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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사실은] NC는 왜 응원가를 전면 교체했나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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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 (월) 21:41

                           
| 지난해까지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큰 소리로 따라 부르던 선수 응원가 대부분이 올 시즌부터 교체된다. NC가 응원가를 전면 교체한 이유와, 앞으로의 방향을 엠스플뉴스가 살펴봤다. 
 
[엠스플 사실은] NC는 왜 응원가를 전면 교체했나

 
[엠스플뉴스]
 
NC 다이노스 팬을 노래 한 곡으로 분간하는 방법이 있다. 김건모 노래 “My Son”을 부를 때 후렴구의 ‘My my my mother’를 ‘나나나 성범’으로 부르는 사람은 100% NC 팬이 확실하다. 마찬가지로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를 노래방에서 부를 때 ‘안타를 쳐주세요 모창민’으로 바꿔 부르는 사람도 의심의 여지 없는 NC 팬이다.
 
그러나 이제 올해부터는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김건모 노래를 개사한 나성범 응원가도, ‘꿍따리 샤바라’를 개작한 모창민 응원가도, 터보 노래로 만든 지석훈 응원가도, 그린데이 노래로 제작한 김성욱 응원가도 더는 들을 수 없다. 
 
NC는 3월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8시즌 새 응원가를 공개했다. 박민우, 김성욱, 나성범, 손시헌, 이상호, 노진혁, 지석훈, 모창민, 최준석 등 주축 선수 대부분의 응원가가 교체됐고 팀 응원가도 두 곡을 새로 제작해 선보였다. 
 
응원가 전면 교체 소식에 NC 팬들이 보인 반응은 한 마디로 ‘충격과 공포’다. “도저히 끝까지 못 듣겠다” “손발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노래가 도무지 입에 붙질 않는다” 같은 반응부터 “시즌 티켓을 구매할 이유가 사라졌다” “응원가를 되돌려 놓기 전에는 야구장을 보이콧하겠다”는 반응, 구단 마케팅팀과 응원단을 향한 격렬한 비난까지. 부정적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압도하는 중이다.
 
마산에 거주하는 한 40대 NC 팬은 “기존 응원가가 귀에도 익숙하고 따라 부르기도 좋았다. 팬들이 좋아하는 응원가를 다시 돌려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에 사는 20대 NC 팬도 “구단 입장에서 힘든 점이 있겠지만, 팬들이 좋아하는 응원가는 어떻게든 잘 협상해서 계속 쓸 수 있게 해야만 했다”고 힐난했다.
 
응원가 교체, 저작인격권 법정 분쟁 방지 차원에서 이뤄졌다
 
[엠스플 사실은] NC는 왜 응원가를 전면 교체했나

 
하지만 NC 구단의 생각은 다르다. NC 마케팅 관계자는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응원가 교체는 불가피한 선택”이라 밝혔다. NC는 응원가를 교체하며 ‘지난해 기존 선수 및 구단 응원가와 관련해 저작인격권 침해 등의 법적 이슈가 발생했다. 올 시즌부터는 법적 분쟁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문제가 된 응원가를 전면 교체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저작인격권은 창작물에 대한 원저작자의 정신적·인격적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공표권·성명표시권·동일성 유지권의 세 가지 권리가 저작인격권을 구성한다. 야구 응원가는 이 가운데 동일성 유지권, 즉 ‘저작자의 의사에 반해 저작물 내용이 변경되지 않도록 하는 권리’를 침해한 사례에 해당한다.
 
응원가 문제는 지난해 일부 저작권자가 프로야구단을 상대로 저작인격권 문제를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수십 년간 당연하게 여겼던 응원가 사용이 알고 보니 법률 위반에 해당했던 것이다. 
 
저작권자들은 일부 구단에 ‘내용 증명’까지 보내는 등 강경한 대응에 나섰고, 10개 구단과 KBOP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1월에는 문제 해결을 위해 10개 구단 마케팅팀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했지만 뾰족한 결론을 내진 못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서울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구단마다 개별적으로 응원가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 같다. 법적 문제와 상관없이 쓰던 응원가를 계속 쓰겠다는 구단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될 수 있는 대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거나, 문제 되는 곡은 교체하는 쪽으로 준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응원가 문제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팀은 넥센 히어로즈다. 넥센은 저작인격권 문제가 불거진 뒤, 아예 응원가를 새로 만드는 방향을 택했다. 클래식이나 민요 등 원작자 사후 7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한 곡을 주로 이용했다. 일부 곡은 원저작권자와 협상에 성공해, 시즌 후반 다시 사용하기도 했다.
 
