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대한항공 날개 가스파리니, "한국은 매력 넘치는 나라"

일병 news1

조회 2,059

추천 0

2018.03.24 (토) 14:22

                           



가스파~ 오에오에오~ 가스파 가스파 오.오.오!

본명 미차 가스파리니. 등록명 가스파리니. 하지만 대한항공 홈구장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선  ‘가스파’라는 애칭이 더 익숙하다. 그는 두시즌 째 대한항공 한 쪽 날개를 책임지고 있다.

6년 전 현대캐피탈에서 처음 V-리그를 경험했던 그는 2016년 대한항공의 1순위 지명을 받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가스파리니는 지난 시즌 대한항공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주공격수로 활약했다. 코트를 강타하는 스파이크는 기본, 상대의 허를 찌르는 강한 서브까지. 올 시즌에도 그의 강렬한 존재감은 변함없다. 그럼에도 가스파리니의 얼굴에서 30대 중반을 앞둔 노장 풍모를 엿보게 된다. 그에게 한국, 한국리그는 어떤 의미일까. 팀을 옮겨가며 두 번째 한국생활을 즐기고 있는 가스파리니를 지난 2월 8일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체육관에서 만났다.  

 

 

 

배구선수, 미차 가스파리니

13살, 그가 처음으로 배구를 시작했을 때는 배구선수라는 직업을 갖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그저 먼저 배구를 시작한 형을 응원하러 체육관을 찾았던 그가 어느새 국가대표 배구선수로, 더 나아가 여러 리그를 누비며 활약하는 명품 배구선수가 되었다.

 

Q. 배구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어렸을 때 형이 먼저 배구를 시작했어요. 그래서 형이 경기하는 날 찾아가서 경기도 보고 응원도 하면서 자랐어요. 마침 형이 저에게도 배구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해보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놀이로 시작했는데 지금 이렇게 타지에 나와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네요. 당시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배구에 재미를 느끼고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그럼 어렸을 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나요.

A. 14살 때까지는 파일럿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키가 너무 커져서 파일럿을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았죠. 파일럿 말고는 하고 싶었던 게 딱히 없었어요. 13살 때 처음 배구를 시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고 파일럿이라는 꿈을 접은 뒤에는 쭉 배구만 했어요. 물론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이걸 직업으로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요.

Q. 아포짓 스파이커가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처음 배구를 시작할 때는 세터였어요. 한 1년 정도 세터를 하다가 그 후에 윙스파이커, 미들블로커, 아포짓 스파이커까지 모든 포지션을 다 경험해봤어요. 여러 역할을 맡으면서 각 포지션마다 지녀야 할 마음가짐에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한테는 아포짓 스파이커가 딱이었죠. 윙스파이커는 공격에 리시브까지 소화해야 하니까 하기 싫었어요.

Q. 서브도 강한 가스파리니,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A. 어렸을 때부터 서브를 강하게 넣었어요. 여러 리그에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서브를 잘 넣는 기술을 익힐 수 있었어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다행히 서브가 점점 잘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Q. V-리그 최초로 1세트에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어요.(2017년 11월24일·우리카드전)

A. 경기를 할 때에는 1세트 때 달성했다는 걸 몰랐어요. 나중에 들어서 알았죠. 그동안 한국에 굉장히 좋은 선수들이 많았는데 제가 처음이라고 해서 좀 놀랐죠. 그래도 최초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Q.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A. 다른 외국인 선수보다 V-리그 경험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나라마다 다르긴 한데 V-리그가 유독 경기가 많아요. 그만큼 휴식 시간이 짧고요. 7개 팀이 6라운드에 걸쳐서 매주 경기를 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많이 지칠 수밖에 없어요. 다른 리그에서는 경기를 홈 1번, 어웨이 1번만 치르고 바로 플레이오프를 하기도 하거든요. 한국에서는 한 팀과 6번씩 경기를 해야 하니까 그만큼 지칠 수밖에 없어요. 저는 이런 일정을 경험한 적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Q. 그럼에도 아직 한국에서 적응하기 힘든 부분은 없나요.

