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를 뺑이치게 만든 사건의 원흉부터 공개한다...
 
 
만난지 얼마 안된 여친 생일에 감동주려다가 전국 방랑자 될 뻔한 썰이다.
 
 
너네는 ㅅㅂ 나처럼 여자한테 눈 돌아가서 대책없는 아이디어 내지마라..
 
 
 
여친이랑 사귀던 날 고백하기 직전에 동기들이 찍어준 사진이 있는데
 
 
만난지 얼마 안됐지만 여친이 사귄 첫 날의 분위기가 좋았는지 아직도 가끔 얘길 꺼내더라ㅋㅋㅋㅋ
 
 
그 얘기를 들으면서 왠지 이번 생일 축하 선물로
 
 
우리가 만난 첫날을 그대로 똑같이 재연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땐 ‘와 ㅅㅂ 나만한 로맨티스트는 없다.’
 
 
‘작전 개지렸다’ 하면서 감탄했는데 챙길게 한두개다 아니더라 ㅅㅂ
 
 
그렇게 하나 둘 시작했지...
 
 
일단 고백 당시 사진 찍은 장소가 학교 근처 공원 같은 곳이였는데
 
 
뭐 가게나 건물 이런게 아니라서 이건 섭외가 힘들진 않았다
 
 
혹시 몰라 지도 거리뷰까지 켜가며 아직까지 그대로 있는거 확인 완료
 
 
 



(고백 장소 선택 ㅅㅌㅊ??)
 
 
 
 
사진 속 입고 있는 옷이 문제였는데 얼마 안됐지만 자취방 좁은데로 옮기면서
 
 
버린 옷이 반인데 딱 그 옷들이 포함되어있었다 ㅅㅂ 왜 그랬을까
 
 
결국 구매내역 들어가서 똑같은 옷으로 다 주문했다 장바구니 넣으면서 약간 현타옴ㅋㅋㅋㅋ
 
 
여친은 최근에도 사진 속에 옷 몇 번 입고 나온거 봤었고
 
 
그거 입고 와달라면 조금 투덜대다가 입고 나와줄 애라 따로 안샀다.
 
 
 
무튼 장소랑 의상은 해결된 것 같아서 엑스트라 섭외에 돌입했다.
 
 
사진에 나랑 여친만 나왔고 동기들은 안 찍혔지만 그 때 분위기를 재연하려면 필요했다
 
 
여친이 아무생각 없이 애들이랑 어울려 놀 때가 좋았다면서
 
 
바빠서 애들 얼굴 안본지 오래됐다고 말한것도 생각나서 놀라게 해주고 싶었다.
 
 
 
 
예상대로 동기새끼들은 별ㅈㄹ을 다하냐며 귀찮게 하지말고 선물이나 쳐사러 가라고 했지만
 
 
이미 옷도 사버린 상태고 여기서 물러날 수 없었고 오기가 생겼다.
 
 
앞으로 술 사는거 3번은 다 내가 사는걸로 약속하니까 닥치고 알겟다더라;; ㅅㅂ
 
 
 
 
이정도까지 오니까 진짜 진지하게 꼭 성공하고 싶어졌다...ㅋㅋㅋㅋㅋㅋ
 
 
ㅈㄴ 결의에 차서 그 날의 사진을 다시 꼼꼼히 살폈지.
 
 
노상깐거라 특별히 준비할 건 없었고 편의점에서 샀던 술들, 배달 음식만 준비하면 완벽이였다.
 
 
 
 
와중에 다행인건 그 때 시켜먹은 치킨이랑 과자는 걍 다 구할 수 있는거였다
 
 
이렇게 쉽게 풀리면 어쩌자는건지 여친이 좋아하면 기념일 시즌마다
 
 
이렇게 해줘야겠다 행복회로 돌리면서 마무리 지으려는데 예상치 못한 빌런이 있었다.
 
 
 
 
그 날 편의점에서 사왔던 캔맥이였는데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집 근처 편의점
 
 
몇 군데 전화돌려서 물어봤다. 근데 재고가 없다네..?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걍 비슷한 걸로 준비할까 했는데 여친이 그림이 예뻐서 사보자고 했던거랑
 
 
쓴거 잘 못먹는애가 이건 맛있다면서 한 캔 다 비웠던걸 내 짱구가 기억하고 있어서
 
 
딴건 못구해도 이건 무조건 구해야 되겠더라.. 사실 이 때 옷만 사고 기분좋게
 
 
포기했어야 됐다.ㅋㅋㅋㅋㅋㅋㅋ
 
 
 
 
재고없다는 편의점 사장님들 말에 역으로 왜 없는거냐고 물어봤는데
 
 
네..? 잘 나가니까…. 없겠죠 손님..? 하면서 약간 날 ㅂㅅ으로 보는 듯 했다.
 
 
거의 이거였음ㅋㅋㅋㅋㅋ
 
 

 
 
아무튼 내가 출몰하는 곳 근처로는 싹 다 전화하고
 
 
가까운덴 직접 가보기도 했는데 없었다. 슬슬 열이 받더라 이 새끼 뭔데 없어 이거..?
 
 
나 혼자만 모르는 뭔가 있는건가 하고 검색했더니
 
 
ㅅㅂ 이게 최근에 구하기 힘들다는 맥주라는거임...


