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감독, 3 4위전은 최악의 경기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모로코 축구대표팀의 왈리드 라크라키(47) 감독이 3·4위전 승리를 '위로상'에 비유하며 카타르 월드컵 결승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강하게 드러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라크라키 감독은 1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크로아티아와 3·4위전을 놓고 "부비상(booby prize) 같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멍청이 상'이라고 직역되는 부비상이란 주로 영미권에서 꼴찌나 하위권 팀에 분발하라는 당부와 위로의 뜻을 담아 수여하는 상이다.
라크라키 감독은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다. 3·4위전 승리가 중요하고, 4위보다는 3위가 낫다는 사실은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내게는 우리가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기는 우리가 맞이하는 '최악의 경기'일 것이다.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경기를 할 수 있어 기쁘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그러면서 "우리는 처음 4강전을 펼쳐 감정이 고조됐다. 머리를 맑게 할 필요가 있다"며 "(4강전 패배로) 감정이 격해져 헤어나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아랍권 국가로는 사상 최초로 4강에 오르며 돌풍의 주역으로 주목받았지만, 프랑스에 0-2로 져 결승이 아닌 3·4위전을 치르게 됐다.
상대는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에 패한 크로아티아로, 한국시간으로 18일 오전 0시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결전을 치른다.
다음 라운드에 오르지 못해 사실상 '탈락' 상태에 놓인 라크라키 감독의 아쉬움 섞인 발언처럼 3·4위전은 필요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선을 받아왔다.
미국 신문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16일 이 경기를 두고 "어떤 선수도 뛰고 싶지 않고, 끝나면 일부 팬들만 기억하는 무의미한 국제 경기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동메달의 주인공이 꼭 필요한 올림픽과 달리 토너먼트의 최종 승자를 가리는 데 집중하는 월드컵에서는 3·4위전의 당위성이 약해진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FIFA가 3·4위전을 더 많은 후원금, 중계료를 챙기기 위해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이끈 루이 판할 감독은 당시 브라질과 3·4위전을 앞두고 "나는 이 경기가 열려서는 안 된다고 10년 동안 이야기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때 네덜란드는 브라질을 3-0으로 꺾고 대회를 최종 3위로 마쳤다.
다만 라크라키 감독과 함께 회견에 나선 자카리야 아부할랄(22·툴루즈)은 한 경기를 더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는 "아프리카 사상 최초로 세계 3위로 대회를 마칠 기회라서 3·4위전이 좋은 경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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