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세계최초 지구를 걷는 남자
2015년 06월 18일 11시 35분에 베스트로 선정 되었습니다.♡
1998년 28살 신사국 청년이 남미 끝자락 칠레에서 영국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영국에 있는 집으로 걷고 있는 중
17년 후 현재 44살인 칼 부시뷔(Karl Bushby)는 1998년 11월 1일 칠레에서 출발해
남미, 북미, 유라시아, 유럽을 거쳐 영국으로 가고 있다.
여정을 끝내면 세계 최초로 걸어서 지구를 한바퀴 돈 인간이 된다.
7년 후 2022년 영국에 도착하면 나이가 50이 넘는다.
첫날 칼은 구루마에 장비를 싣고 떠났다.
구루마엔 영국군에서 무료로 제공한 전화기, 태양열 노트북, 보급품이 실렸다.
최초 소지금은 몇백불.
후원자는 칼의 아버지뿐으로 아버지는 영국군 특수부대 참모출신으로 칼의 보급품, 사진전송, 일기쓰기를 지원하고 있다.
굵은 글씨는 하루 32km 걷는 게 목표인 칼의 일기에서 발췌한 것.
걷기 시작한 첫날 구루마가 부셔젔다.
일주일 후 발톱이 빠졌다. 그래서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나를 세워놓고 왜 고속도로에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냐고 물었다.
나의 대답을 듣고 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생면부지의 땅을 혼자 걷는다는 건 매우 위험하다.
좁은 들판을 걸어 대륙을 관통하려면 지리적 장애도 많다.
험준한 지대와 극한의 기후변화를 겪어야 한다.
위험한 고비를 여럿 넘겼는데 손꼽을 만한 첫번째 경험은 파나마에 있는 정글.
2001년 남미와 북미를 잇는 정글 다리엔 갭(The Darien Gap)에 이르렀다.
정글에선 재규어, 뱀같은 짐승들이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그보다 무장혁명군들과 마주치는 게 더 무섭다.
할수없이 현지인처럼 머리를 까맣게 염색하고 콜롬비아 노동자인 척 했다.
4일에 걸쳐 정글 늪지대를 빠져나왔다.
무장혁명군을 실은 배가 바로 내 옆을 지나가기도 했다.
운이 좋아 겨우 살아남았다.
멕시코에 입성하자 칼은 새 구루마를 샀고 서해안을 따라 미국을 향해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물어봤다. "왜 이런 짓을 하냐"고.
목적이 있어서 걷기 시작한 건 아니다.
걸으면서, 그것도 27359km를 걷고 나서 생각이 정리되었다.
나는 늘 군인이 되고싶었다. 원했던대로 영국 공수부대에서 수년간 일했다.
어느날 언어장애가 있는걸 알았다.
언어장애자는 상병 이상 진급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았다.
언어장애때문에 제대했고 이혼했다.
나의 정서적 감정은 완전히 멈춰버렸다.
무능력과 자기파괴.. 죽고싶을 뿐이었다.
고심끝에 머리속에 찬 잡생각들을 황무지에서 푸닥거리같은 행동을 통해 떨쳐야겠다는 생각이 섰다.
수년이 걸리더라고 떨쳐야겠다고.
집을 떠나 걷기 시작한 동기이다.
지금까지 대단히 먼 길을 걸었다. 하지만 중도 포기란 있을 수 없다.
계획대로 걸을 뿐이다.
2002년 미국 국경을 지나니 칼은 또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섭씨 49도가 넘는 모하비사막(Mojave Desert)을 만났다.
사막을 관통하는 고속도로에서 칼은 구루마를 끌고 걸었다.
고속도로 순찰대가 흥미롭게 내 구루마를 보더니 고속도로에서 비키라는 것이다.
구루마를 끌고 모래위를 걷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천신만고끝에 사막을 지나니 이번에는 구루마를 끌고 록키산맥을 넘어야 했다.
록키산맥을 넘어 몬타나에서 2003년 새해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엔 엉뚱한 역경에 부딪혔다.
캐나다국경의 작은 술집에서 구루마를 도둑맞은 거이다.
모든 장비며 용품이 실려있었다. 심지어 여권, 사진들, 지도들, 일기장, 텐트까지.
2003년은 초장부터 허무하다.
알래스카 고속도로를 따라 훼어뱅크에 도착했다.
베링해협을 걸어서 건널 계획을 듣자 모두 말렸다.
목숨을 잃을 것이 뻔했기 때문.
고민하다가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난지 벌써 13년째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는 내 아들 아담(Adam)을 데리고 알래스카로 날아와주었다.
그것이 그 젊은이와 마주한 어색한 만남이었다.
아들을 마지막으로 본 때가 8살 먹은 어린 소년이었는데 이제 온전한 성인으로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우린 어떤 말을 주고받아야 하는지 몰랐다.
그래도 극한의 일이 일어난다면 적어도 만났었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베링해협은 마지막 빙하시대까지만 해도 알래스카와 시베리아를 연결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대한 얼음들이 무질서하게 떠다니는 인간의 존립을 불허하는 거친 해협이었다.
극한 추위를 이겨낼 장비들을 준비했지만 불충분해 문제해결회사에 도움을 청했다.
얼음물속에서 추위를 이겨낼 특수 잠수옷을 받고 얼음바다에서 헤엄치는 법을 배웠다.
바닷물위로 떠다니는 얼음조각들은 집채보다 컸다.
얼음과 얼음을 연결해 걸어서 북극을 탐험하는 건 괴상한 여행이었다.
얼음을 걷고 헤메기를 13일, 드디어 러시아에 닿았다.
살았다는 기쁨에 아버지에게 전화해 "육지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아버지는 발로 흙을 밟은 뒤 다시 전화해달란다.
다음날 다시 전화를 걸어 두마디만 외쳤다.
"육지다(Terra Firma)"
긴 여정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베링해협을 건넜다.
드디어 집을 향해 서쪽으로만 가면 된다.
통쾌한 마음은 잠시뿐 러시아 국경수비대에 체포되어 구속됐다.
58일간의 영창생활끝에 러시아 입국비자를 얻었다.
그러나 탐험비자는 30일간의 체류허가 뿐이다.
30일 후 외국에 가서 90일을 보낸 뒤 다시 90일짜리 비자를 받아 러시아에 입국한다.
거기에다가 3220km나 되는 시베리아는 오직 겨울철 땅이 얼어있을 때에만 걸을 수 있는 곳이다.
봄이 되면 동토가 녹으며 벌판은 늪과 강으로 변해 걸을 수 없다.
2012년 시베리아를 걷다가 멕시코로 출국했다.
임시거주지로 멕시코를 택한 이유는 가장 싼 숙소에서 머물 수 있기 때문.
90일 후 다시 시베리아로 건너가 걷기를 계속한다.
벌써 세번째 반복되는 일이다.
칼은 4개 대륙, 25개국을 걸었다.
얼음바다를 걸어서 건넜고 6개의 사막을 지났고 7개의 산맥을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러시아의 거지같은 법때문에 시베리아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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