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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NBA] ‘프랜차이즈 레코드’ 휴스턴 로케츠, 새로운 시대 열 수 있을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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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4 (토) 07:22

                           



[점프볼=양준민 기자] 2017-2018시즌 파이널은 이전과 다른 그림을 볼 수 있을까. 

전반기 44승 13패를 기록, 리그 전체 1위로 반환점을 돌았던 휴스턴 로케츠의 상승세가 후반기에 와서도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24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휴스턴은 정규리그 58승 14패를 기록, 구단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다승 기록을 경신함과 동시에 2위인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53-18)를 4.5게임차로 따돌리고, 서부 컨퍼런스 1번 시드 획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어느덧 정규리그 종료까지 약 3주의 시간이 남은 지금, 골든 스테이트의 막판 뒤집기는 쉽지가 않아 보인다. 골든 스테이트의 스티브 커 감독도 이미 1번 시드 경쟁보단 플레이오프 준비에 충실하겠단 의사를 밝힌바 있다.(*2017-2018시즌 NBA 정규리그는 한국시간으로 4월 12일 목요일에 막을 내린다)

후반기 골든 스테이트가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이, 휴스턴은 올 시즌 최다인 17연승을 기록하며 멀리 도망갔다. 지금도 10일, 토론토 랩터스전의 패배를 딛고 7연승을 질주 중이다. 이미 전반기에도 13연승을 한 차례 기록하는 등 올 시즌 휴스턴은 마치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거침이 없다. 지난 1월 3일과 4일, 골든 스테이트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 패해 연패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번의 연패도 허락치 않고 있다. 급기야 21일에 있었던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와의 경기에선 접전 끝에115-111로 승리, 포틀랜드의 15연승을 저지하는 등 올 시즌의 휴스턴은 리그 최강자로 군림하며 ‘정상등극’을 노리고 있다.

▲제임스 하든, 2017-2018시즌 ‘정규리그 MVP’를 예약하다! 

시즌이 막바지에 이르며 뜨거웠던 플레이오프 진출경쟁도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개인상의 향방 역시 많은 팬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수상경쟁의 키워드가 트리플 더블이었다면, 올 시즌 정규리그 MVP 수상경쟁의 키워드는 바로 ‘제임스’다. 먼저, 올 시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33, 203cm)가 나이를 잊은 경기력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제임스 하든(28, 196cm) 역시 크리스 폴의 합류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 득점 1위를 달리는 등 계속해 팀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며 올 시즌 제임스와 정규리그 MVP 수상을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앤써니 데이비스(NOP)까지 경쟁에 가세, 정규리그 MVP 수상경쟁은 하든, 제임스와 함께 데이비스의 3인 체제가 형성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든과 다른 두 사람의 격차는 벌어졌고, 사실상 올 시즌 정규리그 MVP 수상은 하든이 그 주인공으로 점쳐지고 있는 분위기다. 美 현지 언론 중 하나인 NBC Sports는 “이미 정규리그 MVP 수상경쟁은 제임스 하든이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멀리 도망갔다. 그간 하든은 2015년과 2017년, 두 번의 MVP 투표에서 2등을 경험, 눈물을 삼켜야했다.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여론, 구단 관계자들의 지지도를 살펴봤을 때 올 시즌 MVP는 하든의 수상으로 대세가 기울었다. 심지어 슈퍼컴퓨터까지 하든의 MVP 수상을 예상하고 있다”는 말로 하든의 정규리그 MVP 수상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밖에 ESPN, Sporting News 등 다수의 언론사들과 리그 내 다른 팀들의 감독들도 하든의 정규리그 MVP 수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 데이비스의 스승인 엘빈 젠트리 감독도 제자의 MVP 수상을 지지하면서도 “하든은 MVP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는 말을 전하며 대세는 이미 기울었음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임스는 본인의 뛰어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소속팀, 클리블랜드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내부분열 등 악재가 겹치며 올 시즌은 경기력이 예전만 못하다. 24일 현재 클리블랜드는 정규리그 42승 29패를 기록, 일찍이 동부 컨퍼런스 1번 시드 경쟁에서 밀려났고, 지금은 치열한 중위권 싸움에 휘말려 상위시드 확보를 위해 분투 중이다. 데이비스도 드마커스 커즌스(27, 211cm)의 시즌아웃 이후 경기력이 두드러지기 시작, 때문에 시즌 전체로 보면 제임스나 하든에 비해 임팩트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데이비스가 이끄는 뉴올리언스는 커즌스의 부상이탈로 위기봉착이 예상됐으나, 소위 말해, 데이비스의 미친 활약이 이어지며 플레이오프 진출의 8부 능선은 넘은 상태다.(*데이비스는 커즌스의 아웃 후 24경기에서 평균 31.2득점(FG 52%) 12.4리바운드 3블록을 기록 중이다)

