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판 N번방, 남자 사진 올리고 성희롱 ㄷㄷㄷ
"백남(백인 남성) 처음 도전할 건데 후기 있나요."
"눈에 익어서 리스트(회원들끼리 돌려 보는 외국 남성 리스트) 보니까 얘가 그 애 아빠라는 ○이구먼."
"○○(성기)은 컸어?"
"성남 파일럿 ○○○ 아는 데시(데이트 앱을 사용하는 회원)?"
"아프리칸이고 ○(성관계) 잘 못함. 크기는 그냥 그랬어."
회원수 84만4000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여성 전용 커뮤니티가 '여성판 N번방' 사태 논란에 휩싸였다.
2019년 2월께 불거진 'N번방 사건'은 텔레그램에 개설된 단체 채팅방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생성하고 거래·유포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말한다. 당시 피해자는 여성이었고, 가해자는 남성이었다. 해당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성별만 뒤바뀐 채 비슷한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카페 내에서 외국 남성과 매칭되는 데이트 앱에서 만났다는 남성들의 상세한 정보, 이른바 '후기'를 올리면서 공유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미성년자도 있었다. 여러 외국 남성의 실물 사진을 올리며 "이런 ○ 꼭 ○○야지" "○○ 보이네요" "이 ○ ○○ 보신 분" 등 상대의 외모와 성기 등을 외설적으로 언급하며 정보를 교환하는 식이다.
이들이 카페 내에서 공유한 일명 '미군남 빅데이터 전차수 총망라'라는 리스트에는 세 장 분량의 미군들 신상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한 회원은 "(해당 리스트를) 백과사전처럼 만들겠다"고 했다. 커뮤니티 회원들끼리 공유하고 있는 '데이트 앱 사용 외국 남성 리스트'도 있었다.
김승환 법률사무소 GB 변호사는 "이들의 행위는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고,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하는 것은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경우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히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거짓 사실로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직업군)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최근 이 커뮤니티는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행사라며 '성인 페스티벌(2024 KXF The Fashion)' 개최 반대에 앞장섰다. 이들은 KXF를 '성매매 엑스포'라고 칭하며 KXF가 열릴 예정이었던 지방자치단체에 행사 중단을 요청하는 청원에 동참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여성의 성 상품화를 비판하면서 자기들끼리는 남성을 성적 대상으로 비하하는 것이 이중 잣대가 아니면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KXF 개최를 반대하며 "아예 한국에서 하지 말라는 뜻이잖아. 좀 알아들어라" "꾸역꾸역 다른 지역 찾는 거 징그럽다" "지긋지긋하네" "왜 저렇게까지 못해서 안달인 걸까 수상해" "더러운 것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본 성인비디오(AV) 배우들이 출연하는 KXF는 지자체들과 여성단체들의 반대로 '줄퇴짜'를 맞은 끝에 결국 개최가 취소됐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여성 커뮤니티 회원들의 성희롱적 접근은 인종차별의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 커뮤니티에서 외국 남성은 인격이 말살된 성적 욕망과 소비 대상으로 주로 언급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른바 'N번방'이라고 하면 남성이 가해자가 되고 여성이 피해자가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여성도 얼마든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이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농락을 넘어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성을 매개로 삼아 개인정보 유출, 명예훼손 등을 한다면 비난과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이든 여성이든 스스로 이러한 성범죄에 가담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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