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류현진, 리그 꼴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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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5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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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6 (토) 12:51

                           
▲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은 6일 현재 KBO리그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분명 상상하기 어려웠던 행보다. ⓒ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이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염원했던 개인 통산 99승이자 한국 복귀 첫 승에 다시 한번 도전했다. 그러나 4⅓이닝 81구 9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9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지면서 시즌 2패째를 떠안았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ABS(자동볼판정시스템) 봤는데 스트라이크존 모서리에만 다 찍히더라고요. 나랑 손이 다른 것 같아요."

한화 이글스 차세대 에이스 문동주(21)는 대선배 류현진(37)의 투구를 지켜본 뒤 감탄만 했다. KBO가 ABS를 도입하면서 더그아웃에 ABS가 어떻게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하는지 추적하는 자료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태블릿PC가 설치됐는데,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 보면 스트라이크존 모서리에만 공이 꽂혔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은 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가 한국에 돌아와서도 통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류현진의 시속 90㎞대 느린 커브는 문동주를 놀라게 한 구종 가운데 하나였다. 문동주는 "나는 그렇게 못 던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속 90㎞대 커브를 던진다는 것은 진짜 밸런스가 엄청나게 중요한 것이다. 근데 (류현진 선배는) 90㎞대 커브를 던지고 또 다음 공을 스트라이크를 던지더라. 진짜 대단하다고 느꼈다. 느린 커브가 들어갔기 때문에 그다음 공이 150㎞대가 나오지 않아도 타자는 훨씬 더 체감 구속이 빨라질 텐데, 확실히 그런 점을 잘 알고 마운드에서 투구한다는 게 느껴졌다. 완급 조절도 진짜 잘하시고 대단한 것 같다. ABS 봐도 다 모서리에만 찍히더라. 나랑 손이 조금 다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류현진은 이처럼 한화 젊은 투수들에게 정신적 지주이자 살아 움직이는 교보재다. 한화가 지난 2월 류현진을 8년 총액 170억원이라는 KBO 역대 최고액을 주고 데려왔을 때 가장 기대했던 효과다. 한화는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김기중, 한승주 등 젊고 유망한 투수들을 수집하는 데는 성공했는데, 성장 시간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었다. 이때 류현진이 한국 복귀에 관심을 보였고, 손혁 한화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계약을 이끌었다. 과거 한국을 휘어잡았던 류현진이기도 하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10시즌을 보내고 돌아온 류현진의 경험을 한화 영건들이 쏙쏙 빨아들이길 바랐다. 류현진은 지금까지 이 임무를 너무도 충실히 잘 수행했다.

문제는 류현진 개인의 성적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3경기에서 2패, 14이닝, 평균자책점 8.36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 선발진에서 유일하게 승리가 없는 투수고,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는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리그 투수 25명 가운데 꼴찌다. 한화가 시즌 초반 8승3패 승률 0.727로 선전하며 2위를 달리고 있어 류현진의 부진이 더 도드라진다. 류현진 영입 효과로 팀 분위기가 살아난 것은 확실한데, 정작 류현진 본인은 흥이 나지 않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해도 에이스로서 자존심이 구겨졌을 것이다.

류현진은 올해 꼭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메이저리그 진출 전인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통산 98승(52패)을 기록했기에 2승만 추가하면 되는데, 그 2승이 이리도 힘겨울 줄은 몰랐다. 류현진이 KBO리그에서 마지막 승리를 챙겼던 2012년 9월 25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7이닝 1실점) 이후 벌써 12년이 흘렀으니 한국에서 승리가 더더욱 고플 법하다.

류현진은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염원했던 개인 통산 99승이자 한국 복귀 첫 승에 다시 한번 도전했다. 그러나 4⅓이닝 81구 9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9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지면서 시즌 2패째를 떠안았다. 류현진의 종전 최다 실점은 지난 2012년 7월 18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 8실점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LA 다저스 시절인 2017년 5월 12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4이닝 10실점을 기록했는데, 5자책점이었다. 한화는 장단 9안타로 7점을 뽑으면서 패배만큼은 막아보려 했지만, 끝내 7-11로 졌다.

4회까지는 키움 타자들을 말 그대로 갖고 놀았다. 류현진은 1회 선두타자 이주형에게 중전 안타를 맞긴 했지만, 로니 도슨을 루킹 삼진으로 잡고, 김혜성과 최주환을 연달아 범타로 처리하면서 가볍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2회에는 1사 후에 이형종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다음 타자 송성문을 2루수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무실점 투구를 이어 갔다.

