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바람......feat.콩가루
2015년 07월 16일 10시 28분에 베스트로 선정 되었습니다.♡
어렸을 땐 아빠가 너무엄하고 엄마가 너무불쌍했다.
하지만 군대를갔다오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그게아니다란걸 깨달았다.
아버지는 알콜중독이시다.
어머니는 나 군대간사이에 일을그만두시고
등산,주부모임,카페..등 자주놀러간다
누나는 30바라보는데 취업,결혼 둘다못했다
나는 항공기술직에 취업하여 지금은 따로집얻어서
혼자살고있다.
전역후 바로 취직을 하고 집을나와 따로살면서
내할일이 바빠 집안에 신경을 못썼다
일단 우리집 엄마.누나는 물론 나까지 아버지를
너무싫어하고 무서워했었다
그래서 다 피한다.
삐딱선을 타던 학창시절엔 맨날술취해서 잔소리만하는 아버지는 증오의대상이였고,
지금에와서야 어느정도 아버지가 이해가되었고
싫어하지는 않게됐다.
아니..무관심이란말이 더맞겠다
그리고 아버지를 이해했다고 생각한 나는
할아버지제사 이후로
그게 크나큰 오산이었다는걸 알게되었다
얼마전 할아버지제사라 1년만에 집을 찾아갔다.
회사에서는 팀장은 제사니깐 빨리퇴근해서 가보라고했지만, 그날 정비작업도 많았고 집에 일찍 찾아뵙기도 싫어 그냥 늦게까지 일했다.
결국 집에 찾아갔을땐 저녁9시가 다되서였다
그런데 어쩐일인지 신발장엔 아버지의 다낡은 신발만보였고 집안은 부엌만 불이켜진채 조용했다.
부엌엔 곱지못하게 늙어 시름시름 앓으며 초라하게혼자 술을 마시고있는 아버지가 보였다.
(아버지는 사업실패후 노가다중이다)
아버지의 모습이 쓸쓸했다.
'철수냐..?'
난 대꾸를 안했다.아니 하지못했다
오랜만에 본 아버지는 너무 초라하고 외로워보였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곧 환갑이다되어가는 아버지는 홀로 제사상을 준비하셨는지 부엌엔 손질하다가만 재료들이 널부러져있었다.
그러다가 한켠에 있는 약과 두세트가 보였다..
누나가 어렸을적에 약과를 너무좋아해
설이나 제사날마다 아버지가 약과를 한아름 사오곤했다
아버지께 제사안하냐고..왜이러고계시냐고 여쭸다
그때 했던 아버지의 말이 너무 내 가슴을 찔렀다
'살고 싶지않아서...'
한숨과 섞여나온 말은 그냥하는 말이 아니란걸 느끼게해주었다...
아버지의 눈은 초점을 잃고 세상에서 제일 슬픈 눈이었다..
아버지의 모습이 쓸쓸했다..
지금까지 아버지의 외로움을 보고서도 모른척했던나를 신께서 꾸짖나보다
급히 엄마에게 전화해서 오라했지만 2박3일 등산여행중이었고 누나느 전화를 받지않는다.
예전부터 눈치는 채고있었지만..
엄마방의 빨간 란제리와 수많은 가방과 화장품을보면 엄마는 지금 다른아저씨와 놀고있다.
그래...엄마가 밉진않다
내가 어린것도 아니고 나도 다컸고 엄마가 자기인생찾겠다는데..
누나는 여전히 방이 돼지우리이다..
아버지의 뒷모습이 너무쓸쓸했다
아버지가 충치를 앓고 있는건 알고있었다.
근데 이빨을 다뽑으신건 몰랐다....
그렇게 고기좋아하는 양반이 고기를 못먹는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날 아버지를 도와 제사를 올렸고 밤늦게
결심을했다.
1주일동안 아버지랑 같이 지내기로..
그날밤 아버지는 내달라진 태도를보고 무척감동을 받으신것같았다..
아버지는 나 고등학교때부터 엄마와의관계가 악화되어 거실에서 혼자 주무신다
근데 누나방,엄마방엔 선풍기가 있는데 거실엔없다
거실에서 술에 곯아떨어진 아버지를 눕히고
난 그옆에 누웠다.
그날도 누나는 집에 안들어왔다
회사는 더멀어져 일찍출근해야했지만 괜찮았다
오히려 아버지는 나보다먼저 일어나 나랑같이 일나가는게 맛들리셨나보다...
1주일도 이렇게 일찍일어나는게 힘든데...
아버지는 몇년을 이리살아오신걸까..
이틀째밤에 엄마가 돌아왔다..
화장을하고 옷을 갖추어입고있다
엄마를 만나고있는 아저씨는 어떤분일까
엄마랑 누나가오니 또 아버지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근데 듣고보니 그건 잔소리가 아니었다
자기도 일그만하고 쉬고싶다는 아우성이었다.
그렇다.
아직까지 살림살이는 아빠혼자하고 계신것이다.
누나,엄마가 먹는밥, 자는 침대, 씻는 물 모두 아빠의땀과피이다.
지금까지 엄마가 아빠만퇴근하면 방으로 숨어들어가곤 했는데 그게 난 그냥 싫어서 피하는건줄알았다.
하지만 알고보니 볼 면목이없어서 숨어들어간것이다.
..그후 퇴근후 아버지와 오랜만에 사우나를 가고
배드민턴도 치고 한강도 가서 낚시했다.
이렇게 웃음이많고 노는거좋아하는 아버지인데..
몰랐었다
낮에 아버지보고 하루 휴무내라하고
틀니를 하나해드렸다.
틀니하나 하는것도 비싸다고 돈아깝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버지께 드리는 선물이었다
아버지는 기어코 눈물을 보이셨다
그간 이렇게 열심히살았던 것에 보람을 느끼시나보다.
나도 내게 고마워하는 아빠를보며 울게되었다
그러나 이내 머쓱해져 눈물을닦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소등심집으로 향했다.
부모님 집에서 묵는 마지막날은 주말 쉬는날이었다
그러나 눈을떳을땐 아침10시였고 아버지는 쉬는날없이 또 일을 나가셨다
탁자위에는 알록달록한 촌스런 캡모자가있었다
단숨에 내게주는 아버지의 선물이란걸 알았다
학창시절 mlb모자를 그리 좋아했다
그때를 생각하시는지..ㅎㅎ지금은 안좋아하는데
근데 왜일까 너무기분좋은 선물이었다
그렇게 다시 난 내집으로와 내일상을찾았다
아버지는 1주일만에 이제 욕도안하고 담배도끊고
술도줄이게되었다.
그리고 훨씬 밝아지셨다
복날인 그저껜 친구를 오랜만에 찾아 같이 식사를 하셨다고한다
매일밤마다 내게 안부전화를 하신다.
집안은 바뀐것 없다
여전히 엄마는 꾸미고놀러나가시고
누나는 아버지를 아빠취급안하고 말도안섞는다
그러나 아버지는 나 만나는날만 고대하며
바보처럼 한 가장으로써 끝까지 책임지려고
오늘도...내일아침도..매일같이 일을 나간다- ilbe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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