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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성적의 상관관계는?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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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 (월) 21:41

                           
 [이현우의 MLB+]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성적의 상관관계는?


 
[엠스플뉴스]
 
"스프링캠프는 스프링캠프일 뿐이다."
 
누가 먼저 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 세계 야구팬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말이다. 통계적으로 살펴봤을 때 이 말은 사실로 밝혀진 지 오래다. 개별 선수 또는 팀의 스프링트레이닝 성적이 정규시즌 성적과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은 여러 칼럼을 통해 반복적으로 입증됐다. 
 
2013년 미국의 통계 미디어 <파이브서티에잇>의 연구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선수들의 시범경기 성적과 정규시즌 성적의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는 0.189이 나왔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는 사실상 두 가지 성적에는 매우 미약한 관계가 있을 뿐이라는 것을 뜻한다.
 
[이현우의 MLB+]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성적의 상관관계는?

 
이유는 단순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스프링트레이닝은 정규시즌을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다. 그 과정 중에 치러지는 시범경기 역시 실전을 통해 연습한다는 의미 이상은 갖지 못한다. 
 
투수들에게 시범경기는 투구폼을 점검하고, 서서히 구속을 끌어올리면서, 제구를 가다듬고, 한계 투구수를 늘려가면서, 새로운 구종들을 실험해보는 자리다. 정규시즌과는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반대로 타자들의 경우엔 시범경기 초반 평소보다 느리고, 제구가 안 되는, 투수들의 공을 상대하게 된다. 당연히 시범경기 성적이 뻥튀기되는 타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속도는 제각각이다. 당연히 윈터리그를 치르면서 겨우내 미리 몸을 만든 선수가 그렇지 않은 선수에 비해 시범경기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또한, 비자 발급 여부나 안 좋은 몸 상태 등으로 인해 출발이 늦은 선수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상은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대부분 직접 체득하거나, 기사 등을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시범경기에서 못하는 선수를 보면 정규시즌에도 못할 거 같고, 반대로 시범경기에서 잘하는 선수를 보면 정규시즌에도 잘할 것만 같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인지부조화가 발생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동안 시범경기 성적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가 개별 사례보다는 전체적인 경향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준비했다. 지난 2년간 시범경기 성적 상위 10걸과 하위 10걸이 정규시즌 거둔 성적을 통해 과연 시범경기 성적이 무의미한 것인지, 아니면 주목해볼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살펴보자.
 
시범경기 투타 성적은 정규시즌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현우의 MLB+]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성적의 상관관계는?

 
먼저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20이닝 이상 선발로 등판한 투수 가운데 2017년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았던 10인을 살펴보자. 하지만 정작 이들 가운데 시범경기보다 높은 평균자책을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오히려 10인 가운데 무려 절반이 지난해에 있었던 타고투저 현상에도 불구하고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반대로 시범경기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았던 10인이 정규시즌에 거둔 성적을 살펴보자. 당연한 얘기지만 이들 가운데 시범경기보다 낮은 평균자책을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오히려 10인 가운데 4명이 3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하위 10걸보다 오히려 적은 숫자다. 
 
물론 전체적인 성적만 놓고 보면 당연히 시범경기 평균자책 상위 10걸의 성적이 평균적으로 더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앞서 살펴본 미약한 상관관계(R^ .189)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위 10걸 가운데 무려 5명이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바로 투수의 경우에 한해선 시범경기 성적은 '거의' 아무런 설명력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현우의 MLB+]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성적의 상관관계는?

 
그렇다면 타자의 경우에는 어떨까? 이번엔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20타수 이상을 소화한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OPS를 기록한 10인을 살펴보자. 이들 가운데 5명은 2017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나머지 5명 가운데 발목 통증으로 고생한 그렉 버드를 제외한 4명은 나름대로 성공적인 성적을 남겼지만, 그렇다고 최상급 성적을 거뒀다기엔 애매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빅리그 데뷔를 노리는 신인이거나, 몇 년간 부상 또는 부진으로 인해 팀 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던 타자들이란 점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윈터리그를 뛰거나 하는 방식으로 시범경기에 맞춰 몸을 일찍 끌어올릴 필요성이 있었다. 그러나 컷오프가 진행되자, 팀들은 이들 대부분을 다시 마이너리그로 돌려보냈다.
 
그 증거로 위 10명 가운데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타석을 보장받으면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는 버드와 헤수스 아귈라뿐이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건 메이저리그는 선수를 평가함에 있어서 컷오프 이전의 시범경기 성적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류현진과 오타니의 시범경기 부진과 정규시즌 예상
 
 
 
이미 눈치챈 독자도 있겠지만,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시범경기 성적과 정규시즌 성적을 다시 한번 비교한 이유는 최근 한국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인 오타니 쇼헤이와 류현진의 시범경기 성적에 대해서 얘기하기 위해서다. 두 선수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나란히 부진에 빠져있다.
 
류현진 & 오타니의 시범경기 성적
류현진: 1승 1패 5.2이닝 4탈삼진 평균자책 14.29
오타니(투): 0승 1패 2.2이닝 5탈삼진 평균자책 27.00
오타니(타): 24타수 2안타 1타점 3볼넷 타율 .084 OPS .298
 
그 정도가 심각해서 정규시즌 성적마저 우려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시범경기 성적과 정규시즌 성적 간의 괴리에서 알 수 있듯이, 두 선수의 시범경기만 놓고 올 시즌 성적을 예상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 확실히 타자로서의 오타니가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 경기 2.2이닝 투구로는 투수로서의 그를 판단하기엔 이르다.
 
5.2이닝을 던진 류현진의 정규시즌 활약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시점에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두 선수의 평균자책점이나, 타율 같은 것들이 아니다. 그보다는 패스트볼 구속이 어느 정도까지 나오고 있는지나, 새로 장착한 변화구나 주무기의 움직임, 제구 같은 요소들을 집중해서 바라볼 때다.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서 필자는 두 선수에게서 아직 커다란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편, 이러니저러니 해도 두 선수는 이미 2018시즌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보장받은 선수들이다(오타니가 투타겸업을 처음부터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신할 수 없게 된 것이 사실이지만). 어차피 정규시즌 개막까지는 채 10 여일도 남지 않았다. 
 
 
 
본격적인 비판은 정규시즌이 개막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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