류현진은 3회 김재현-박수종-이주형까지 깔끔하게 범타로 처리하면서 처음 삼자범퇴 이닝을 기록했다. 4회 역시 도슨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김혜성과 최주환을 연달아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99승 희망을 키웠다. 그사이 타선은 4점을 지원하면서 승리투수 요건까지는 1이닝만 남겨뒀다.

그런데 5회 들어 갑자기 류현진의 제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김휘집에게 볼카운트 2-1로 몰린 상황에서 체인지업을 던져 좌중간 안타를 허용하더니 다음 타자 이형종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무사 1, 2루 위기. 류현진은 송성문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앞선 이닝들처럼 고비를 잘 넘기나 싶었는데, 다음 타자 김재현에게 좌익수 왼쪽 적시 2루타를 허용해 4-1로 쫓겼다.

▲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이 99승에 도전했으나 또 한번 좌절했다. ⓒ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포수 이재원(왼쪽)과 류현진 배터리가 5회 갑자기 난타를 당하자 당황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류현진이 실점한 직후부터 키움 타자들은 류현진의 초구 또는 2구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류현진의 패턴을 간파한 것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1, 2구 안에 반응해 연속 안타를 생산했다. 계속된 1사 2, 3루 위기에서 박수종이 류현진의 초구 직구에 좌전 적시타를 쳐 4-2가 됐고, 다음 타자 이주형은 류현진의 초구 커터를 받아쳐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도슨은 류현진의 2구째 커터를 공략해 우전 적시타를 치면서 4-4 균형을 맞췄다.

류현진의 위기는 계속됐다. 계속된 1사 1, 3루 위기에서 김혜성이 좌전 적시타를 쳐 4-5로 뒤집혔고, 최주환이 우전 안타로 1사 만루를 만든 뒤 김휘집이 중견수 오른쪽 2타점 적시타를 쳐 4-7까지 벌어졌다. 김재현부터 김휘집까지 7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류현진이 정신을 못 차리자 결국 한화는 김서현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김서현은 류현진의 책임주자 2명을 더 홈으로 불러들여 류현진의 실점은 9까지 불어났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종전 3.72에서 8.36까지 폭등했고 리그 최하위라는 수모와 마주해야 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부터 지금까지 실점해도 명분이 있었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거나 어쩌다 나온 실투 하나가 맞아 나가 아쉽게 실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5일 키움전은 달랐다. 결과가 말해주듯 정신없이 얻어맞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 최저 구속은 140㎞를 찍었으니 구위 자체가 나빴다고 보기는 어렵다. 류현진은 4회 이후 급격히 무너진 원인을 찾고 복기하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경기 무너졌다고 해서 류현진의 클래스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4회까지 류현진은 분명 키움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류현진이 지난 2월 계약하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몸을 잘 만들기는 했지만, 개막에 맞춰 바삐 몸 상태를 끌어올린 만큼 시즌 초반에는 힘에 부칠 수도 있다는 시선을 보냈다. 오히려 시즌을 치르면서 몸이 풀리면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2022년 토미존 수술을 받고 올해가 사실상 첫 풀타임 복귀 시즌인 점을 고려하면 일리 있는 분석이다. 그래도 이 정도 부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KBO 레전드 투수 출신인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지난달 29일 대전 kt전에 등판한 류현진의 투구를 지켜본 뒤 "(우리 타자들을) 갖고 놀더라. 구위로 압도한다고 하기에는 조금 떨어져 있긴 하지만, 역시 요령이 확실히 베테랑이다. 똑같은 폼에서 공을 던지니까. 지금 (류)현진이는 옛날 그 류현진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이 정도(6이닝 2실점)로 끌고 가 주면 좋지 않겠나. KBO리그 타자들도 워낙 좋아졌으니까. 그런 점에서 볼 때 잘 버텨내는 것을 보면 현진이는 현진이다"라고 엄지를 들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그동안 류현진의 투구를 지켜보면서 "본인 스타일에 맞게 다양한 코스와 구종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어 가면서 던지고 있다. 이제 점점 날이 풀리고, 본인 몸도 적응되고 KBO 타자들에 적응되고 그러면 조금 더 안정감 있게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화가 선발 로테이션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류현진은 오는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류현진은 지난달 23일 LG 트윈스와 정규시즌 개막전(3⅔이닝 5실점 2자책점) 이후 다시 서는 잠실 마운드에서 자신의 99번째 승리를 챙길 수 있을까.

▲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은 9실점 난조에 진땀을 흘렸다. ⓒ 곽혜미 기자
▲ 한화 이글스 선수들도 류현진의 부진이 믿기지 않는 눈치다. ⓒ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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