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퇴짜맞고 WBC 낙마한 커쇼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사이영상만 세 차례 수상하고 사실상 명예의 전당 헌액을 예약한 베테랑 왼손 투수 클레이턴 커쇼(35·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이 무산됐다.
커쇼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나 WBC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커쇼는 "정말 실망스럽다. 출전할 방법을 찾으려고 많은 것을 시도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며 "내 잘못이 아니다. 미국 대표팀의 일원이 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정말 출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열리는 WBC는 출전 여부를 놓고 MLB 선수와 구단이 대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선수는 나라를 대표해서 출전하기를 원하고, 구단은 비싼 몸값의 선수가 다치거나 혹은 컨디션 관리에 실패해서 정규시즌에 부진할까 우려한다.
그렇지만 커쇼는 구단이 출전에 동의했는데도 대표팀 승선이 불발됐다.
커쇼는 "다저스 구단은 훌륭했다. 내가 대표팀에 출전하길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MLB닷컴은 커쇼의 출전을 가로막은 건 보험사라고 공개했다.
WBC 사무국은 대회에 출전했다가 다칠 경우를 대비해 메이저리그 선수는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보험사는 최근 몇 년 동안 부상에 시달렸던 커쇼의 이력을 근거로 그가 WBC에서 다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냈다.
커쇼는 "예전에는 WBC에 출전해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 대회는 정말 기대했고, 동기부여가 된 올스타 경기가 될 거로 생각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국 대표팀 단장인 토니 리진스는 "커쇼가 우리와 함께할 수 없는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가슴에 'USA'를 달고 조국을 대표하려던 그의 열망은 진실이었다"면서 "그렇지만 이제는 WBC 타이틀 방어를 위해 다른 선수로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쇼는 프로 통산 197승과 2천807탈삼진,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 중인 '현역 레전드' 투수다.
당장 은퇴해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그는 최근 두 시즌은 부상 때문에 각각 22경기 출전에 그쳤고, 규정 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WBC 출전을 준비하기 위해 정해진 날짜보다 이르게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커쇼는 원치 않는 휴식일을 얻게 됐다.
커쇼는 "WBC 출전 무산이 실망스럽긴 해도, 다저스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제는 정규 시즌 준비에 들어갈 때"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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