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화 이글스는 피츠버그처럼 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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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0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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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8 (일) 10:40

                           
지난 5월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1회 초 한화 채은성이 3점 홈런을 친 뒤 홈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전 감독은 6연패 수렁에 빠지고 최하위로 추락한 지난 5월 초,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서 '희망'을 이야기했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수베로 감독은 "땀을 흘려 씨를 심는 과정을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결실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계속해서 과정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베로 감독은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팀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예로 들었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에 그쳤던 피츠버그는 올 시즌(5월 24일 현재) 25승 22패 승률 0.532로 지구 1위에 올라 있다. 수베로 감독은 "피츠버그는 최근 2년 연속 100패 이상을 한 약팀이었지만 과정에 충실했던 결과로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한화도 피츠버그처럼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였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은 한화가 피츠버그처럼 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화는 지난 5월 11일 밤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고 최원호 퓨처스(2군) 감독을 신임 사령탑에 선임했다. 수베로와 한화의 동행은 예정보다 짧은 2년5개월여 만에 끝났다.

수베로 감독 경질은 사실상 한화의 '한국식 리빌딩 실험'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한화는 최하위로 추락한 2020시즌 후반부터 메이저리그식 리빌딩 실험을 시작했다. 그간 성적이 부진한 팀의 핑곗거리로 쓰였던 '리빌딩'을 제대로 진행해보겠다는 선언이었다. 나이 많은 베테랑 선수는 남김 없이 팀에서 내보냈다. 대신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 위주로 로스터를 구성했다. 2021시즌을 앞두고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고, 1군 코칭스태프 주요 보직도 외국인으로 채웠다.

수베로 감독 임기 초반 한화는 '실패할 자유'를 외치며 젊은 선수들에게 과감한 도전을 주문했다.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타자의 타격 성향에 따라 수비 위치를 조정하는 것), 신인 타자에게 100타석 보장 등 여러 파격적 실험도 진행했다.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비록 성적은 2년 연속 꼴찌에 그쳤지만 구단 안팎에서는 희망을 봤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미디어에서도 긍정적 평가 일색이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순조롭게 이어진다면 금방이라도 밝은 미래가 찾아올 것처럼 보였다.

3년째 최하위, 헤어질 결심으로

그러나 꼴찌를 향한 갈채는 오래가지 않았다. 수베로 임기 첫해 우호적이었던 여론이 지난해부터 조금씩 비판적인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2년 연속 바닥을 쳤으니 반등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한화의 성적은 더 깊은 곳을 향해 추락했다.

초반부터 압도적 꼴찌에 그친 한화는 2021년(49승, 승률 0.371)보다 더 형편없는 성적(46승, 승률 0.324)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노시환, 강재민, 김민우 등 기대했던 '수베로 키즈'들은 성장이 정체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수베로 체제의 히트상품인 수비 시프트도 '약발'이 첫해만 못했다. 여기에 전력의 반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수들이 줄부상에 시달리면서 마운드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후반기 들어 야구계에서는 한화 감독의 교체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후보 이름도 거론됐다. 어렵게 재신임을 얻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시한부였다. 올해마저도 초반 꼴찌에 그치자 결국 한화는 수베로 감독과 헤어질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수도권 A구단의 핵심 관계자는 "KBO리그 환경에서 팀의 최하위 성적이 용서받을 수 있는 인내의 한계는 채 2년도 되지 않는다. 기껏해야 1년 정도가 한계"라고 지적했다. KBO리그는 10개 구단 중에 5개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시스템이다. 10팀 중에 5위만 해도 체면을 세울 수 있다. 팀의 성적 변동 폭도 큰 편이다. 2020년 9위로 추락했던 SSG 랜더스(당시 SK)는 이듬해 6위로 점프한 뒤 2022년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최하위 팀 NC 다이노스도 2019년 5위를 거쳐 2020년 첫 통합우승을 이뤘다.

이런 환경에서 3년 연속 최하위 성적과 그에 따르는 온갖 모욕을 참고 견딜 모기업은 드물다. 당장 팬들부터가 참지 못한다. 수베로 감독에게 주어진 3년 계약은 3년 내내 실패할 자유가 아니었던 셈이다. 특히 올 시즌을 앞두고는 FA(프리에이전트)와 각종 외부 영입에 120억원을 투자한 터라 외부의 객관적 평가와는 별개로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었다. 최근 들어 수베로 감독의 경질에 반발하는 여론이 힘을 얻는 분위기지만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수베로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이 우세했다.

지난 5월 16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인근 도로에서 한화 이글스 일부 팬들이 프런트를 규탄하며 트럭 시위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리빌딩한 한화 vs 리툴링한 롯데

A구단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한국에서는 '탱킹'(시즌 운영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다음 해 좋은 신인을 영입하는 전략) 방식의 전면적 리빌딩은 불가능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야구에서는 루키리그부터 싱글A, 더블A, 트리플A까지 최대 7단계에 걸쳐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 이뤄진다.

