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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류현진, 두 종류의 커브를 던지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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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3 (금) 16:37

                           


 
[엠스플뉴스]
 
류현진(30·LA 다저스)은 23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두 종류의 커브볼을 던졌다.
 
첫째, 회전수를 높인 커브볼이다(일반적인 너클커브 그립과는 달리, 검지를 완전히 접지 않고 공에 얹듯이 잡는 구종으로 선수들 사이에선 스파이크 커브라고 불린다). 류현진은 이 공을 주로 2스트라이크 이후 결정구로 던졌다.
 


 
둘째, 기존 방식으로 던지는 슬로우 커브볼이다. 류현진은 이 공을 주로 카운트 초반에 스트라이크를 늘리는 용도로 활용했다. 
 


 
이는 두 가지 커브볼이 갖는 각각의 장점을 모두 살리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해까지 류현진의 커브볼이 그리는 궤적은 전통적인 '슬로우 커브'에 가까웠다. 슬로우 커브볼이 갖는 장점은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와 낙차 차이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타자의 의표를 찔러 카운트를 늘리는 데 특화된 구종이다.
 


 
반면, 류현진이 올봄부터 던지기 시작한 '스파이크 커브'는 한동안 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다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하강운동을 시작한다. 즉, 전통적인 커브 특유의 '공을 던진 직후 떠오르는 듯한 움직임'이 없어서 2스트라이크 이후 헛스윙을 유도해내기에 적합하다.
 


 
류현진은 23일 두 가지 커브볼을 모두 능숙하게 활용해서 5이닝 동안 공 75개로 5피안타 1실점(1자책) 6탈삼진을 기록하며, 에인절스 타선을 꽁꽁 묶었다. 23일 경기만 놓고 보면 두 가지 커브볼을 같이 사용하는 전략이 완벽하게 먹혀 들어갔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류현진의 팀 동료이기도 했던 잭 그레인키는 과거 <폭스스포츠>과의 인터뷰에서 "두 가지 브레이킹볼을 섞어 던지는 것은 두 구종에 모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레인키는 그 이유를 "분리하는 데에만 수년이 넘게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슬라이더와 커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지만, 류현진의 두 가지 커브볼도 마찬가지다.
 
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류현진, 커브 회전수↑ 그러나 여전히 남은 숙제
 
두 공은 같은 커브로 분류되도 그립과 회전을 거는 방식, 릴리스포인트 등이 다르다. 잘되면 최상이지만, 최악의 경우엔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다. 18일 3이닝 7피안타 2볼넷 5실점을 기록한 화이트삭스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류현진은 두 가지 커브볼의 제구가 모두 좋지 못했다.
 
물론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비슷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맥스 슈어저는 두 가지 종류의 슬라이더(기존 슬라이더+커터성 슬라이더)를 모두 활용해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한 사례가 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류현진 역시 지난해 9월 슬라이더와 커터를 섞어던지며, 애리조나 타선을 6이닝 1실점(1자책) 7탈삼진으로 틀어막은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애리조나 타자들은 1회부터 3회까지 류현진의 커터를 대비하던 애리조나 타자들은 커터보단 느린 대신 움직임이 큰 슬라이더에 연신 헛스윙을 하기 바빴다(삼진 2개). 반대로 슬라이더인 줄 알았다가 상대적으로 빠른 컷 패스트볼에 헛스윙하는 경우도 생겼다(삼진 2개). 23일 두 가지 커브볼을 모두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은, 우연이 아니란 얘기다. 
 
과연 류현진은 두 가지 커브볼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류현진은 FA를 앞두고 미국 무대 진출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둘지도 모른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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