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월드컵 예선 실격으로 한국농구 대표팀이 날린 기회비용은?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어차피 나가지도 못할 농구월드컵, 올림픽인데 이번 실격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말이다. 무지함의 끝판왕이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이번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실격으로 날려버린 기회비용이 너무도 크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고 있는 2023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에 불참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이하 협회)가 밝힌 대로 불가항력적인 부분으로 인한 불참이었다. 그러나 FIBA는 원칙을 고수했고 이로 인해 실격 처리했다.
농구월드컵 도전 기회조차 사라진 한국은 이번 일로 날린 기회비용이 너무도 크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건 일단 농구월드컵 출전이 무산됐다. 한국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2회 연속 출전하고 있었는데 이 기록이 깨졌다. 더불어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한 도전의 기회도 사실상 사라진 모양새다.
FIBA는 농구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 대륙별 상위권 팀에 올림픽 출전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아시아는 1장을 갖고 있다. 만약 이 1장을 얻지 못하더라도 FIBA 랭킹에 따라 올림픽 최종예선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무려 12경기가 무산된 한국은 랭킹 포인트 획득이 어려워 하락이 유력하다.
농구는 축구와 달리 A매치가 그리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물론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이곳저곳에서 친선 경기 및 대회를 열고 있지만 말이다. 특히 한국은 가끔 몇몇 나라를 초청하여 친선 경기를 치렀지만 2019년 이후 3년간 일정이 없었다. 2019년 전에는 2018년 일본 원정, 2016년 튀니지 2연전 정도가 최근 일이다. 이번 실격 처리로 몇 안 되는 A매치 기회를 놓친 셈이다.
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바뀐 상황에서 정말 오랜만에 홈 경기를 가질 기회를 놓쳤다. 협회는 1라운드 홈 경기 2회, 2라운드 홈 경기 3회를 안양과 제주도에서 진행할 계획이었다. 국내 농구 팬들은 수준 높은 국가대표 경기를 안방에서 지켜볼 기회가 사라졌다.
팬들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다소 아쉬운 일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2 FIBA 아시아컵을 치를 예정이지만 아시아가 아닌 '세계'와 상대할 기회가 사라졌다. 우물 안 개구리인 한국농구가 우물에서 벗어나려면 아시아가 아닌 '세계'와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그 희망조차 없어진 셈이다.
협회는 추가적인 공문 제출로 최대한 피해를 줄여볼 계획이지만 FIBA가 이를 받아줄지는 미지수다. 추가 제재까지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다시 농구월드컵 예선에 참가하는 건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수습하는 건 쉽지 않다. 다만 남아 있는 기회를 살려야 한다. 한국이 '세계'와 A매치를 가질 기회는 아직 있다. 농구월드컵이 필리핀, 일본,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만큼 몇몇 팀들이 훈련 캠프를 한국에 마련할 수도 있다. 이때를 노려야 한다. 만약 훈련 캠프를 차리는 나라가 없다면 초청하는 방법도 있다. 과거 리투아니아, 체코, 앙골라와 친선 경기를 치렀던 것처럼 말이다.
이미 결과를 알고 포기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상황을 바꿔보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다시 주워 담기보다는 새 물을 채워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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