물론, 하든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하든은 지난 1월,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부득불 공백기를 가져야했다. 이를 틈타 제임스의 활약이 이어지며 하든을 지지하던 분위기들도 수그러드는 듯 보였다. 하지만 복귀전이었던 1월 19일,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경기에서 10득점(FG 20%) 2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 예열을 마치고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던 하든은 1월 31일에 있었던 올랜도 매직전에서 60득점(FG 63.3%) 10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 본인의 올 시즌 세 번째 트리플 더블이자 NBA 역사상 최초로 60득점 동반 트리플 더블 달성자에 그 이름을 올리며 순식간에 분위기를 자신에게로 가져왔다. 이는 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로 손꼽히는 마이클 조던과 윌트 체임벌린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올 시즌 3개의 트리플 더블을 추가한 하든은 커리어 통산 34개의 트리플 더블을 기록 중이다)

이미 경기력이 오름세를 탄 상황에서 하든의 경기력까지 화룡점정을 찍은 휴스턴은 2월과 3월, 23경기에서 단 1패만을 허용하는 등 패배를 잊어버렸다. 더욱이 3월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샌안토니오 스퍼스, 보스턴 셀틱스 등 리그 상위권 팀들과의 경기가 줄줄이 잡혀, 순위경쟁의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과 달리 휴스턴은 승승장구를 거듭, 독주를 이어갔다. 하든도 2월과 3월 현재까지, 22경기에서 평균 29.9득점(FG 44.5%) 5.8리바운드 7.9어시스트를 기록, 비록 2월의 서부 컨퍼런스 이달의 선수는 데이비스에게 내줬지만 그 경기력만큼은 결코, 데이비스에게 뒤쳐지지 않았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하든도 최근 ESPN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은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는 적기다. 지금의 휴스턴은 그간 내가 경험했던 팀들 중 가장 강력한 전력의 팀이다.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텝까지 모두가 하나 되어 우승을 간절히 원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하나의 목표 아래서 우리 모두 좋은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는 말을 전하며 파이널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는 등 향후 플레이오프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며 각오를 다졌다.(*올 시즌 하든은 개막 후 64경기에서 평균 35.6분 출장 31득점(FG 44.8%) 5.3리바운드 8.7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도요타 센터에 성공적 안착 크리스 폴, 생애 첫 파이널 무대 밟을 수 있을까?

시즌 개막 전에 걱정들은 모두 기우였다. 2005년 데뷔 후 크리스 폴(32, 183cm)의 역할은 언제나 ‘주연’이었다. LA 클리퍼스 시절, 블레이크 그리핀(DET)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며 폴의 자리를 위협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클리퍼스의 중심은 항상 폴이었다. 실제로도 클리퍼스는 그리핀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보다 폴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의 경기력이 더 심각했다. 하지만 클리퍼스와 달리 휴스턴은 제임스 하든이란 강렬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기에 지난해 여름, 폴의 결정은 스스로 1옵션의 자리를 포기하겠단 의미였다. 폴이 지난해 여름, 휴스턴으로의 이적을 감행했던 것도 우승에 대한 강력한 열망과 함께 볼 없는 움직임의 농구를 해보고 싶었다는 욕구가 가장 컸기 때문. 