다만 넥센은 응원가 교체 과정에서 팬들에게 미리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이 다소 부족했다. 또 응원가 문제를 아예 새로 만드는 식으로 해결한 팀도 넥센이 처음이다 보니, 오랜 기간 팬들의 거센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NC는 넥센의 사례를 참고해, 시즌 전 홈페이지에 새 응원가와 노랫말을 미리 공개했다. NC 마케팅 관계자는 “팬들이 새 응원가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급하게 응원가를 바꾸는 대신, 사전에 알리고 이해를 구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여전히 비판 여론이 거세다. NC 관계자는 “전화로 ‘적폐’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응원가 논란, 지속 가능한 길을 찾아야 한다
 
[엠스플 사실은] NC는 왜 응원가를 전면 교체했나

 
응원가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문화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아 왔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 덕분에 가능한 문화이기도 했다. 저작인격권이란 개념조차 없이, 좋은 노래는 마음대로 가져다 노랫말을 바꾸고 편곡을 새로 하는 게 그간 KBO리그의 관행이었다.
 
NC 관계자는 “그간 프로야구 응원가는 기존에 있는 노래를 가져다 쓰는 식으로 만들었다. 듣기에 좋은 노래, 4분의 4박자로 떨어지는 노래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응원가로 만들어 썼다. 하지만 저작인격권 이슈가 생긴 만큼, 이제는 과거처럼 아무 노래나 응원가로 쓰기는 쉽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만일 어떤 팀이 도널드 덕이나 미키 마우스를 가져다 조금 변형해서 마스코트로 사용한다면 분명 큰 논란이 되고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누구나 그게 저작권 위반이라는 것을 알고, 문제 된다는 걸 안다”며 “그런데 왜 저작인격권 문제에는 다들 둔감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저작인격권 협상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NC 마케팅 담당자는 “가령 노래 한 곡에 작곡자가 5명이라면, 그 5명과 각각 합의를 봐야 그 곡을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개인 상대로 협상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소속 회사를 찾아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며 “흔히 생각하듯 전화 한 통이면 한 곡 협상이 끝나는 식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협상 과정에서 저작권자가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불러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도 많다. 다른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야구단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응원가 사용에 무한정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 게다가 최근 구단의 화두는 ‘독자 생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저작권자에게 돈을 주고 사용권을 얻는 건 단기적으로는 옳은 방법이지만, 궁극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저작인격권 계약 기간은 대부분 2년에서 3년 정도다. 기간이 지나면 다시 사용료를 주고 계약해야 한다. 저작권자의 변심으로 사용료가 대폭 올라가거나, 승인이 나지 않으면 그때는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응원가를 쓰는 선수가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거나 은퇴하는 경우도 얼마든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사용료가 허공으로 날아간다. 해마다 등장하는 신인 선수, 2군에서 새로 올라오는 선수의 응원가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저작권자에게 돈을 주고 응원가를 사용하는 건, 지속 가능성 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물론 팬들 입장에선 낯선 응원가가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NC 관계자는 “아무래도 자주 들어본 노래, 귀에 익숙한 노래가 더 듣기 편하고 따라 부르기 좋다고 느낄 수 있다. 반면 새로 만든 응원가는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보다는 귀에 익숙한가 아닌가의 문제에 가깝다고 본다”고 밝혔다.
 
NC는 새 응원가에 대해 팬들 반응을 살펴본 뒤, 반응이 좋지 않은 일부 응원가는 교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NC 마케팅 담당자는 “이번에 발표한 응원가를 무조건 계속 써야 한다는 건 아니다. 반응에 따라서는 개선할 여지도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이어 NC 마케팅 담당자는 “팬들의 의견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새 응원가가 당장은 어색할 수 있지만, 계속 듣고 따라 부르다 보면 조금은 익숙해질 것”이라며 “법적 분쟁 소지를 방지하면서, 팬들의 요구까지 충족할 방법이 무엇인지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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