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전 신인 이승엽, 28년 후 신인 감독 이승엽 모두 잠실서 데뷔
“28년이나 흘렀네요. 이곳에서 개막전을 했었습니다.”
두산 베어스는 1일 잠실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그리고 이승엽 두산 감독의 데뷔 경기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공교롭게도 신인 데뷔 경기 역시 잠실에서 치렀다. 1995년 4월 15일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서 대타 출전했다.
28년 전 선수 이승엽의 데뷔 경기는 잠실에서 열린다. 28년 후 감독 이승엽의 데뷔 경기 역시 잠실이다. 사진(잠실 서울)=천정환 기자
이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딱 28년이 지난 것 같다. 신인 데뷔 경기를 이곳에서 치렀는데 28년이 흐른 후 다시 잠실에서 신인 감독으로서 데뷔 경기를 치른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때는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근데 지금은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로 바뀌었다. 느낌은 조금 다르다. 선수 때와는 모든 것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감독 데뷔 경기라는 압박감이 얼굴에도 나타난 이 감독이다. 그의 오른쪽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이 감독은 “평소대로 잔 것 같은데 눈이 빨갛게 변했다”며 웃음 지었다.
‘선수’ 이승엽이 아닌 ‘감독’ 이승엽으로서 드디어 첫발을 뻗는 지금 그는 선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겼을까.
이 감독은 “2월 1일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준비해 온 모든 것이 오늘을 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충분히 준비했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오늘이다. 그래도 잘 준비한 만큼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잘하자고 전했다”며 “코칭스태프는 항상 선수들의 편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어떤 과정,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항상 도와줄 것이라고도 했다. 선수들은 어떤 걱정 없이 마음껏 필드에서 뛰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고민이 없을 수는 없다. 한국야구 최고의 타자라고 하지만 감독으로선 아직 ‘초보’다. 이 감독은 “곽빈이 첫 경기에 몇 개의 공을 던질 수 있을지, 딜런(파일)이 언제 돌아올지, 최승용이 풀타임 출전할 수 있을지 등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 감독의 자신감은 여전했다. 그는 “28년 전 신인 데뷔 경기는 졌다. 내가 선발로 나가지 않았으니까”라며 “오늘은 감독으로서 선발로 나선다”고 웃음 지었다. 많은 의미가 담긴 마지막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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