그러나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이라면 모를까, 동 포지션에서 수위를 다투는 선수들의 만남인지라 많은 사람들은 폴-하든의 조합을 두고 기대감과 함께 우려감 또한 감추지 못했다. 커즌스-데이비스, 공포의 트윈타워도 지난 시즌 과도기를 거친 끝에 그 호흡이 올 시즌 최고조로 올라왔다. 때문에 폴과 하든의 만남도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더욱이 두 선수 모두 공을 들고 있을 때 위력이 극대화되는 선수들이라 사람들의 걱정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두 선수는 오프시즌부터 지금까지 단짝처럼 붙어 다니며 찰떡궁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 선수가 지난해 여름, 드류 리그에 참가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폴은 개막전 종료와 함꼐 무릎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하든과 폴의 백코트 듀오가 완전체로 가동되기까지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폴의 복귀 후에는 하든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져야했다. 시즌 개막 후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코트 밖에서 보낸 터라, 폴은 복귀 후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워낙 농구에 도가 튼 선수라 폴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마이크 댄토니 감독의 업-템포 농구에 적응했다.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창의력이 뛰어난 야전사령관, 폴은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인사이드 중심의 농구와는 다른 색깔의 농구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빠르게 휴스턴 농구에 녹아들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하든과 호흡을 맞추는 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특히, 폴의 합류는 클린트 카펠라(23, 208cm)의 성장을 유도, 올 시즌 휴스턴은 폴-하든-카펠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이미 시즌 전부터 사람들은 폴의 합류가 카펠라를 제2의 디안드레 조던(LAC)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했었다. 지난 시즌부터 휴스턴의 주전 센터로 발돋움한 카펠라는 올 시즌 정규리그 66경기에서 평균 27.4분 출장 14득점(FG 65.1%) 10.9리바운드 1.8블록을 기록, 데뷔 후 처음으로 평균 더블-더블을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가파른 성장세가 돋보인다. 2대2 픽앤 롤 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카펠라는 앨리웁 패스 등 폴과 하든이 떠먹여주는 패스들을 잘 받아먹고 있다. 운동능력이 좋은 카펠라는 공격에선 속공에 강점이 있고, 반대로 수비에선 리바운드와 블록 등 위력적인 보드장악력을 과시, 이제는 휴스턴의 전력을 논함에 있어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