A. 이미 다 적응했다고 생각해요(웃음). 처음 왔을 때는 한국과 유럽의 훈련 방식이 달라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문제없어요. 운동 외적으로 힘들었던 건 매운 음식이 많았던 것 정도예요. 저는 그래도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큰 문제없었지만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나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음식이 매워서 적응하기 더 힘들 것 같아요. 

Q. 힘든 일정 속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A. 훈련할 때 체력을 조절하면서 훈련에 임하는 편이에요. 훈련에서 체력 100%를 다 써버리면 경기할 때 힘들 수가 있거든요. 감독님께서도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정신적으로는 가족들이 한국에 함께 있는 게 많은 도움이 돼요. 매일 집에 갈 때마다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Q. 항상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 힘든 시기는 없었나요.

A. 운동선수에게 가장 무서운 건 부상이라고 생각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저는 10년 쯤 전에 슬로베니아에서 생활할 때 오른쪽 발목이 부러진 적이 있었어요. 처음으로 당한 큰 부상이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한 느낌이 들어서 그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Q. 그렇게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힘이 있었나요.

A.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처음엔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걸을 수 있게 되고 점프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러면서 자신감도 같이 회복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당시 함께 있던 동료들도 많이 도와줬어요. 덕분에 지금까지 이렇게 뛸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시 찾은 한국, 왜 한국인가

가스파리니가 처음 한국 땅을 밟았던 건 2012년. 현대캐피탈의 외인 선수로 V-리그에 발을 들였다. 당시에도 트리플 크라운 5개, 득점 2위, 서브 3위를 기록하며 현대캐피탈이 정규 2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후 이탈리아와 프랑스 리그를 거쳐 2016년, 이번엔 대한항공의 유니폼을 입고 다시 V-리그 무대에 섰다.

 

Q. 한국을 떠나있는 동안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A. 이탈리아, 프랑스 리그를 거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어요. 좋은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죠. 우승을 경험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차이라면 그 때는 젊었고 지금은 늙었다는 것 정도? 그리고 딸이 하나 늘었어요(웃음).

Q. 다시 한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저나 저희 가족이나 한국의 생활방식을 좋아해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한국 사람들도 너무 좋고 친절해요. 저희 가족에게 늘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그리고 저는 배구선수기 때문에 제가 배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배구를 해야 하니까 제가 뛸 수 있는 팀을 찾아 한국에 왔어요.

Q. 한국의 생활방식 중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A. 한국은 10분만 걸어도 주변에 웬만한 편의시설이 다 있어요. 학교, 마트, 병원이 다 10분 거리에 있어서 정말 편리해요. 굳이 서울에서 사는 게 아니더라도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어요. 반면에 유럽은 같은 도시라고 해도 어디에 사는지가 굉장히 중요해요. 한 번은 파리에서 살았던 적이 있는데 불편한 점이 정말 많았어요. 그리고 프랑스 식당은 다 1층에만 있는데 한국은 10층에도 식당이 있어서 멋진 경치를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Q. 한국에서 가족들이랑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A. 두 딸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해요. 집에서 놀아주기도 하고 책을 읽어주기도 해요.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제가 힐링을 받고요. 하루 종일 쉴 때는 동물원이나 놀이공원에 나가기도 해요.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아이들 위주로 많이 다녀요.

Q.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어디인가요.

A.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이요. 집으로 돌아갈 때가 가장 설레거든요. 농담이고요, 롯데월드타워에 갔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국은 겨울이 너무 추워서 많은 곳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중에서 롯데월드타워에 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코트 위에서 가장 빛나는 가스파리니

대한항공에서 보내는 두 번째 시즌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가스파리니는 처음 대한항공에 왔을 때 전담 통역이 없어 화제가 됐다. 가스파리니를 팀에 더욱 녹아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박기원 감독의 선택이었다. 선수들과 직접 소통하며 생활하는 그는 더욱 노련해진 플레이로 V-리그의 재미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

 

Q. 통역을 담당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불편할 것 같아요.

A. 필요할 때마다 통역이 가능한 사람(매니저나 트레이너)을 찾아요. 아니면 감독님이 영어랑 이탈리아어를 잘하셔서 감독님을 통해서 소통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대한항공에서 두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보니 훈련 일정을 다 알아서 훈련 중에는 통역이 없어도 괜찮아요.

