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재테크 70억에 웃음 짓는 클린스만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과 싱가포르의 경기에서 경기 전 벤치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의 모습. 상암=김민규 기자
수많은 논란을 만들어 낸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단 11개월 만에 한국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하지만 막대한 위약금을 받을 그가 이번 사태의 진정한 승리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6일 경질당했다. 지난해 그의 선임을 확정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협회장은 당일 마이크를 잡고 “임원 회의에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내용을 보고 받아 의견을 모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예견된 결과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이 포진한 ‘황금 세대’를 이끌었으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에 그쳤다. 기대 이하의 결과는 물론, 경기력에서도 합격점을 받기 어려웠다. 대회 6경기에서 무려 10실점 했고,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64계단이나 낮은 87위 요르단과 4강에서 만나 0-2로 무기력하게 졌다. 2007년 아시안컵 이후 한국 대표팀 최초의 대회 ‘유효슈팅 0개 경기’라는 불명예도 따랐다.
굴욕적인 결과에도 클린스만은 떳떳했다. 대회 귀국 현장에선 “4강이라는 결과를 실패라고 볼 수 없을 것 같다”라고 했다. 경질 직후에도 “13경기 동안 패배하지 않았다”라는 메시지를 남겨 팬들의 분노를 샀다.
분명 불명예스러운 경질이지만,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선 딱히 나쁜 결과가 아니다. 그가 받게 될 위약금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클린스만이 한국과 계약하며 받은 추정 연봉은 220만 달러(30억원)다. 그는 2023년 3월부터 2026년 7월까지 계약했다. 잔여 2년 치 연봉만 단순 계산해도 60억원이 넘는다. 코치진의 위약금까지 합하면 100억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축구 팬들은 이를 두고 ‘위약금 재테크’라며 비난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대표팀을 이끌다가 성적 부진으로 경질당했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그는 320만 달러(42억원)를 받았다. 계약 만료 20개월을 앞두고 경질된 터라, 추정 위약금만 60억원에 달했다. 초고액 연봉 외에도 미국·한국에서 받은 위약금만 최소 120억원인 셈이다.
막대한 위약금의 책임은 오롯이 KFA가 떠안게 됐다. 동시에 새 사령탑 선임에 대한 부담도 크다. 당장 대표팀은 오는 3월 태국과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을 앞두고 있다.
축구계에선 ‘임시 감독’ 체제로 3월 2연전을 소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기간 대표팀을 맡을 임시 사령탑은 부담스러운 월드컵 예선에 이어, 손흥민-이강인 사이에서 발생한 선수단 분쟁도 해결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까지 맡게 됐다.
한편 정몽규 협회장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로 인한 위약금에 대해선 “계약 해지 관련 사항은 변호사와 상의해야 한다. 회장으로서 재정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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