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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클레이튼 커쇼, 그의 앞에 놓인 갈림길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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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6 (월) 15:00

                           


 
[엠스플뉴스]
 
클레이튼 커쇼(30, LA 다저스)가 현존 지구상 최고의 투수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까지 커쇼의 통산 성적은 10시즌 동안 144승 64패 1935.0이닝 2120탈삼진 평균자책 2.36 WAR 58.0승이다. 수상 실적도 사이영상 3회, MVP 1회, 올스타 7회, 골드글러브 1회에 달한다. 평균자책 1위만 5번 차지했고, 2011년에는 투수 트리플크라운(평균자책, 다승, 탈삼진 1위)을 달성했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업적을 만 30세가 되기도 전에 이뤄냈다는 것이다.
 
커쇼가 현재까지 기록 중인 평균자책 2.36은 라이브볼 시대가 시작됐던 1920년 이후 1500이닝 이상 던진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이다. 심지어 투수에게 유리한 내셔널리그,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투수친화 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뛰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없다.
 
1920년 이후 1500이닝 소화한 투수들의 조정 평균자책 순위
1. ERA- 62 클레이튼 커쇼
2. ERA- 67 페드로 마르티네스 
3. ERA- 68 레프티 그로브
4. ERA- 70 로저 클레멘스*
5. ERA- 73 요한 산타나
6. ERA -75 샌디 코팩스
 
왜냐하면, 리그에 따른 형평성과 구장효과(park factor)를 반영한 조정 평균자책(ERA-)로 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RA-는 100이 평균이며, ERA+와는 반대로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커쇼는 ERA- 62으로 라이브볼 시대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는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ERA- 67), 3위는 '역대 최강의 좌완' 레프티 그로브(ERA- 68)다.
 
물론 대부분의 투수가 그랬듯이 커쇼의 통산 평균자책 기록 역시 나이를 먹음에 따라 지금보다 높아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커쇼에 대한 평가의 핵심은, 은퇴까지 남은 시간 동안 그가 얼마만큼 오래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얼마 전 만 30세가 된 커쇼는 드디어 그 분기점 앞에 서게 됐다. 
 
역대 5번째 '사이영 4회 수상' 가능할까?
 


 
이번 정규시즌에서 커쇼가 맞이한 중요한 가운데 하나는 과연 역대 4명밖에 없었던 '사이영상을 4번 이상 받은 투수'가 될 수 있는지 여부다. 2014시즌까지 커쇼는 현역 투수 가운데 유일한 사이영상 3회 수상자였다. 하지만 워싱턴 내셔널스의 맥스 슈어저가 지난 2년 연속 사이영상을 제패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올해도 슈어저가 사이영상을 받으면 정규시즌만큼은 최강이란 평가를 받았던 커쇼의 입지도 흔들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슈어저의 추격을 받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건강할 때의 커쇼'는 여전히 슈어저보다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지만, 커쇼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약 3개월 반가량을 부상으로 이탈해있었다. 
 
그러다 보니 누적 성적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더 심각한 점은 부상 부위다. 커쇼를 2년간 괴롭혔던 허리 부상은 재발할 확률이 높은 부위다. 자칫 고질적인 부상으로 굳어진다면, 커쇼의 경력 후반기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바뀔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시각의 변화가 곧바로 금전적인 손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커쇼가 2018시즌을 마치고 옵트아웃(opt out, 계약 기간 중 FA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옵트아웃'을 통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수 FA 계약 가능할까?
 


 
지난 2014년 1월 커쇼는 다저스와 7년 2억 1500만 달러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그럼으로써 커쇼는 만 27세란 이른 나이에 FA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 하지만 이 계약은 커쇼로서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물론 타자라면 지안카를로 스탠튼처럼 13년 계약을 맺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상 투수로서 8년 계약을 맺은 선수는 마이크 햄튼 뿐이다.
 
생각해보자. 만약 8년 계약을 맺었더라면 커쇼는 만 35세에 FA 시장에 나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다시 한번 초대형 FA 계약을 맺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반대로 계약 기간을 일부러 짧게 잡았을 경우에는 계약 기간 내에 부상을 입는다면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옵트아웃 옵션이다. 
 
계약에 옵트아웃 옵션을 넣은 다음 대형 계약을 따낼 자신이 있다면 옵트아웃을 하면 된다. 반면, 대형 계약을 따낼 자신이 없다면 옵트아웃을 하지 않으면 보장 연봉을 모두 수령할 수 있다. 커쇼의 경우는 2018시즌이 끝난 후 옵트아웃을 선언할 수 있는 조항을 넣어놨는데, 만 31세에 옵트아웃을 하고 7~8년 계약을 맺으면 거의 은퇴할 때까지 계약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구조로 계약을 맺은 것은 당연히 의도된 선택이었다. 만약 지난 두 시즌과는 달리, 건강한 시즌을 보내게 된다면 커쇼는 데이빗 프라이스의 7년 2억 1700만 달러를 아득히 뛰어넘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가을야구 부진 탈출과 '월드시리즈 우승'
 


 
하지만 어쩌면 통산 네 번째 사이영 수상과 옵트아웃을 통한 대형 계약은 커쇼의 커리어에 있어 '부차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규시즌만 놓고 보면, 커쇼는 다저스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인 샌디 코팩스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코팩스의 전성기였던 '황금의 5년'과 커쇼의 최근 5년을 비교해도, 커쇼의 조정 평균자책(ERA +192)는 코팩스의 그것(+167)을 압도한다.
 
문제는, 메이저리그의 선수 평가가 정규시즌 성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누적 기록이 부족한 코팩스가 '황금의 5년'만으로 최고의 좌완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맹활약 덕분이다. 코팩스는 월드시리즈에 통산 8경기(7선발) 등판해 4승 3패 57.0이닝 평균자책 0.95를 기록했다. 
 
그는 통산 세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는데, 특히 1963, 1965년 월드시리즈에서는 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그의 시대에 차지한 월드시리즈 우승 3회는, 다저스의 전체 우승 횟수(6회) 가운데 무려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을야구에서의 성과 덕분에, 그는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선정한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운동선수 20인에 포함될 수 있었다.
 
반면, 커쇼의 포스트시즌 성적은 7승 7패 122.0이닝 평균자책 4.35에 그치고 있다. 포스트시즌에 7번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적은 올해가 처음이다. 물론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부진을 오로지 커쇼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커쇼가 가을야구마다 정규시즌에 비해 부진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커쇼 vs 쿠팩스, 여전히 끝나지 않은 논쟁
 
특히 지난해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4.2이닝 6실점(6자책)을 기록한 것은, 단순히 한 경기의 성패를 떠나 월드시리즈 향방을 좌우할만한 실책이었다. 이러한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커쇼는 정규시즌 이룬 성과에 비해 낮은 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본인의 힘으로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끄는 것뿐이다. 
 
 
 
따라서 커쇼에게 2018년은 중요한 시즌이 될 수밖에 없다. 과연 커쇼는 다저스에서 마지막 해가 될 수도 있는 올해,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건강은 필수다) 옵트아웃 후 다저스와 장기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커쇼는 다저스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 가운데 한 명으로 남게 될 것이다.
 
30일 샌프란시스코와의 정규시즌 개막전에 등판이 예고되어 있는 커쇼는, 예정대로라면 9년 연속 개막전 선발 등판이라는 구단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 중요한 시즌을 앞두고 커쇼는 완벽히 예열을 마친 상태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커쇼는 여섯 차례 등판해 21.1이닝 동안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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