진짜 여기만 텅 비었음..;;
 
그땐 하필 이걸 골랐던 여친이 원망스럽더라...
 
구하기 힘들다니까 약간 뭐랄까 옛날에 포켓몬빵 구하러 다닐 때 그 전투력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 (악덕기업 SPC 아웃)
 
 
나말고 다른 새끼들도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단거 아니냐
 
 
남들은 그냥 난리라길래 그냥 궁금해서 찾는거지만 나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기에
 
 
더 열심히 찾아야됐다. 편의점만 보이면 문 열어 제끼고 옥토버훼스트 바이젠 맥주 있냐고
 
 
물어보고 다녔는데 나중엔 약간 신기루처럼 식당도 편의점으로 보이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와중에 맥주 이새끼 이거 이름은 ㅈㄴ 길어서 입이 아파질 지경이라
 
 
앨범에 맥주 사진 담고 다니면서 편의점 알바랑 눈 마주치면 사진 먼저 들이댔다
 
 
이 단계도 반복하니 번거로워서 버튼만 누르면 사진 보여줄 수 있게
 
 
잠금화면으로 바꿨다 시발…… 몇 몇 알바들은 다짜고짜 들어가서 핸드폰 먼저 눈에 들이대니까
 
 
경찰인줄 알았다고 놀랐다고 하더라 ㅅㅂ
 
 
 
 
여친 생일은 점점 다가오고 포기할 무렵 습관처럼 맥주이름 네이버에 검색하던 어느 날
 
 
누가 맥주 먹고 올린 후기가 있더라…
 
 
아니 시발 우리동네에는 없는 맥주를 네 캔이나 구해서 먹었더라고
 
 
그 편의점 어디있는거냐고 물어보면 나같아도 무서워서 안알려줄 것 같았고
 
 
블로그 전체글 다 뒤져갈 때쯤 집 근처 편의점에서 산 다른 물건 후기랑
 
 
일상 사진 배경들 조합해서 지역이랑 어디 쪽인지 유추해냈다.
 
 
위치는 동탄... ㅅㅂ 그 맥주새끼 잡아 조진다 내가
 
 
진짜 그냥 1인 사이버 수사대를 차린거나 다름없음 ㅇㅇ
 
 
미션은 날 힘들게 만든 맥주새끼 검거하기
 
 
 
 
더 이상 다른 편의점 갈 힘도 없고해서 서울에서 동탄까지 바로 쐈다
 
 
은근 멀더라 맥주 하나 살려고 원정뛰는게 말이 되냐..
 
 
그마저도 재고 떨어질까봐 반차까지 쓴건 ㅈㄴ슬픈 실화다.
 
 
 
 
생전 처음 와보는 동네에 떨궈진 쓸쓸함은 뒤로하고
 
 
찾아놨던 편의점으로 곧장갔다. 근데 뭔지 아냐? 문열고 들어가는 길에
 
 
먼저 와있던 사람이 맥주 결제하고 있는거 보고 육성으로 앗 소리 나오더라
 
 
포켓몬빵 바로 앞에서 재고 짤린 경험 있는 애들은 알거임
 
 
 
 
세상 다 무너진 얼굴로 냉장고 쪽으로 가려니까 알바가 부르더니
 
 
손님 그 맥주 없어요…! 하자마자 방언 터진듯 진짜 너무 필요하고 오늘 꼭 가져가야 되며
 
 
대가리 한 번 잘못 굴렸다가 맥주 하나 구하러 반차내고 서울에서 여기까지 온 걸 주절주절 거의 눈물 흘리면서 얘기했다..
 
 
 
알바가 한참 듣다가 아…. 그 저기… 없다는게…. 그 냉장고 안에 없어서…. 직접 꺼내드리려고 한건데….
 
 
창고 안에 있어요 몇 개.. 필요하세요..? 하더라. 그러니까 눈물이 다시 쏙 들어갔다.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사진에는 적어도 4캔 필요해서 넉넉히 있냐고 물어보니까 2개 있다더라..
 
 
ㅅㅂ 내가 동탄까지 왔는데 겨우 2개?? 2개??
 
 
진짜 좃 됐다 싶어서 그거라도 사고 또 편의점을 뒤지기 시작함..
 
 
근방 10KM 이내에 있는 편의점은 다 갔음
 
 
그 결과...
 
 



 
 
ㅅㅂ 드래곤볼마냥 하나하나 소중하게 모았다....
 
 
이제 용신 소환하면 되는거냐...
 
 
원래 4개만 사면 되는데 돌아다니다보니까 열 받아서 아예 조져버릴려고 그냥 10캔 삼..ㅋㅋㅋㅋㅋㅋ
 
 
 
생각했던 대로 요즘 구하기 힘들다는데 어떻게 이렇게나 많이 구했냐면서 여친이 좋아하더라
 
 
이벤트 두 번 했다간 전국 다 돌아다니겠다 ㅅㅂ 반차 하나 날아간건 괜찮은데
 
 
약간 슬퍼졌던건 뭔지 아냐
 
 
CU 편의점 어플로 재고 조회하면 편의점별 재고도 뜨고
 
 
심지어는 주문도 되더라.. ㅅㅂ
 
 
요즘 시대 뒤처지지 않게 다들 다운 받아놔라 다른 대란템 나오면 쓸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