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불운, 이렇게 잘하는데 2등이라니
▲ 순리대로 시즌 막판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류지현 LG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2019년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의 시즌 승률은 0.615였다. 2020년 통합우승을 차지한 NC의 정규시즌 승률은 0.601, 지난해 막판까지 진땀나는 승부 끝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t의 승률은 0.563이었다.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정규시즌 우승 팀은 대개 승률 0.600에서 0.630 사이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고, 6할대 초반이나 5할대 후반에서도 정규시즌 우승이 나온 사례가 적지 않다. 그렇게 따지면 LG는 올해 불운한 팀이다.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 우승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LG는 19일 현재 103경기에서 63승39패1무(.618)를 기록 중이다. 예년 같았으면 충분히 정규시즌 1위를 달릴 만한 성적이지만, 올해는 1위가 생각보다 멀리 있다. 선두 SSG(71승33패3무)가 역대급 질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SSG의 올해 승률은 0.683에 이른다. 2위 LG와 경기차는 7경기다. 쫓기는 SSG로서는 이 차이도 안심할 수 없지만, 사실 2위 LG가 볼 때는 이 7경기가 굉장히 멀리 보인다. 시즌은 41경기밖에 안 남았다.
꾸준히 상위권을 달리고 있고, 이 시점에서 승패마진 +24는 LG 구단 프랜차이즈 역사를 다 통틀어도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특히 타격은 구단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공격 생산력을 뽐내고 있다. 그럼에도 2위를 기록하고 있으니 허탈할 만하다.
그러나 아직 시즌이 끝난 건 아니고, LG는 LG대로 최근의 좋은 기세를 이어 가며 최선을 다한 뒤 시즌이 끝났을 때 성적으로 평가를 받겠다는 생각이다. 상대를 의식하기보다는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게 류지현 LG 감독이 강조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류 감독도 최근 들어 부쩍 '순리'라는 단어를 자주 꺼낸다.
선발 로테이션부터 그렇다. 최근 들어 비로 경기가 취소되는 사례가 몇몇 생기면서 로테이션 순번을 놓고 많은 팀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 성적이 급한 팀들은 팀이 보유하고 있는 최고 투수들을 최대한 많이 쓰기 위해 당기고, 또 로테이션을 조정하기도 한다. LG도 이전에 그런 사례가 있었다. 다만 그것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괜히 팀 리듬만 엉킬 수도 있다.
류 감독은 "누구를 못 믿어서 누구를 당기고 하면 그 다음이나 다음 주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8일 이민호를 예정대로 선발로 내면서 성공을 거둔 것도 순리라는 단어와 무관하지 않다.
승부를 걸어야 할 때 못 걸면 그것도 문제지만, 지금은 팀이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무리하게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계산에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LG는 8월 들어 8승3패(.727)를 기록하며 월간 승률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승률 7할 이상이라는 건 LG가 현재 최대한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LG가 앞으로 어떤 타이밍을 시즌 마지막 '승부처'로 볼지도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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