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창원]
 
선발투수의 승리 자격은 5회를 채워야 주어진다. 바꿔 말하면 5이닝이 선발투수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의무란 얘기다. 
 
그런 면에서 3월 27일 창원 마산야구장 마운드에 오른 선발투수들은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5회는커녕 채 4회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덕분에 양팀은 주중 3연전 첫날부터 불펜투수를 대량 소모해야 했다. 진 한화는 물론이고, 이긴 NC도 웃을 수 없는 경기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화 이글스는 우완 윤규진을, NC 다이노스는 우완 최금강을 각각 선발로 내세웠다. 앞서 개막 2연전에 외국인 투수를 모두 기용한 두 팀은 주중 3연전을 국내 선발투수만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늘 국내 선발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듣던 두 팀이라, 이날 시즌 첫 테이프를 끊는 국내 선발진의 투구내용에 관심이 집중됐다.
 
경기 초반은 최금강이 앞서 나갔다. 최금강은 1회초 안타 하나와 몸에 맞는 볼 하나를 내줬지만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반면 윤규진은 1회말 나성범에 솔로 홈런(시즌 1호)을 맞고 선제점을 허용했다(1-0).
 
2회도 최금강이 삼자범퇴로 막아낸 반면, 윤규진은 대량실점을 허용하며 힘겨운 투구를 했다. 윤규진은 연속안타에 이은 정범모의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내준 뒤, 이어진 만루에서 김태균의 내야 플라이를 놓치는 실책으로 3점을 더 내줬다. 5-0으로 NC가 멀찌감치 달아난 장면이다.
 
3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친 최금강은 4회에도 송광민-김태균을 연속 삼진으로 잡고 승리투수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2아웃 이후 하주석에 안타를 맞은 뒤, 최진행을 볼넷으로 내보내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제라드 호잉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첫 실점을 내줬다(5-1).
 
아웃카운트 하나면 끝날 이닝이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최재훈에 볼넷을 허용해 만루를 채운 뒤, 정근우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전 적시타를 맞고 2실점, 5-3으로 간격이 줄었다. 결국 NC 벤치는 조기 교체를 택했고, 최금강은 초반 5실점한 윤규진보다 먼저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최종 기록은 3.2이닝 4피안타 3볼넷 3실점, 투구수는 85구를 기록했다.
 
5회를 못 채운건 윤규진도 마찬가지였다. 3회는 무실점으로 잘 넘겼지만 4회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선두 김성욱의 볼넷과 1사후 박민우의 몸에 맞는 볼(비디오 판독)로 1사 1, 2루가 됐다. 여기서 한화 벤치도 조기 교체를 선택했다. 후속 투수 송은범이 2사후 나성범에 적시타를 허용해, 윤규진의 실점은 6점이 됐다. 최종 성적은 3.1이닝 4피안타 2볼넷 6실점(3자책), 투구수 75개를 던지고 내려갔다. 
 
선발 조기강판은 불펜 소모로 이어졌다. 한화는 윤규진에 이어 송은범(2.1이닝), 심수창(1이닝), 강승현(0.2이닝), 김범수(0.2이닝)가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다. 
 
NC도 4회 강윤구를 시작으로 유원상(1.2이닝), 원종현(1이닝), 이민호(0.1이닝), 김진성(0.2이닝)에 마무리 임창민(1이닝)까지 동원했다. 양팀 합쳐 투수 12명을 동원하는 소모전이 주중 첫 경기부터 펼쳐진 셈이다. 특히 NC는 8회 올라온 이민호가 백투백 홈런을 맞고 0.1이닝만에 물러나 김진성까지 기용해야 했다.
 
이번 3연전 기간 불펜 소모는 양팀 모두 어느 정도 예상했던 상황이다. 하지만 주중 3연전 첫날인 화요일 경기의 불펜 소모는 다른 날과는 데미지가 다르다. 그런 면에서 국내 선발투수의 첫 경기가 5이닝도 아닌 4이닝으로 끝난 건 아쉬운 결과다. 
 
남은 시리즈 2경기에서도 이런 내용이 되풀이되면, 주말 시리즈 투수 운영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더 문제는 이날 경기로 끝이 아니라, 시즌 내내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연 28일 열리는 2차전에선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28일 한화는 베테랑 배영수가, NC는 좌완 구창모가 선발로 나선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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