카펠라는 코트 밖에서도 폴을 잘 따르는 등 또 한 명의 조력자를 만나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비단, 카펠라뿐만 아니라 폴은 R.J 헌터, 타이릭 블랙, 치나누 오누아쿠 등 젊은 선수들부터 자신보다 고참인 네네와 조 존슨까지, 팀 전체를 잘 아우르는 리더십까지 발휘, 마치 전부터 휴스턴의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인 마냥, 빠르게 휴스턴의 중심선수로 거듭났다. 최근 제럴드 그린의 경우 폴이 골귀 젱(MIN)에게 격한 파울을 당해 넘어지는 것을 목격. 곧장 젱에게로 달려가 폴의 복수를 하는 바람에 징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폴은 그린에게 부과된 벌금을 자신이 대신 내주겠단 말을 남겼고, 이는 현재 휴스턴 선수단의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는 것을 보여준 적절한 예시였다.(*그린은 이 행동으로 약 한화 2,5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이렇게 코트 밖에선 뛰어난 리더지만 코트 안에서의 폴은 철저히 ‘2인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폴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보단 휴스턴과 하든의 방식에 맞추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하든도 폴과의 공존을 위해 일정부분 본인의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 그 예로 폴은 컷인 등 볼 없는 움직임들을 많이 가져가려 노력하고 있고, 전과 달리 슛 찬스가 오면 과감히 슛을 던지며 캐치 앤 슈터로도 변신을 꾀하는 등 달라진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덩달아 미드레인지 게임의 비중도 급격히 늘어났다. 그 결과, 올 시즌 폴은 평균 6.4개(3P 38.5%)의 3점슛을 시도하며 데뷔 후 가장 많은 3점슛을 던지고 있다.(*폴은 커리어 평균 37.2%(평균 1.3개 성공)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반대로 휴스턴은 폴의 합류 후 공격력의 강화는 물론, 탄탄한 수비력까지 갖추게 됐다. 폴은 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수비수다. 美 현지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폴의 지능적인 수비력이 정평이 나 있다. 지난 시즌을 포함해 데뷔 후 무려 7번이나 NBA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선정된 이력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다. 또, 최근 18일에 있었던 뉴올리언스와의 경기에선 2개의 스틸을 추가, NBA 역사상 13번째로 2,000스틸을 달성한 선수에 이름을 올리며 대도(大盜)의 면모까지 과시했다. 때로는 교묘한 반칙과 플라핑, 심지어 트래쉬 토크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이를 두고 폴이 직접 “지는 것보단 악명을 쓰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는 후문. 이처럼 폴은 폭발적인 공격력에 반해 수비력이 약점은 하든에게 좋은 파트너가 돼주며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올 시즌 휴스턴은 수비효율성을 나타내는 디펜시브 레이팅(DRtg)에서 104.4를 기록, 이 부문 리그 8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하든이 코트에 없을 땐 휴스턴의 1인자는 폴이다. 그 예로 지난 1월, 하든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을 당시, 휴스턴을 이끈 건 다름 아닌 폴이었다. 휴스턴은 하든이 빠진 7경기에서 4승 3패를 기록했다. 상위권 팀과의 경기에선 전력의 한계를 드러냈지만 반대로 리그 하위권 팀들을 상대로는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 서부 컨퍼런스 상위시드를 사수했다. 당시, 폴은 자신의 농구스타일에 팀원들이 맞춰주기보단 본인이 그간 하든이 해왔던 역할들을 그대로 재현, 덕분에 휴스턴의 업-템포 공격 농구는 별다른 혼란 없이 자신들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었다.(*휴스턴은 당시 7경기에서 평균 111.7득점(득·실점 마진 +3.6), 3점슛 성공 15.3개(3P 34.1%)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올 시즌 폴은 하든의 경기력이 부진할 때마다 득점과 경기조율 등 해결사의 역할을 도맡아 경기를 주도, 하든의 체력안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 예로 지난 7일에 있었던 오클라호마시티와의 경기, 이날 하든이 무려 10개의 턴오버를 쏟아내는 등 기복 있는 경기력을 보였지만 폴이 하든을 대신해 경기조율을 전담한 것은 물론, 더불어 위기의 순간마다 결정적인 득점을 올려주는 등 하든의 기복을 완벽히 메우며 팀의 122-112, 승리를 이끌었다. 마찬가지로 폴도 하든의 도움을 받아 체력안배에 성공, 경기 내내 체력에선 별다른 어려움을 보이지 않는 등 두 선수는 상부상조하며 올 시즌 휴스턴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다만, 최근 폴이 잔부상에 시달리며 결장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23일에 있었던 디트로이전도 햄스트링 부상을 이유로 결장했다. 올 시즌 휴스턴은 두터운 포워드진에 비해 가드진은 폴-하든-에릭 고든의 3인 체제를 중심으로 운영, 이들의 경기력이 휴스턴 경기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로스터의 깊이가 두텁지 못하단 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그나마 제럴드 그린(32, 201cm)과 조 존슨(36, 201cm)의 합류로 로테이션 운용에 숨통이 트이고 있는 상황. 그러나 폴이 팀에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해본다면 폴의 부상관리는 올 시즌 휴스턴의 플레이오프 성적을 좌우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향후 휴스턴으로선 폴의 부상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만전을 기해야할 것이다.

▲두터워진 선수층,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위력 발휘할까?

