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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2018년 다르빗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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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2 (목) 15:44

                           


 
[엠스플뉴스]
 
토미 존은 메이저리그 통산 288승을 올린 좌완 투수다. 
 
1963년 데뷔해 비교적 순탄하게 선수 경력을 쌓아가고 있던 그에게 1974년 위기가 닥쳤다. 공을 던질 때는 물론이고 던지고 난 후에도 팔꿈치 안쪽에 심각한 통증이 느껴졌다. 팔꿈치 척골 측부인대(Ular Collateral Ligament)가 파열된 게 원인이었다. 당시만 해도 팔꿈치 부상은 투수 생명이 끝나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여겨졌던 시대다.
 
하지만 그때 토미 존이 속한 다저스의 주치의였던 프랭크 조브 박사가 혁신적인 수술을 제안했다. 건강한 팔에 있는 힘줄을 떼어내 부상 당한 팔에 옮겨 심자는 것이었다. 수술 성공 확률은 5%에 불과했지만 토미 존은 수술대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수술 후 1년 반에 이르는 재활 끝에 마운드에 복귀한 토미 존은 13년간 무려 164승을 더 거두고 은퇴했다.
 
팔꿈치 척골 측부인대 접합 수술이 토미 존 수술(Tommy John surgery)이라 명명된 배경이다. 이후 토미 존 수술은 팔꿈치를 다친 수많은 투수를 구원했다. 그리고 의학 기술이 발전해가면서 최근 토미 존 수술의 성공 확률은 80% 이상까지 높아졌다. 
 
이제 팔꿈치 척골 측부인대 손상(파열)은 야구계에서 일종의 천연두와 같은 존재가 됐다. 한때 75% 이상의 치사율을 기록했던 천연두가 우두법에 의해 박멸되면서 이젠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는 전염병이 됐듯이, 최근 들어 팔꿈치 부상과 그에 따른 토미 존 수술은 강속구 투수라면 의례 겪는 부상 정도로 여겨지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 야구 전문매체 <하드볼타임즈>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매년 35~50명의 미국 프로야구선수가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있다.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 중에서 이 수술을 받은 비율만 무려 25%가 넘는다. 이에 따라 토미 존 수술이 선수들의 기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역시 그동안 여러 각도에서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에 발표된 제프 짐머맨과 존 로에겔의 연구다.
 


 
 
 
[표1]은 짐머맨과 로에겔이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선수 147명을 대상으로 성적 변화를 추적한 자료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토미 존 수술을 받은 투수들은 복귀 첫해 대부분의 지표에서 수술 이전보다 안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만, 복귀 후 2년 차부터 부상 이전의 기량을 되찾기 시작한다.
 
올해도 토미 존 수술 복귀 2년 차를 맞이하는 투수가 있다. 2018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6년 1억 26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다르빗슈 유(31)다.

지난해 다르빗슈에게 있었던 릴리스포인트 변화
 
 
 
지난해 다르빗슈에게는 한 가지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다. 바로 릴리스포인트(release point, 공을 놓는 지점)의 변화다. 다르빗슈를 영입한 직후 다저스 코치진은 그에게 당장 성적을 요구하기보다는 팔 각도를 내리는 등 투구 동작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그를 위해서 때로는 등판 일정을 조절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다저스로 이적 후 다르빗슈는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실제로 다르빗슈는 8월 5일 메츠전 이후 5경기에서 평균자책 6.9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시즌 막바지가 되자 도박의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다르빗슈는 정규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 2승 0패 19.1이닝 평균자책 0.47을 기록했다. 그리고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11.1이닝을 2실점 14탈삼진으로 틀어막으며,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물론 월드시리즈에선 2패 3.1이닝 평균자책 21.60을 기록하며 패배의 원흉이 됐지만, 월드시리즈 당시 다르빗슈가 부진했던 원인은 투구버릇 노출로 인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월드시리즈 부진은 릴리스포인트 수정과 따로 떼어놓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2017년 다르빗슈의 릴리스포인트 변화와 볼넷 비율
 
[다저스 이적 전] 릴리스포인트 178.9cm 9이닝당 볼넷 2.96개
[정규시즌 마지막 3경기] 릴리스포인트 171.3cm 9이닝당 볼넷 0.46개
[포스트시즌] 릴리스포인트 166.4cm 9이닝당 볼넷 0.50개
 
그런데 이쯤 해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시즌 도중에 투구폼을 변경하는 것은 위험도가 높은 도박이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다저스가 다르빗슈의 투구폼을 뜯어고치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토미 존 수술 직전해였던 2014년 당시 다르빗슈의 릴리스포인트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르빗슈와 알렉스 콥의 공통점, 그리고 토미 존 수술 2년 차
 


 
2014년은 부상을 입기 전까지 다르빗슈가 미국 진출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때다. 2013년 13승 9패 209.2이닝 평균자책 2.83을 기록하며 AL 사이영상 투표 2위를 기록한 다르빗슈는, 이듬해였던 2014년에도 시즌 중반까지 10승 7패 144.1이닝 평균자책 3.06 FIP 2.84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 당시 다르빗슈의 패스트볼 릴리스포인트는 약 5.5피트(167.6cm)였다.
 
하지만 토미 존 수술에서 복귀한 2016년 다르빗슈의 패스트볼 릴리스포인트는 5.85피트로 부상 이전 대비 약 11cm나 높아져 있었다. 릴리스포인트가 높으면 구위가 좋은 대신 제구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자연스러운 각도를 넘어서 무리하게 팔 각도를 올리게 되면 공을 놓는 지점이 컨디션에 따라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2017시즌 중반 다저스로 이적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다저스가 다르빗슈의 투구폼을 교정하려고 한 것은 바로 이 점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팔의 위치를 보다 자연스러운 각도로 낮추자 다르빗슈의 릴리스포인트는 좌우로도 한 점에 집중되기 시작했고, 제구력 역시 몰라볼 정도로 좋아질 수 있었다.
 


 
재밌는 점은 얼마 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한 알렉스 콥 역시 토미 존 수술 이후 다르빗슈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는 것이다. <디 애슬레틱> 애노 새리스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콥은 지난해 3월 불펜 세션 이후 투구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릴리스포인트가 높아진 점을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릴리스포인트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알렉스 콥의 '그것'에 모험을 건 볼티모어)
 
그 결과 콥은 8월 무렵엔 2014년과 흡사한 수준까지 릴리스포인트를 낮추는 데 성공했고, 잃어버렸던 스플릿-체인지업의 무브먼트를 상당부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 가정을 해볼 수 있다. 막연하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기량을 회복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토미 존 수술 투수들의 성적 변화가 릴리스포인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22일 시범경기 후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다르빗슈가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다르빗슈는 "전반적으로 슬라이더가 수술 전과 비슷하게 들어가고 있다. (수술 이전을 포함해) 지금이 가장 최고의 몸 상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르빗슈는 이날 80구만으로 6이닝을 3피안타 1실점 7탈삼진으로 틀어막으며 시범경기 3승(무패 평균자책 2.76)째를 거뒀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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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소위 호날두샷짱빵

2018.03.22 15:46:59

달빛 가즈아

소위 바이영

인생은 아름다워

2018.03.22 19:19:09

토미존 수술 했으면 다 했다 이제 꽃길만 걸어

병장 야구선수호날두

2018.03.22 21:29:25

핸진이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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