공수 전환시 중앙에서의 압박을 더욱 타이트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첫번째 큰 차이점은 4-3-3이었을 때는 후방 빌드업 시 한 명의 홀딩 미드필더를 놓았지만, 4-2-3-1에서는 두 명의 홀딩 미드필더를 놓는 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파비뉴의 안정적인 볼 키핑 능력과 패싱 능력이 더해져 전보다 더 튼튼한 빌드업 스트럭쳐를 형성하게 되는데, 덕분에 양쪽 풀백이 마음 놓고 전방으로 높게 올라 갈 수 있게 됐다.
또 이로 인해 마네와 샤키리가 측면에 국한될 필요 없이 중앙과 전방을 마음껏 휘저을 수 있게 됐고, 원래 클래식 윙어가 아닌 프리롤을 좋아하는 샤키리는 이 전술 속에서 훌륭한 폼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살라 또한 전방과 측면에서 고립되는 상황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피르미누도 더욱 튼튼해진 빌드업 스트럭쳐와 전방에서의 풍부한 서포트로 자신의 장기인 연계 플레이를 더욱 살릴 수 있게 되었다.
케이타는 지난 시즌 리버풀에 없던 '전진성'을 팀에 심어줬다. 공간을 찾아 침투하고, 드리블을 통해 직접 볼을 전진시키는 플레이. 이는 지난 시즌 리버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플레이였다. 이런 케이타의 플레이는 리버풀의 플레이와 전술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또 여기에 알리송 얘기를 빼면 정말 섭섭하다.
리버풀은 현재 21경기 10실점 중이다.
시즌 초반 900억이 넘는 이적료로 골키퍼 역사상 최고의 이적료의 주인공이 된 알리송.
그가 있었기에 리버풀은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20라운드가 지나는 시점에서 8실점 밖에 내주지 않은 최초의 팀이 될 수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빌드업 상황에서 알리송의 패싱 능력은 빛을 발한다.
시즌 초반 빌드업 과정에서 조금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후방에서 안정적인 패싱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덕분에 리버풀은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더욱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됐고, 심지어 가끔 선보이는 알리송의 장거리 패스는 리버풀에게 좋은 찬스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리버풀이 안고 있는 문제
지난 울버햄튼 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 시작 3분만에 교체된 로브렌
현재 승점 4점 차로 EPL 선두를 지키고 있는 리버풀에게도 몇가지 문제가 존재하는데
첫 번째는 역시 수비수들의 부상이다.
최근 로브렌이 햄스트링 부상을 입으면서 현재 남아 있는 센터백 자원은 버질 반다이크 뿐이다. 아직 부상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조엘 마팁과 조셉 고메즈가 부상으로 완전히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이 시점에서 그의 부상은 리버풀에게 큰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될 시 센터백 자원으로 내릴 수 있는 자원으로 파비뉴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데, 그가 중원에 있지 않을 때의 경기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파비뉴가 센터백으로 출전한 지난 울버햄튼 전에서 리버풀은 2-1로 패배했다.
마누라 콤비. (왼쪽부터) 살라, 피르미누, 마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쓰리톱은 거론되고 있는 그들은 좋은 체력을 갖고 있지만, 그들도 역시 인간이므로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할 순 없다. 하지만 아직 리버풀에는 이 세명의 콤비네이션을 대체할 만한 자원이 없다는 것이 문제, 만약 셋 중 한명이라도 부상을 당한다면 클롭 감독은 뒷 목 잡고 쓰러질 것이 분명하다.
또 챔피언스리그 일정과 겹치는 리그 일정에서는 이 마누라 콤비가 함께 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데, 지난 시즌 딱 이 시기에 리버풀은 약팀들을 상대로 무승부를 많이 기록하며 승점을 제대로 챙기지 못 했었다.
옆 모습이 더 자신있는 피르미누와 마네
여러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 30년 만의 EPL 우승을 꿈꾸며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 리버풀.
과연 그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당당히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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