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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했던 기억, 정지석이 말한 챔프 1차전 ‘범실의 추억’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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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2 (월) 16:00

수정 2

수정일 2018.04.03 (화) 12:26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그 날 생각하면 아찔해요.”



 



대한항공은 지난 30일,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3승 1패, 대한항공이 챔피언이 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캐피탈에 패했던 대한항공. 어린 에이스 정지석은 패한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 날 경기 이후로 휴가 동안에도 계속 울기만 했어요”라며 그때를 떠올렸다.



 



이어 “똑같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정말 노력 많이 했어요. 등 뒤에는 그 날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문신도 새겼어요. 다행히 우승으로 보상받게 돼 정말 기쁩니다. 사실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요”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지난 24일 열렸던 챔피언결정 1차전, 정지석에겐 아찔했던 기억이다. 마지막 5세트 상황에서 나온 정지석의 결정적인 범실이 곧 경기 패배로 이어졌다. 1차전을 패하면서 자칫 대한항공 상승세가 꺾일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팬들의 원망 섞인 반응도 곳곳에서 쏟아졌다.



 



그 당시 정지석 기분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어려운 질문 하나만 하겠다”라는 기자 질문에 “뭐 물어보실 지 알 것 같아요”라며 웃은 정지석이 해맑게 대답했다. “실수한 뒤에 코트에 누워 있는데 엄청난 함성 소리가 쏟아졌어요. 현대캐피탈 홈 경기장(천안 유관순체육관)이었으니까요. 상대 팀 향한 환호성과 함께 저를 향한 욕도 들리는 것 같았어요. 마치 함성이 저를 때리는 것처럼 느껴졌죠.”



 





 



그날 밤 정지석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그 기억에 몸서리쳤다고 말했다. “새벽 두 시까지 잠도 못 잤어요. 머리에 그 장면만 맴돌았죠. 결국 밤늦게 TV를 켰는데 그날 경기 재방송을 하고 있었어요. 다시 보면서 마음 아팠어요(웃음).”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바로 잊으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2차전 들어서 공격을 하려는 순간 그 장면이 딱 머리에 떠올랐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팔에 힘이 딱 빠지더군요. 다행히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참 아찔했어요.”



 



다행히 대한항공은 이어진 2차전 경기를 3-0으로 잡으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천안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뒤 인천에 온 대한항공은 3차전 역시 3-0으로 승리, 시리즈 2승 1패로 역전에 성공했다.



 



정지석이 3차전을 마친 뒤 있었던 일을 하나 이야기했다. “3차전 마치고 (곽)승석이 형이 농담처럼 ‘야 1차전 때 네가 실수 안 했으면 벌써 끝난 거 아니냐?’라고 했어요. 당연히 웃으면서 한 소리였지만 순간 오싹했어요. 그래서 4차전 때 정말 ‘죽어라’ 했어요. 덕분에 이긴 게 아닐까요?”



 



그 말은 4차전을 패했으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는 말이었다. 정지석은 “만약 5차전을 했으면 천안으로 가는 거였으니까요. 천안은 정말 무서운 곳이에요. 응원열기가 정말 엄청나요.”



 



평소 동료들에게도 강한 정신력이라는 말을 듣는 정지석. 그런 그에게도 1차전 실수는 좀처럼 이겨내기 힘든 큰 산이었다. 우승 기쁨과 함께 돌아본 그 날의 추억. 그 실수 역시 우승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사진/ 더스파이크 DB (문복주, 유용우 기자)



  2018-04-01   이광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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