오프시즌 휴스턴은 폴의 영입과 함께 재창단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로스터에 많은 변화들을 줬다. 휴스턴은 폴 트레이드의 반대급부로 무려 7명의 선수를 클리퍼스로 떠나보냈다. 신인드래프트 지명권까지 합하면 그 수는 8명으로 늘어난다. 그중에는 패트릭 베벌리(29, 185cm), 루 윌리엄스(31, 185cm), 몬트레즐 헤럴(24, 203cm), 샘 데커(23, 206cm) 등 주요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하던 선수들이 대거 포함, 때문에 전력의 약화는 불가피했다. 하지만 휴스턴은 곧장, 그 자리에 P.J 터커, 룩 음바 아무테의 등 알짜배기들을 대거 영입, 공백을 메웠다. 폴의 영입을 제외하곤 백업 가드의 보강이 없었다는 건 다소 아쉬웠지만 전체적인 로스터의 깊이는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좋아졌다는 평가들이 주를 이뤘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휴스턴은 로테이션 운용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2라운드 진출에 만족해야했다. 마이크 댄토니 감독이 소수의 선수들에게 출전시간을 집중시킨 결과, 중요한 순간에 주축 선수들의 체력부족이란 한계가 드러나며 다음을 기약해야했다. 댄토니 감독은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8인 로테이션을 들고 나왔다. MVP 수상후보간의 격돌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던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휴스턴은 하든의 폭발력과 인사이드에서 네네가 보여준 깜짝 활약을 앞세워 오클라호마시티를 4대1로 제압,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2라운드 4차전, 네네가 부상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로테이션 운용이 어그러졌고 결국, 2승 2패로 균형을 맞추고 있던 승부의 추가 급격히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로 기울어지며 쓴 맛을 봤다. 

헤럴과 데커 등 정규리그에서 쏠쏠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이 있었지만 댄토니 감독은 그들을 외면하고 자신의 방식만을 고수, 이는 플레이오프 탈락이란 결과를 낳았다. 5차전을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패했던 휴스턴은 6차전을 무기력하게 내주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설령, 샌안토니오를 잡고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했더라도 7차전까지 치른 휴스턴에겐 더 이상 경기를 치를 힘이 남아 있지 못해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가뜩이나 빠른 페이스로 선수들의 체력소모가 많았던 휴스턴은 연장전 패배가 가져온 심리적인 충격과 아쉬운 로테이션 운용에서 야기된 체력적인 한계에 발목이 잡히며 시즌을 마감했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단기전에선 불확실성보단 확실한 전략을 들고 나오는 것도 필요하지만 마지막까지 온 상황에 기용 가능한 자원들이 있었음에도 그 패들을 꺼내지 않았던 댄토니 감독의 소극적인 모습은 분명, 아쉬운 점이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올 시즌 휴스턴은 시즌 개막 전부터 지금까지 선수단 확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다보니 올 시즌은 어느 한 선수가 빠져도 쉽게 티가 나지 않는다. 개막 전에는 룩 음바 아무테(31, 203cm), P.J 터커(32, 198cm) 등 수비적인 성향을 가진 선수들 수급에 신경 썼다. 음바 아무테와 터커는 수비력과 팀의 에너지레벨을 높여줌과 동시에 공격에선 속공마무리와 오픈 찬스에서 정확한 3점슛 적중률을 보여주는 등 로테이션의 핵심 멤버로 자리 잡았다. 음바 아무테의 경우, 지난해 12월과 1월, 부상으로 많은 시간을 빠졌지만 부상에 돌아온 지금, 벤치와 주전을 오가며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타이릭 블랙(26, 206cm)도 수비력이 뛰어나고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라 주축 선수들의 부상 등 혹시 모를 변수가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활용가능한 자원이다.

특히, 음바 아무테와 터커, 두 선수 모두 가드부터 포워드 수비까지 맡을 수 있어, 댄토니 감독은 팀에 스피드가 필요할 때 두 선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 시즌 라이언 앤더슨(29, 208cm)의 부진이 긴 것도 두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일 수 있었던 이유다. 더불어 트레버 아리자(32, 203cm), 네네(35, 211cm)가 부상으로 빠지는 시간이 많았던 것도 이들에겐 기회가 됐다. 이처럼 휴스턴의 전학생들은 기존에 있던 선수들의 공백을 잘 메우며 올 시즌 휴스턴의 고공행진에 보이지 않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기존 선수들의 부진은 아쉽지만 이를 통해 터커와 음바 아무테 등 다른 선수의 경기력이 향상됐고, 최근에는 기존에 있던 선수들의 컨디션마저 올라오고 있어 휴스턴의 로스터가 두터워지는 등 결과론적으론 일석이조의 결과를 낳게 됐다. 다만, 애석하게도 앤더슨만이 아직까지 슈팅영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등 돈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댄토니 감독의 골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다.