반면 한국의 팜 시스템은 퓨처스리그 하나만 존재하며 여기엔 만 19세 신인부터 30대 노장까지 온갖 선수가 뒤섞여서 뛰고 있다. 미국처럼 선수를 단계별로 육성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지방구단 한 스카우트는 "이정후, 강백호 등 특급 선수들은 엄밀히 말해 2군에서 육성한 선수가 아니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1군 무대에 적응해 성공을 거둔 선수들이다. 각 구단 스타 중에 정말로 2군에서 키웠다고 할 수 있는 선수가 과연 몇이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선수 수급에도 제약이 많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전력에 빈 곳이 생기면 트레이드, FA 영입, 룰5 드래프트(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드래프트), 국제선수 시장, 웨이버 클레임(웨이버 공시된 선수와 협상할 수 있는 제조) 등을 통해 언제든 대체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전 선수와 유망주를 바꾸는 식의 창의적인 트레이드는 불가능하며, FA를 데려오려면 보상선수 반대급부를 내줘야 한다. 한국형 룰 5 드래프트라는 '퓨처스 FA'는 제대로 시행도 못 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기껏 경험치를 먹여 키워 놓은 선수가 군대에 가거나 예기치 않은 징계와 출전정지 철퇴를 맞거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변수로 육성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많다. 한화의 경우 20대 주력 선수 대부분이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주전 유격수는 음주운전으로 징계 중이다. 겨우겨우 어렵게 한 걸음 앞으로 가면, 다음에는 두 걸음 후퇴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화 야구단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B 구단 운영팀 관계자는 "3년 전부터 한화가 진행한 여러 실험과 시도는 사실 다른 구단에서도 대부분 다 하고 있는 것들이다. 다른 구단도 다 한화만큼 퓨처스리그 훈련시설에 신경 쓰고, 육성 시스템 만들고, 첨단 장비 도입하고,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고 있다. 오히려 한화보다 더 잘하고 있는 구단도 많다"고 지적했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리빌딩 성공사례인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타 구단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분석 역량을 무기로 경쟁 우위를 차지했다. 스몰마켓 구단의 대표 격인 탬파베이 레이스도 다른 구단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블루오션'을 한발 앞서 찾아내는 운영진의 역량이 돋보인다.

그러나 한화 구단의 역량은 아직 기존 상위권 구단에 미치지 못한다. 과거에 비해선 훨씬 나아졌다고 하지만 이제 막 프런트 오피스가 체계를 갖춰가는 단계라서 부족한 점이 많다. 한화가 좋은 신인을 뽑으면 다른 구단도 다 좋은 신인을 뽑는다. 한화가 선수 육성에 투자하는 만큼 다른 팀도 육성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한화가 다섯 걸음 앞으로 나가면, 앞서 가는 구단들도 대여섯 걸음씩 달려 나간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영원히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제논의 역설' 같다. 한화와 달리 리빌딩이 아닌 '리툴링(Retooling·주축 구성원이나 시스템을 대체로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수의 몇몇 요소들만을 바꾸어나가는 방식)'을 선택한 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초반 리그 선두를 다투는 강팀으로 올라섰다.

"유명 야구인들, 한화 감독 자리 노려"

한화의 리빌딩 프로젝트는 이대로 실패로 끝나는 것일까. 아직은 속단하기 이르다. 한화는 수베로 감독 경질 전 마지막 6경기에서 5승 1패를 기록하며 뚜렷한 반등 조짐을 보였다. 최원호 감독 체제로 치른 최근 10경기에선 3승 2무 5패로 승률 0.375다. 승률만 봐선 수베로 감독이 남긴 승률(0.367)과 큰 차이가 없지만 경기력과 팀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게 구단 안팎의 평가다. 한화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수베로 감독이 떠난 뒤 한동안 서운해 하는 선수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살아났다. 최원호 감독의 리더십이나 야구 철학이 기존 외국인 코칭스태프와 차이가 크지 않고 이미 감독대행과 퓨처스 감독으로 일하면서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 팀이 빠르게 안정을 찾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한화는 내년 시즌이 기대되는 팀"이라며 "문동주, 김서현에 올해 1순위로 장현석(용마고)까지 지명하면 리그 최고의 강속구 트리오를 보유하게 된다. 외국인 선수만 잘 뽑으면 내년 시즌에는 중위권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 평가했다.

이에 최원호 감독 선임 전까지만 해도 여러 유명 야구인이 한화 감독 자리를 노리고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전직 감독들이 한화 감독으로 온다는 소문이 많았다. 이 중에는 권위적 리더십으로 알려진 지도자, 구단 기조와는 맞지 않는 야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칫 지난 몇 년간 어렵게 쌓아온 성과가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었다"면서 "최원호 감독 부임으로 기존 구단의 방향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변화를 줄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화식 K-리빌딩의 성패를 확인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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