Q. 한국어 실력이 궁금해지는데요.

A. 감독님과는 이탈리아어로 대화하고 선수들과는 영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거의 못해요. 그래도 한글을 읽고 쓸 수 있어요. 뜻은 모르지만요.

Q. 팀에서 영어가 제일 잘 통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A. 예리한 질문이었어요(웃음). 대화하기가 많이 힘들긴 하지만 그나마 김학민, 최석기랑 좀 더 많이 대화할 수 있는 편이에요. 다른 선수들은 단순히 얘기하면 이해하는 정도예요.

Q. 그럼 경기 중 코트에서는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누나요.

A. 다들 영어를 거의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기본적인 단어 위주로 쓰는 편이에요.

Q. 코트에서 제일 많이 쓰는 단어는 어떤 건가요.

A. 죄송하지만 여기에서는 말할 수 없어요. 있긴 있는데 인터뷰에는 절대 담지 못할 말이에요(웃음). 슬로베니아어이긴 한데... 이 정도 말씀 드리면 어떤 의미인지 대충 아시겠죠. 

 

 

 

가스파리니를 움직이게 하는 힘

 

체육관을 가득 메우는 팬들의 함성, 그들이 함께 부르는 응원가는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기에 충분하다. 가스파리니 역시 자신의 응원가가 나올 때면 더욱 귀를 기울여 듣곤 한다.

 

Q. ‘갓스파’라는 별명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A. 너무 재밌었어요. 너무 좋아요. 팬들이 그만큼 저를 생각해준다는 게 너무 감사할 뿐이에요.

Q. 기억나는 팬이 있나요.

A.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오는 어린 남자아이 팬이 있어요. 코트 쪽으로 와서 손을 흔드는 데 정말 귀여워요.

Q. 경기장에서 한국 팬들의 반응이 다른 나라와 차이가 있나요.

A. 모든 리그를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배구를 향한 팬들의 열기는 한국이 최고인 것 같아요. 한국 팬들은 날씨가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오나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 밖에서 우리를 기다려줘요. 우리가 지는 날에도 한결 같이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한편으로는 죄송하기도 해요.

Q. 한국의 응원 문화는 어떤가요.

A. 응원가가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제가 지금까지 뛰었던 다른 나라에는 이런 게 없었거든요. 치어리더랑 응원단이 팬들에게 응원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다들 함께 열심히 응원해주세요. 응원가에 맞게 응원을 해주시니까 정돈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Q. 열심히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A. 항상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경기 중에 제 응원가를 불러주실 때 더 귀를 기울여서 듣고 있어요. 힘을 내서 응원해주시는 만큼 저도 힘이 나니까 앞으로 더 크게 더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함께 사진 찍을 때 가끔 고양이 수염이나 동물 귀 같은 필터를 사용하시는 분들.. 팬분들께서 좋아해주셔서 찍기는 하는데 저는 그거 정말 싫어해요(웃음).

Q. 이른 질문이긴 하지만, 다음 시즌 한국에서 다시 가스파리니를 볼 수 있을까요.

A. 아직 모르겠어요. 아내랑 한 번 얘기해본 적은 있는데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배구선수고 앞으로도 계속 배구를 하려면 어느 팀이 됐든 계속 뛸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Behind Story] 가스파리니 사장님?

10년 후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 가스파리니는 ‘사업’이라는 뜻밖의 대답을 내놨다. 이미 사업에 대한 구상도 어느 정도 했다는 그. 너무 핫한 아이템이라 어떤 아이템인지 끝까지 힌트조차 주지 않았다고 한다. 배구와 관련된 일은 아닐 거라고 조심스레 던진 한 마디가 전부였다.

 

글/ 이현지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8-03-23   이현지([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더스파이크.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1

소위 호날두샷짱빵

2018.03.24 14:22:44

손하트 귀염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 10 페이지다음 10 페이지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