반대로 그린과 존슨은 공격력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다. 시즌 중반 합류한 그린은 휴스턴 합류와 동시에 활화산같이 외곽포를 뿜으며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린은 1월 한 달간, 평균 3.2개(3P 38.6%)의 3점슛을 성공, 당시, 휴스턴의 벤치득점을 책임졌다. 최근에는 평균 회귀의 법칙과 부상의 여파로 경기력이 하락세지만 직전 5경기에서 평균 2.2개(3P 34.4%)의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여전히 날카로운 한방을 가지고 있다. 경기력에 기복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증명을 마친 그린의 폭발력도 분명,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변수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다만, 그린도 리그에서 소문난 인저리 프론이라 부상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올 시즌 그린은 정규리그 31경기에서 평균 20.9분 출장 10.8득점(FG 39.2%), 3P 36.8%(평균 2.5개 성공)를 기록 중이다) 

마찬가지로 바이아웃을 통해 휴스턴에 합류한 존슨은 쟁쟁한 후배들에게 밀려 많은 기회를 잡진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전반기를 유타 재즈에서 보냈던 존슨은 부상 때문에 코트가 아닌 코트 바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커리어 평균 16.1득점(FG 44.2%)을 기록할 정도로 득점력을 갖춘 존슨은 휴스턴의 벤치멤버들 중 가장 뛰어난 1대1능력이 갖추고 있다. 더불어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댄토니 감독의 농구는 빠른 경기 템포와 함께 외곽화력이 중심이 된다. 올 시즌도 휴스턴은 평균 15.4개(3P 36.5%)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존슨도 커리어 평균 37.2%(평균 1.6개 성공)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할 정도로 슛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라 플레이오프, 짧은 시간 롤 플레이어로서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올 시즌은 전 시즌에 비해 속도를 죽이고 외곽화력을 좀 더 강화했다고는 하나, 휴스턴은 여전히 리그를 대표하는 ‘준족’이다. 플레이오프에 들어가면 지난 시즌에 선보였던 신속(迅速)을 재현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미 터커를 센터로 올리는 등 스피드를 살리기 위한 댄토니 감독의 극단적인 전술들도 여러 차례 확인한 바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 이미 지난 시즌 한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많은 것을 배웠던 휴스턴은 올 시즌은 미리 두터운 선수층을 구비하는 등 플레이오프 준비에도 만전을 기해놓은 상태다.(*올 시즌 휴스턴의 경기 페이스는 99.84로 리그 전체 15위를 기록 중이다. 1위는 103.05의 LA 레이커스. 지난 시즌 휴스턴의 경기 페이스는 102.54였다) 

지난 3시즌동안 NBA 파이널 무대의 주인공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였다. 이전까지는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의 라이벌 열전에 비교되며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지난 시즌 판타스틱 4를 앞세운 골든 스테이트가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하는 바람에 두 팀 간의 라이벌 열전은 다소 그 흥밋거리가 반감됐다. 실제로 이미 美 현지에선 개막 전부터 골든 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 4시즌 연속 파이널 조우에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오고 있다. 만약, 지난 시즌 두 팀의 파이널 시리즈가 치열함과 아쉬움 속에 마무리됐다면 올 시즌의 파이널 구도도 골든 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의 리턴 매치를 원하는 목소리들이 많았을 것이다.

올 시즌 휴스턴의 고공행진이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대편인 동부 컨퍼런스에서도 토론토 랩터스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들이 쏟아지는 등 지금의 NBA는 새로운 그림의 파이널 구도를 바라고 있고, 올 시즌 그 유력한 대권주자로 휴스턴이 많은 이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1994-1995시즌, 리그 2연패를 끝으로 지금까지 리그 우승과 인연이 닿지 못하고 있는 휴스턴은 올 시즌 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왕좌에 복귀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시선이 2017-2018시즌 플레이오프 무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나이키, 아디다스, NBA 미디어센트럴, 인스탠스 코리아

#기록참조-NBA.com, BASKETBALL REFERENCE



  2018-03-23   양준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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